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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기자말]
가을은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다. 일 년간 공들여 농사 지은 것들을 거둬들이며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추수하면 누렇게 익은 황금벌판의 벼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지금은 예전만큼 쌀 소비량이 많지 않지만, 여전히 우리 민족이 가장 가깝게 느끼며 주식으로 여기는 곡물은 쌀이 아닐까 싶다.
 
심사정, 비단에 담채, 21.3x11.5cm, 국립중앙박물관
▲ 벼베기 심사정, 비단에 담채, 21.3x11.5cm, 국립중앙박물관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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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정의 '벼베기' 그림이다. 이 작품은 그의 산수도, 초충도, 신선도 등과 함께 <현재표암합벽첩>에 실려 있다. 현재는 심사정(1707~1769), 표암은 강세황(1713~1791)의 호이다. 현재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삼원삼재 중 한 명으로, 그 외에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이 있다. 

화면의 아래쪽, 밀짚모자를 쓴 농부는 벼를 베는 데에 여념이 없다. 허리를 깊이 숙인 채 왼손으로 벼를 잡고 오른손으로 낫질을 하느라 바쁘다. 반면 논 밖에서 팔짱을 끼고 잠깐 쉬는 듯 한 일꾼과 사립문 앞에 앉아 있는 검둥개는 상대적으로 한가로워 보인다.
 
비단에 담채, 135.5x49.4cm
▲ 경직도(부분) 비단에 담채, 135.5x49.4cm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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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도의 경(耕)은 '밭을 갈다, 농사짓다', 직(織)은 '베틀, 피륙을 짜다'는 뜻이다. 이렇게 농사를 짓거나 혹은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짜는 광경을 그린 경직도는 원래 통치자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그림이었다.

고되게 농사를 짓고 길쌈을 하는 이들의 노고를 새기고 본보기로 삼아, 지배층도 근검절약하고 바른 정치를 하도록 하는 목적인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조선 후기에 와서는 점차 세시풍속과 생활을 담은 풍속화, 민화 계열로도 나온다.

이 작품은 여덟 폭으로, 사계절에 맞게 벼를 심고 수확하며, 초가 지붕을 고치고, 사냥하는 장면 등이 있다. 그 중 위의 그림은 수확 후 볏단을 쌓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김홍도, 비단에 담채, 90.9x42.7cm
▲ 타작,《행려풍속도병》 김홍도, 비단에 담채, 90.9x42.7cm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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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려풍속도란 선비가 세속을 유람하면서 보는 풍정을 담은 일종의 풍속화이다. 위 작품은 1778년, 김홍도가 화가 강희언(1710~1784)의 집 담졸헌에서 그린 것이다. 이때 김홍도의 나이는 서른 넷이었고 강희언은 이보다 35세 더 많았으나, 두 사람은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산수인물화 형식의 이 그림은 8폭 병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거리의 판결, 대장간, 어물장수 등 다양한 세상살이를 담고 있다. 타작을 하는 일꾼들과 이를 감시하며 꼿꼿이 앉아있는 마름(지주를 대리하여 소작권을 관리하는 사람)의 대조적인 모습은, <단원풍속도첩-벼타작>과 유사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들 모두를 관찰하는 또 다른 사람이 등장한다. 화면의 아래편 지팡이를 든 풍류과객으로, 산천을 유람하며 이 지방의 풍속을 취재하듯 살펴보고 있다.

약용으로 사용하는 벼
 
벼가 익어가고 있다.
 벼가 익어가고 있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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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밥으로 먹는 쌀은 벼 열매의 껍질을 벗긴 알갱이이다. 쌀 자체도 한약 처방에 들어가는 약재로 사용할 때가 있지만, 보통 벼를 한약재로 사용하는 것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첫째는 곡아로 벼의 잘 익은 열매를 싹을 틔워 말린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맥주는 맥아를 이용해서 만든 술이고, 이때 맥아는 보리의 싹을 낸 것이다. 즉 발아한 벼가 곡아, 발아한 보리는 맥아이다. 곡아는 소화를 돕고 비위를 튼튼하게 한다. 식욕이 없을 때, 배가 그득한 느낌이 들 때, 배가 아플 때, 설사가 날 때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찰벼의 뿌리줄기나 뿌리를 말린 나도근이다. 쌀에 멥쌀(갱미)과 찹쌀(나미)이 있듯, 벼도 메벼와 찰벼가 있다. 일반적으로 벼라 부르는 것은 메벼이고, 앞서 이야기한 곡아는 메벼의 성숙한 열매를 발아시킨 것이다. 

나도근의 '나(糯)'는 찰벼를 뜻한다. 나도근은 땀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도 저절로 땀이 나거나, 수면 중 땀을 흘릴 때 좋다. 몸이 허해서 미열이 계속 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나도근이 위장을 튼튼하게 함으로써, 진액을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몸에 물이 부족해서 열이 날 때, 부족한 물을 공급하여 열을 식혀주는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밥 힘이 최고란 말이 있다. 그 밥에 기본이 되는 것은 벼다. 벼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때론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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