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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경찰·소방관 등 국가의 안전을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분들이 사망하거나 다치면 국가 차원에서 희생과 공헌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예우를 하죠.

특히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재산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중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은 국가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여 그의 희생과 공헌을 보상하는데요.

국민의 생명·재산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중 사망하거나 다친 것이 아니더라도, 군인이나 경찰·소방 공무원, 혹은 국가나 지방공무원이 복무기간 중 사망하거나 다쳤다면 국가 책임차원에서 보상이 필요한 '보훈보상대상자'로 구분하여 국가보훈처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가보훈처에서 상해와 장애의 정도에 따라 1~7급의 상이등급 판정을 받는데요. 이렇게 보훈보상대상자가 되면 매달 보상금과 부양가족수당을 받고,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및 자녀의 교육·취업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7급만 빼고요

보훈보상대상자 7급은 보상금 36만5000원 수준의 소액의 보상금만 지원받을 뿐, 부양가족수당 지급 대상에서는 배제되어 있으며, 자녀 교육비 지원 및 본인 의료비 지원에 있어서도 일부 제한을 받습니다.

이에 화난 보훈보상대상자 7급 판정자들이 모였습니다. 지난 14일, 공동소송 커뮤니티 '화난사람들 일단모여' 커뮤니티에 "보훈보상대상자 7급 차별대우 분노모임"라는 이름의 피해자 모임이 개설되었습니다. 9월 21일 기준, 화나요 135개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공동소송 커뮤니티 '화난사람들' 웹사이트에 개설된 "보훈보상대상자 7급 차별대우 분노모임" 일단모여 갈무리
 공동소송 커뮤니티 "화난사람들" 웹사이트에 개설된 "보훈보상대상자 7급 차별대우 분노모임" 일단모여 갈무리
ⓒ 화난사람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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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국가가 상이등급 7급 보훈보상대상자를 차별대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화난사람들 에디터가 모임장 강원호(가명)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군복무에 대한 자부심이 아닌 군생활에 대한 후회만 남아"

원호씨는 군 복무 중 발목이 부러졌는데, 20년 동안 자신이 보훈보상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지난해에야 보훈보상대상자 7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경사로를 오르는 데 어려움을 겪고, 밤마다 관절염으로 고생합니다. 운전을 할 때도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보훈처를 통해 '장애인 주차증'을 발급받는 일조차 어려웠다고 합니다.

"6급은 그냥 보훈처에 (장애인 주차증을) 신청하면 바로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7급은 받으려면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해야 되거든요."

장애인주차증 발급과 같은 사소한 부분을 포함하여 여러 지원 내용에서 굳이 7급만 예외로 두어 수많은 7급 상이자들의 마음까지 아프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원호 씨는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전체 지원 대상자 중에) 7급이 가장 많은 걸로 알아요. 그럼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공공데이터포털에서 쉽게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시위원회의 월별 상이등급 심사현황 데이터를 확인해볼 수 있는데요. 지난 8월 보훈처에서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한 심사완료 건수 377건 중 7급 판정을 받은 건수가 241건으로 가뿐히 과반수를 기록했습니다(전체 심사완료 건수 1631건, 기준미달 1254명).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7급 상이자들이 과반수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보훈처 예산안, 7급 보상금 인상되나?

국가보훈처는 지난 8월 31일, 7급 상이자의 보상금을 9% 인상하는 2023년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 8월 31일 배포된 국가보훈처 보도자료 중 갈무리
 2022년 8월 31일 배포된 국가보훈처 보도자료 중 갈무리
ⓒ 화난사람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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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존의 보상금이 36만5000원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9%를 인상한다고 해도 인상분이 4만 원에 못 미칠 정도로 적습니다. 게다가 7급 상이자들이 바라는 부양가족수당 등의 지원은 여전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부양가족수당이 10만원임을 고려할 때, 가족이 있는 상이자라면 부양가족수당을 추가로 받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원호 씨의 설명입니다. 국회는 지난해 7급 상이자에게 부양가족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본예산 심사에서 사라졌습니다.

7급 차별대우의 시작, 2012년 법 개정

국가보훈처(보훈처)는 2012년 국가유공자에서 '보훈보상대상자'를 분리하여 신설하면서, 그에 따른 지원 내용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이때부터 이미 보훈보상대상자 중 상이등급 7급 판정자에 대한 지원을 예외로 하는 내용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보도자료를 확인해보면, "(보훈보상대상자의)보상금은 국가유공자의 70%로 지급하고, 보훈보상대상자 중 상이등급 7급판정자 및 그 유족은 부양가족수당 지급대상이 아님"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차별대우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2012년 6월 19일 국가보훈처 보도자료 갈무리
 2012년 6월 19일 국가보훈처 보도자료 갈무리
ⓒ 화난사람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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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급 2항과 7급 사이에 '6급 3항'이 신설된 것도 이때입니다. 보훈처는 6급 3항을 신설하는 이유로 "불합리한 상이등급 기준을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힙니다. 일부 7급 상이자들의 지원 확대 요구에 대해, 실제로 7급 지원 내용을 확대하는 대신, 7급에 대한 차별대우는 그대로 둔 채로 일부만 6급 3항으로 포섭하여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훈보상대상자 7급도 똑같이 아프고 힘듭니다

상이등급 7급으로 남은 이들의 불만은 여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설된 6급 3항의 상이기준과 7급의 상이기준의 차이가 미미해 보인다는 것도 이들이 부당함을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를 테면 "치아가 10개 이상 상실되어 보철을 하거나 보철을 필요로 하는 사람(분류번호 2409)"은 6급 3항의 상이등급 판정을 받지만, "치아가 5개 이상 상실되어 보철을 하거나 보철을 필요로 하는 사람(분류번호 2410)"은 7급 판정을 받습니다. 치아가 9개 상실된 사람은 치아가 10개 상실된 사람이 신체 장애로 인해 일상에서 겪는 불편감과 큰 차이가 없이 비슷한 불편감을 가지고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지원내용이 매우 제한된 7급 판정을 받게 되는 겁니다.

또, 손가락을 잃은 경우도 비슷합니다. "한 손의 엄지손가락이나 둘째손가락을 포함하여 2개의 손가락을 잃은 사람(분류번호 7310)"은 6급 3항의 상이등급 판정을 받지만, 마찬가지로 2개의 손가락을 잃었어도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이 아닌 손가락만을 잃은 사람(분류번호 7313)이나 한 손의 엄지손가락이나 둘째손가락만을 잃은 사람(분류번호 7312)은 7급 판정을 받습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3] 상이등급 구분표 갈무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3] 상이등급 구분표 갈무리
ⓒ 화난사람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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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모여를 개설한 모임장 원호씨는 상해나 장애 정도에 따라 신체에 등급을 나눈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합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에 이미 장애등급제를 폐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군대에는 아직도 신체를 등급화하고 차별하는 행태가 남아있는 거예요. 게다가 그 차별의 정도가 너무 크다는 게 저희의 주장인 거죠."

국감에서 목소리 낼 계획

원호씨는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일이 보람과 자부심으로 남기 위해서는, 보훈처가 상이자들을 갈라치기하는 정책을 멈추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군복무를 같이 한 사람들을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로 나누고, 다시 1~7등급으로 나누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차별대우는 사라져야 합니다. 지금의 보훈처의 정책은 군복무의 의무를 다하다 사망 혹은 부상을 당한 이들에게 군복무에 대한 자부심이 아닌 군생활에 대한 후회만 주고 있습니다."

일단모여 모임장 원호 씨는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목소리를 낼 계획입니다. 나아가 이번에도 7급 상이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국가를 상대로 공동의 법률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 화난사람들 웹사이트www.angrypeopl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국가보훈처, #보훈보상대상자, #상이등급 7급, #재해부상, #화난사람들 일단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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