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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벌레는 각종 식물의 잎을 먹고 살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몇몇 종은 농작물을 먹어 치우므로 대량 발생하면 농가의 미움을 받지만 일부는 잡초를 제거하는 생물학적 방제 곤충으로 활용된다. 대체로 눈에 띄는 원색의 딱지날개를 가졌는데 이는 독이 있다는 경고다.

애벌레는 위험을 느끼면 몸속에 숨겨진 돌기를 드러내어 물방울 같은 독액을 맺히게 만든다. 우리의 식욕을 돋우는 채소와 나물의 향기는 일종의 독성 화합물이다. 식물이 상처를 입으면 방어물질을 내는데 잎벌레는 오히려 이 독액에 적응했다.

먹이식물이 만드는 독을 체내에 저장하여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킨다. 더듬이에는 감각세포가 밀집해 있어 특정 식물이 내뿜는 향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잎벌레는 편식쟁이라서 정해진 식물 이외에는 먹을 수 없다.

박주가리와 고구마 줄기에는 중국청람색잎벌레가 산다. 박주가리의 영명은 '젖이 나오는 풀(milkweed)'인데 상처가 나면 우유 같은 액체(Cardiac glycoside)가 스며 나오기 때문이다. 독성 화합물이라 포식자들이 기피하는 물질이므로 방어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여러 곤충이 찾는다. 황갈색잎벌레와 십자무늬노린재, 제비나방 등이다.
 
박주가리와 고구마 줄기를 먹고 산다.
▲ 짝짓기 중인 중국청람색잎벌레. 박주가리와 고구마 줄기를 먹고 산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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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벼룩잎벌레라는 이름은 위험을 느끼면 벼룩처럼 폴짝 뛰어서 도망쳐 붙여진 이름이다. 붉나무를 포함한 옻나뭇과 식물에서 볼 수 있으며 먹이식물에 따라서 애벌레의 체색이 달라진다. (개)옻나무를 먹으면 노란색을 띠고 붉나무를 삼키면 청보라색으로 바뀐다.

옻나무에 상처가 나면 흰색 진액(Urushiol)이 흘러나오며 여기에 닿으면 좁쌀만 한 발진과 함께 심한 가려움을 동반한다. 우루시올을 체내에 축적하고 있으므로 왕벼룩잎벌레는 포식자들이 사냥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독이 있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화려한 몸매를 기꺼이 드러낸다.

잎벌레 암컷은 난황을 가진 배불뚝이

좀남색잎벌레는 잡초 중의 잡초 소리쟁이를 먹는다. 암컷은 배불뚝이 몸매를 가졌는데 알이 될 난황 물질이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짝짓기를 하면 수정이 이루어지고 알로 바뀌므로 성페로몬을 내뿜어 수컷을 부른다. 교미 후에는 50여 개쯤 되는 알을 낳으며 5일 정도 지나면 부화하여 한 달간 소리쟁이를 먹다가 땅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된다.

소리쟁이에는 상아잎벌레와 딸기잎벌레도 꼬인다. 전자는 4월~11월까지 관찰할 수 있으며 후자는 오뉴월에 한 차례만 발생한다. 상아잎벌레 유충은 마디풀과(며느리밑씻개, 소리쟁이, 며느리배꼽 등) 식물을 갉아 먹으며 가을에 우화한 개체는 낙엽 아래나 땅속을 파고 들어가 겨울잠을 잔다. 

자신의 똥을 짊어지고 사는 남생이잎벌레는 딱지날개가 길게 늘어나 온몸을 거북이 등 껍질처럼 덮고 있다. 먹이식물에 찰싹 들러붙어 다리를 감추면 떼어내기가 어렵다. 발바닥에 털이 많고 접착제 같은 분비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애벌레는 곤충계의 카멜레온이다.
 
딱지날개가 늘어나 거북이 등껍질을 닮았다.
▲ 큰남생이잎벌레. 딱지날개가 늘어나 거북이 등껍질을 닮았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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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을 받으면 몸 색깔이 갑작스럽게 변한다. 썩어가는 시체나 똥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남생이잎벌레속은 명아주, 쑥, 고마리 등을 먹으며 금자라남생이잎벌레 종류는 메꽃속(선메꽃, 애기멧꽃, 갯멧꽃 등)에서 살아간다. 큰남생이잎벌레 무리는 물푸레나무류에 꼬인다.

민짜 허리에 배 끝에는 톱을 달았다

영명으로 톱파리(sawfly)라고 부르는 잎벌류는 암컷이 배 끝의 산란관으로 나뭇잎을 썰어낼 수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성충은 다른 작은 곤충을 잡아먹지만, 애벌레 시절에는 꿀이 아닌 여러 식물의 잎을 먹는다.

잎벌은 벌목 곤충 중에서도 원시적인 녀석이며 통짜 허리를 가졌다. 개미와 벌을 자세히 보면 허리(전신복절)가 무척이나 얇다. 가슴 끝부분과 첫 번째 배마디가 달라붙어 가늘게 진화한 결과다.
 
애벌레가 느릅나무와 비술나무, 난티나무 잎을 먹고 자란다.
▲ 홍가슴루리등에잎벌. 애벌레가 느릅나무와 비술나무, 난티나무 잎을 먹고 자란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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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대에 출현한 벌은 식물의 잎을 먹었으나 어느 순간 육식을 하게 되면서 잘록한 허리를 가지게 되었다. 유연한 허리로 인해 체온 조절이 능률적이며 사냥술이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280종의 잎벌 무리가 살고 있다. 이중 등에잎벌류 애벌레는 십여 마리가 모여 식물의 잎을 베어먹고 살며 위험을 느끼면 몸을 S자 모양으로 꼿꼿히 세우고 흔들어서 포식자를 놀래킨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잎벌레, #잎벌, #중국청람색잎벌레, #남생이잎벌레, #단칼곤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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