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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치고 다이어트란 말을 모르는 이는 없다. 식습관을 바꾸든 운동을 통해서든 현재보다 체중을 줄이려는 노력이 곧 다이어트다. 과식과 편식, 운동 부족으로 과체중으로 가기 쉬운 현대사회에서 다이어트는 건강을 나아지게 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다이어트는 때로 전혀 다른 모습을 띄기도 한다. 자의든 타의든 외모에 대한 압박이 작용할 때다. 지나친 다이어트로 섭식장애에 걸리거나 검증되지 않은 약품이나 마약성 제품에 의존하다 부작용을 보는 사례가 뉴스를 타기도 한다. 외모지상주의라는 비판도 나오는 요즈음 세태 가운데 다이어트의 부정적 영향도 커져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실은 어떠할까. 세계 유수의 조사업체 조사를 보면 한국은 세계 평균에 비해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경우가 확연히 적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남녀를 막론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비율이 20%를 넘지 않는다.

오히려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건강에 대한 인식이 있을수록, 성평등 의식이 높을수록, 젊을수록, 대도시에 살수록, 취업상태일수록 다이어트를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한국에서 다이어트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단 걸 알 수 있다.

다만 통계청 조사에선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띈다. 외모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 다이어트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여성은 24.9%가, 남성은 20.6%로, 경험이 없는 이들보다 각 6%p, 10%p씩 높다. 다른 모든 통계 항목에서 긍정적 조건을 가진 경우에 다이어트 비율이 높아졌단 걸 감안한다면 유의미한 항목이라 할 수 있다.
 
책 표지
▲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책 표지
ⓒ 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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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가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다른 많은 사회가 그렇듯 한국사회에도 분명한 외모차별이 작용하고 있다. 외모차별을 당한 이들 중 상당수가 다이어트를 통해 외모를 개선하려 한다.

그 사이에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 외모의 개선이란 문구 아래 가려진, 현재의 외모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각이 자리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불만족은 때로 혐오로 발전하기도 한다. 다이어트 안에 제 몸에 대한 혐오가 자리하게 되면 그건 결코 건강하지 않다.

권여름의 소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는 제 몸을 혐오하게 하는 세상과 그렇게 시작된 다이어트의 폐해를 짚어낸다. 얼핏 식상하게도 여겨질 수 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문제를 집중해 파고든다. 배경은 무려 살을 빼는 이들이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단식원이다.

주인공은 단식원 코치 양봉희다. 단식원의 초창기 회원으로 돋보이는 성과를 올려 다른 이들의 다이어트를 돕는 코치까지 된 인물이다. 그런 그녀에겐 유독 마음이 가는 회원이 한 명 있다. 회원일 적 제 곁에서 함께 살을 뺐고, 여전히 단식원에서 가장 믿음직한 운남이다. 그런데 운남이 소설의 시작과 함께 사라진다.

단식원은 촬영 중이다. 팀별로 나누어 각 팀이 살을 빼는 과정을 경쟁하도록 하는 유튜브 프로그램이 제법 입소문을 타며 방송되던 중이었다. 운남은 봉희가 이끄는 팀의 주역이었다. 프로그램도 그녀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봉희가 갑자기 사라진 건 방송에도 큰 차질이 있게 된단 걸 의미했다.

전교 1등이 미인대회 입상자에 밀렸다

원장은 봉희로 하여금 운남을 찾아 나서도록 한다. 안 그래도 운남에게 각별히 마음을 쓰던 봉희였다. 소설은 봉희가 운남을 찾아가는 과정으로부터 차츰 단식원의 비밀에 가까이 다가서는 모습을 그려낸다.

봉희는 단식원이 제가 알던 곳과 다르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살을 빼도록 돕고 그로부터 회원들의 건강을 찾아주는 곳이라고 여겼던 단식원이 실은 회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봉희는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만 원장이 그를 가로막는다. 그 과정에서 봉희와 다른 단식원 사람들의 사연, 그들이 겪는 안타까운 사정이 흘러가듯 보여진다.

상고에서 1등을 했지만 100위권이던 미인대회 입상자에게 밀려 떨어진 봉희, 아이돌 연습생이지만 불어난 몸 때문에 데뷔하지 못하는 안나, 비건동아리에 가입했다가 뚱뚱한 몸 때문에 모멸감을 느끼게 된 운남, 이들의 경험은 결코 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권여름의 소설이 현대사회의 유효한 문제를 짚어내고 있단 건 분명한 장점이다. 폐쇄적 조직의 비밀을 알아가는 구성도 단순하지만 확실하게 긴장감을 자아낸다. 다이어트에 앞서 제 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 이 책이 괜찮은 선택지가 되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독서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권여름 (지은이), &(앤드)(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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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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