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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앞 방파제에 높은 파도가 넘어오고 있다. 2022.9.6
 6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앞 방파제에 높은 파도가 넘어오고 있다. 2022.9.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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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예상하지 못한 피해' 예측보다는 피해가 적었다는 반응이 있다."

6일 기상청 브리핑 이후 질의응답에서 누군가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이러한 질문에 기상청은 여러 수치를 제시하며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11호 태풍 힌남노(라오스명, HINNAMNOR)은 경상남도 거제로 상륙해 부산, 울산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갔다. 이로 인한 피해가 상당했지만, '역대급 태풍'이라며 대비를 당부했던 지난 예보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질의응답에서 '태풍 강도' 의문 제기된 이유

지난 5일 북위 30도를 넘어 북동진한 힌남노는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며 한반도에 상륙해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측됐다. 급격한 발달과 정체, 재발달을 거친 힌남노는 이른바 '초강력 태풍'으로 불렸다. 이는 2000년대 대규모 재난 사태를 불렀던 태풍 루사, 매미 등에 비견될 정도였다.

이보다 더 강한 태풍이라는 분석에 지난 3일자 기상청 브리핑에선 "부디 안전한 곳에 머물러달라"는 호소가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린 정부도 비상대응 수위를 1단계에서 3단계로 바로 끌어올렸다. 넓은 강풍반경 탓에 태풍의 영향이 전국에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의 발표처럼 힌남노는 5일 밤늦게 한반도로 접근했다. 이날 자정 제주도 성산 40㎞ 부근 바다에 최근접, 새벽 4시 50분 거제도에 진입했다. 이후 6시 부산을 거쳐, 1시간 뒤인 7시 울산 앞바다로 진출했다. 예상했던 진로보다 더 동쪽으로 쏠리며 급격히 속도를 높였다. 힌남노는 남해안과 포항 사이가 아닌 부울경 해안가를 따라 북상했다.

이 결과 영남권에는 태풍 피해가 속출했다. 부산에서는 만조시간 태풍이 몰고 온 파고에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해운대구 마린시티, 서구 암남동 일대 등 해안로는 방파제를 넘은 파도로 엉망이 됐다. 강한 비가 쏟아지고 형산강이 범람하면서 포항과 경주는 물 폭탄을 맞았다. 포항에서만 8명의 실종자가 나왔다.

그런데도 기존 예보와 달리 태풍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상청이 거론한 매미, 루사 등에 비교하면 '과잉 예보'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 피해는 남부와 동쪽에 집중됐고, 수도권 등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대단히 강력한 태풍이 맞다"라고 반박했다. 이광연 예보관은 "최저해면기압을 보면 매미와 유사하고, 되레 강수량 측면에서는 더 강하게 볼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5일 제주도 근접 직전 11호 태풍 힌남노의 모습.
 5일 제주도 근접 직전 11호 태풍 힌남노의 모습.
ⓒ RAM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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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내놓은 실제 관측값을 보면 태풍이 부산 남구 오륙도를 지나던 시간대의 최저해면기압은 955.9hpa. 힌남노 상륙 당시 즉 중심기압이 955hpa으로 이는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힘은 더 세진다. 한반도 상륙 시점 1위는 태풍 사라(951.5hPa), 2위는 매미(954.0hPa)다.

누적 강수량도 일부 지역은 최대 1100㎜에 달했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던 제주 윗세오름은 1184.5㎜의 비가 내렸다. 남해안과 경상 동해안에는 400~500㎜, 중부지방은 200~300㎜를 기록했다. 매미 당시 강원 산지에 내린 폭우가 600㎜라는 점을 보면 과거보다 더 많은 비가 온 셈이다.

그러나 북서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태풍의 세력과 경로에 영향을 줬다. 이 때문에 피해는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 포항의 경우 이날 오전 7시 1분 기준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111mm에 달했다. 태풍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며 이 일대에 띠 모양의 선상강수대가 발달했다. 이 충돌로 짧은 시간 동안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게 됐다.

태풍 예보 이후 지역별 다른 반응에 대해선 '당연하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같은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태풍의 면적은 엄청나게 크고,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핫타워는 사실 3%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태풍 영역 전체가 똑같은 체감도를 갖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이번 태풍만이 아니고 언제든지 태풍이 지나고 나면 '기상청에서 과다 예보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번에 태풍 무서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하지만 비가 집중된 곳은) 피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적다고 하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그:#힌남노, #중심기압, #역대급, #포항, #영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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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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