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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랭이 마을에 가을이 가득하다. 책방 옆 김씨 아저씨 대추나무에 달린 대추는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떠오르게 하고, 책방 뒤 월명산 곳곳에 핀 구절초는 김용택 시인의 <구절초꽃> 낭송을 듣게 한다.

9월의 마지막 토요일 24일, 말랭이 마을 작가들이 펼치는 말랭이골목잔치에서 시인들의 시가 아닌 어린이들의 시를 듣고 싶었다. 제1회 봄날의 산책이 주관하는 '어린이동시잔치마당'을 열었다.

지난달 여름밤의 축제로 어른들과 어린이가 함께 참여한 시 낭송잔치가 있었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시를 낭송하는 맑은 소리는 여름밤을 수 놓는 별이 되었다. 시 낭송에 참여한 어린이들에게 윤동주, 김소월, 정지용, 나태주 등의 시집을 선물로 주었다. 9월 행사를 준비하면서 시를 가지고 어린이들과 호흡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동시 짓기가 생각났다.
 
초등1학년 다운 시어로 코스모스 꽃을 잘 표현했다.
▲ 동시작품 1등으로 뽑힌 김하율학생 초등1학년 다운 시어로 코스모스 꽃을 잘 표현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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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강희 시인의 손바닥 동시에 대한 강연을 들으면서 어린이들이 어디서나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을 느꼈다. 학교에서도 동시나 동요를 접하는 기회가 현저히 줄었다.

있다 해도 시험을 위한 공부자료로서 만나니 정서적 바탕에 뿌리를 내릴 수가 없다. 특히 코로나 이후 디지털 문화의 대확산으로 아이들의 교육문화에도 엄청난 변화가 왔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의 화면에 손가락을 댈 줄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 할 말이 없다.

"봄날의 산책 9월 행사로 어린이 동시 짓기를 할까 해요. 높고 높은 가을하늘, 우리 어린이들의 시어로 탄생할 아름다운 동시를 기대합니다. 어린이 시 낭송을 보면서 직접 지은 동시를 낭송하는 모습을 그려보았지요. 어릴 때부터 시를 만나게 해주는 부모님은 정말 멋진 분입니다. 시의 주제는 당일 발표합니다. 가을에 대한 주제어이니 즐겁게 놀러오세요."

유치부 7세부터 초등학생까지로 제한하여 17명의 참가자 신청을 받았다. 동시짓기를 시작하기 전에 책방에서 준비한 '그림책 이야기 들려주기'로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림책 이야기꾼 박효영 선생님의 맛깔스럽고 재밌는 이야기 소리에 아이들은 오감이 활짝 열렸다.
 
유치부부터 초등부 어린이와 부모들의 경청모습
▲ 박효영선생님이 들려주는 그림책이야기 유치부부터 초등부 어린이와 부모들의 경청모습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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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생님은 "그림책 <내 마음이 들리니?>와 <서로를 보다>를 통해 타인의 목소리와 생명이 있는 동식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어린이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어주었어요. 읽기 전 단계로 했던 놀이 –옆짝꿍의 귀에 대고 말 전하기- 에서 '만나서 반가워'라는 메시지가 한바퀴 돌아왔을 때에 '바나나킥'으로 바뀌어져 있었는데 전달자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며 진행하는 내내 많이 웃었고 즐거웠습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서 구르미 선생님이 동시짓기 시작을 알리고 주의사항을 말했다. 이날 동시짓기의 주제어를 설명하기 전에 가을이면 생각나는 여러 사물들을 질문하며 아이들의 생각고리를 연결시켰다. 역시 어린이들과 그림책 수업을 하고 있는 전문가다운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이었다. 시의 주제어는 '고추잠자리, 감, 대추, 코스모스, 알밤'이었다. 책방 근처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자연의 모습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선정한 단어들이었다.
 
동시주제어를 연상시키는 가을단어를 유도하며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콕.
▲ 동시짓기대회를 설명하는 구르미선생님 동시주제어를 연상시키는 가을단어를 유도하며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콕.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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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선생님은 "선착순 10명이 안 될까 걱정했는데 말랭이 마을에 놀러왔다가 현장에서 바로 신청한 학생까지 총 17명이 참여했어요. 전주에서 여행 온 가족이 신청했고, 늦게 달려와서 급하게 자리를 마련해 동시 짓기를 한 남매도 있었어요. 제출한 동시를 심사하며 재미있고 위트 있는 동시와 어린이다운 순수함이 느껴졌어요. 쓰인 단어가 조금 부족해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시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작품은 '잠자리'라는 제목으로 동시를 지은 어린이예요. '훨훨 날아다니는 잠자리도 나도 자유롭게 느껴지는데 엄마는 집안일 하느라 아빠는 회사 가느라 자유롭지 못해서 잠자리처럼 자유로워지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가 부모를 생각하는 진심이 느껴져서 뭉클하면서 기특했어요. 동시를 지은 모든 참가 어린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말랭이마을은 문화마을 사업이란 이름표로 다양한 활동을 추구한다. 그 꼭짓점에 있는 책방 <봄날의 산책>은 매달 특색있는 활동을 제안한다. 특히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함께 와서 체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준비한다. 신생책방이라 행사 때마다 소요되는 예산이 넉넉하진 못하지만 도와주는 많은 지인들이 있어서 가능하다.

군산시는 예비문화도시를 넘어서서 문화도시로의 방향타를 운전하고 있고 그중 한 곳이 말랭이마을이다. 부족하지만 늘 최선을 다하는 말랭이 입주작가들이 선보이는 체험활동과 말랭이 마을 어른들이 만들어주는 동네 인심이 어우러진 잔치 한마당은 그 자체로 문화의 씨앗이다.

가난과 설움이 겹겹이 층을 이루었던 말랭이. 젊은 자식들이 다 떠나고 시들어진 껍질만 남았다고 말하는 말랭이의 어른들. 그런데도 당신들의 동네를 탈바꿈 시키려는 그들의 삶과 작가들의 작은 움직임은 말랭이 마을을 군산의 이정표로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글을 쓰며 또 다른 나를 찾아 꿈을 꾸듯이 마을의 모든 사람들도 매일 꿈을 꾼다. 작가들을 향한 그들의 꿈이 무엇이냐 물으면 주저없이 말한다.

"작가들과 오래오래 같이 사는 거여. 식구가 되어 같이 밥 먹고 소풍가고 즐거운 일 어려운 일 같이 나누며 사는 거지. 골목잔치 매일 매일 해도 하나도 안 피곤혀. 동네방네 사람 다 모여서 같이 파전도 먹고 막걸이도 먹으면 얼마나 좋은가. 우리 걱정말고 작가님들이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소."

이 마을에 온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 봄 여름 가을이 지난다. 책방에서 보내는 시 나눔엽서뿐만이 아니라 시와 연결된 여러 활동을 하다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시인인 줄 안다. 나야말로 시 한 줄 잘 쓰고 싶어서 아침마다 시를 읽는 공부를 한다. 나의 일상을 담은 아침편지에 어울리는 시를 찾아 공유하는 것은 바로 큰 공부다.

행사 후 학생들의 작품을 보았다. 글 쓰는 지인 3명이 심사한 결과를 보며, 나도 역시 학생들의 이름을 가리고 읽어보았다. 총 4인의 평에 따라 6명의 학생 작품을 우수작으로 뽑았다. 상품으로 준비한 책 <조선시대 천재들의 빛나는 동시이야기>를 드린다는 문자와 함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사방이 가을로 가득 찬 10월이 다가온다. 푸른 하늘 황금빛 태양아래 알록달록 가을을 채우는 은행잎 단풍잎 같은 아이들, 동시를 짓고 동시도 낭송하는 어린이들이 많아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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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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