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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극우정당 Fdl의 조르지아 멜로니 대표가 9월 25일 로마 선거운동본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극우정당 Fdl의 조르지아 멜로니 대표가 9월 25일 로마 선거운동본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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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25일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파 '이탈리아 형제당(Fdl)'이 승리했다.

이탈리아 정치는 한동안 혼란에 빠져 있었다. 지난 7월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붕괴하고 상하원 모두가 해산되어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이탈리아 정치의 혼란을 주도한 세력은 포퓰리즘 정당으로 알려진 '오성운동(M5S)'이었다. 반체제 정당으로 출범한 오성운동은 기성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거부하며 반EU, 반이민, 감세 등의 주장을 내세워 2010년대 초반부터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떠올랐다.

오성운동은 2013년 총선에서 25%, 2018년 총선에서는 32% 이상의 득표를 기록하며 기존 정치세력을 압도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8년에는 극우정당인 '동맹당(Lega)' 역시 17%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보여주었고, 기성 체제에 반기를 든 두 정당이 연합해 정부를 구성하기까지 했다.

전통적으로 이탈리아 중도좌파 연합을 주도한 '민주당(PD)'이나, 베를루스코니가 이끌던 보수정당 '전진 이탈리아(FI)'는 이 선거에서 도무지 힘을 쓰지 못했다. 2018년 6월 주세페 콘테가 총리를 맡은 오성운동-동맹당 내각이 출범했다. 유럽의 주변 국가들은 의심과 우려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기성정치에 들어와 집권당으로까지 성장한 반체제 정당은 표를 얻는 데는 유능했을지 몰라도, 정부를 운영하는 데 능숙하지는 못했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약속한 반EU, 반이민 정책 등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 노동시장 개혁에도 실패했다. EU와의 협상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양보만을 계속했다.

오성운동과 동맹당은 이제 집권당이자 완연한 '기성정당'이 되어버렸다. 국민들의 지지도 떠나기 시작했다. 정치혐오에 기대 집권한 정치인들의 당연한 딜레마였다. 출마를 할 수록, 정치를 할 수록 지지를 잃는 것은 반체제 정당의 어쩔 수 없는 결착이었다.

기성정치가 되어버린 반체제 정당

결국 2019년 연립정부를 꾸린 오성운동과 동맹당은 갈등했다. 동맹당은 여당에서 탈퇴했고, 오성운동은 중도좌파 민주당과 손을 잡고 다시 정부를 꾸렸다. 기성정당과의 연대 거부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던 정당이, 이제는 기성정당과의 연대로 정권을 이어나가는 선택을 한 것이다.

지지를 잃은 총리 주세페 콘테는 결국 2021년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정권이 혼란에 빠지자 이탈리아의 정치권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중립적인 인사를 총리에 앉히기로 한다. 이탈리아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 총재를 맡았던 경제관료, 마리오 드라기가 그 사람이었다.

정치권에 몸담은 적 없는 중립 인사 마리오 드라기가 총리에 오르자 대부분의 정당이 정부 구성에 참여했다. 혼란에 빠진 정치를 수습하기 위한 일종의 거국중립내각이었다. 민주당과 전진 이탈리아가 정부에 참여한 것은 물론이고, 오성운동과 동맹당까지 내각에 참여하며 여당이 되었다.

이렇게 과거의 반체제 세력이었던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긴 기간 집권을 이어가고, 기성정당과 연대하는 등 관료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새로운 세력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과거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말했던 반체제, 반기성정치를 말하는 유사한 세력이었다. 그것이 조르지아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형제당이었다. 이탈리아 형제당은 원내 대부분 정당이 참여한 드라기 정부에도 참여하지 않고 야당 생활을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드라기 정부가 붕괴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제안한 수십 조 원 규모의 민생지원법안을 오성운동이 거부한 것이다. 드라기 내각은 색깔과 이념이 다른 여러 정당이 연대해 꾸린 내각이었고, 그런 만큼 드라기 총리는 연립정부 내의 단결과 연합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기 총리의 핵심 의제였던 민생지원법안을 연립여당의 일원인 오성운동이 거부하자 총리직 사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현재의 원내 구성으로 새로운 총리를 선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탈리아 정치권은 결국 상하원을 모두 해산하고 새로운 의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지난 25일 선거가 치러졌다.

형제당의 승리

드라기 정부에서 야당의 위치를 점하며 기성정치에 반발하는 여론을 흡수한 이탈리아 형제당은 크게 성장했다. 반면 이미 기성정당 취급을 받게 된 오성운동과 동맹당은 그 입지를 잃었다.

이탈리아 전국에서 99% 개표가 완료된 현재, 이탈리아 형제당이 이끄는 우파연합이 총 43.8%를 득표하며 가장 많은 표를 가져갔다. 반면 민주당이 이끄는 좌파연합의 전체 득표는 26.2%에 불과했다. 이외에 어떤 연합에도 참여하지 않은 오성운동이 15.4%, 중도연합이 7.8%를 얻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파연합의 득표 가운데 이탈리아 형제당이 얻은 득표는 26.1%였다. 여기에 우파연합에 참여한 동맹당이 8.8%, 전진 이탈리아가 8.1%를 얻었다. 좌파연합의 득표 가운데 민주당의 득표는 19.1%였다. 민주당은 개표 초반 이미 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이탈리아 의회의 의석 중 3분의 1은 지역구로, 3분의 2는 비례대표제로 선출된다. 우파연합이 얻은 득표가 50%에 미달하지만, 우파연합은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우세를 가져오면서 의석수로는 양원 모두에서 충분히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파시즘의 부활

멜로니의 집권이 확실시되면서 주변국에서는 다시 한 번 이탈리아 정치에 의심과 우려를 보내고 있다. 멜로니는 "생물학적 성에 찬성하고 젠더 이데올로기를 반대한다"거나, "이슬람 폭력에 반대하고 안전한 국경을 지지한다"며 성소수자나 이민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표출하던 정치인이다.

멜로니는 무솔리니의 파시즘과 분명한 연계를 가진 이탈리아 사회운동에서 정치운동을 시작했으며, 현재도 파시즘과의 연계를 끊어내지 못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멜로니는 지난 8월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과 반유대주의를 분명히 규탄한다"고 밝혔지만, 선거 과정에서는 이탈리아 형제당 소속 정치인의 히틀러 찬양 발언이 발견되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등 유럽연합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멜로니의 정치색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멜로니는 이미 친러시아적인 이념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으며, 이탈리아 형제당은 유럽의회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반대했다.

멜로니는 선거를 앞두고 "유럽 통합에 대한 완전한 준수"를 약속하며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 다른 유럽 국가와 뜻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파연합에 참여한 다른 정당의 입장은 여전히 문제적이다.

집권 시절 여러 부패 스캔들과 성추문을 일으킨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강제 합병 뒤 크림 반도에 방문하며 사실상 러시아의 침략행위를 지지하기도 했다. 동맹당의 마테오 실비니 대표는 과거 "지구상 최고의 정치인"으로 푸틴을 꼽았을 정도로 친러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인사다.

물론 오성운동-동맹당 연합의 집권 시기와 마찬가지로 주변국의 우려는 기우에 그칠 수 있다. 이탈리아 형제당은 이제 기성정당이 되는 길을 가고 있으며, 그렇다면 오성운동-동맹당과 마찬가지의 딜레마를 겪을 것이다. 과거 스스로 주장했던 것과 같은 강경책은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정당이지만, 그것도 집권당이지만, 정치를 할 수록 국민의 지지를 잃어가는 현상을 형제당도 분명 경험할 것이라 생각한다. 

형제당 역시 이번 선거에서 8%대 득표율에 그친 동맹당과 같은 초라한 결말을 맞을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이유로 유럽연합과 국제사회가 가하는 압력은 과거보다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형제당의 몰락은 오히려 동맹당보다 빠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형제당을 선택한 26%의 민심, 우파연합을 선택한 절반의 민심은 남는다. 그것마저 손쉽게 몰락하리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들이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들의 주장이 단순한 혐오와 차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절반의 여론을 공존과 평등으로 이끌어낼지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혐오의 목소리를 재생산하지 않고, 최소한의 규칙과 존중을 구조화시킬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극우파와 포퓰리즘 세력의 성장이 국제적인 현상이 된 오늘, 단순히 몇몇 과격한 정치인의 돌출행동을 비웃고 그 국민을 조롱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다. 말했듯 멜로니는 쉽게 몰락할 수 있다. 그러나 동맹당이 몰락하고 형제당이 성장한 것과 같이, 형제당이 몰락한 뒤에는 또 다른 정당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그렇게 쉽게 몰락하지 않는 정당도 있을 것이다. 더 현명하게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정당도 있을 것이다. 100년 전 이탈리아에는 그런 정당이 있었다. 그 정당은 독일의 손을 잡고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을 남겼다. 적어도 우리가 그런 역사를 남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면, 지금 이탈리아를 주목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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