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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 놓인 일회용 컵의 모습.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 놓인 일회용 컵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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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12월부터 제주, 세종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선도적으로 운영된다. 대형 카페 등에서 음료를 구매할 때,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경우 보증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을 두고 환경을 위한 일이라는 취지는 알겠지만,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제도 자체에 대한 홍보가 잘되지 않았을뿐더러,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씌우는 정책이라는 지적이었다.

실제 필자는 주변 지인들에게 '일회용컵 보증금이라고 들어 봤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주 협소한 표본이나마 조사해본 결과, 해당 정책에 대해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일회용컵 보증금'이란 건 대체 무슨 제도인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사용한 공병(콜라병, 소주병 등)을 마트에 주고 일정한 보증금(70원~350원)을 돌려받는 것처럼 사용한 일회용컵을 가게에 반납하고 음료 구입 때 지불했던 보증금(300원)을 돌려받는 제도이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제과점 등이 그 대상이다.

사실 이 제도는 2002년도에 도입되었다가 2008년 낮은 회수율과 규제 완화 등의 명분으로 흐지부지 폐지된 바 있다. 이렇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던 일회용컵 보증금 정책이 다시 등장하게 된 건 2020년 6월 2일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당시 정부는 올해 6월부터 다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다(이후 2022년 12월 2일로 연기). 그렇게 2년이 흐른 올해 5월,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 시행을 코앞에 두고 처음으로 당사자인 커피 전문점을 대표로 하는 음료 판매 사장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선 어떤 이야기가 나왔을까?

탁상행정의 반복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며 간담회 테이블에 앉았던 사장 A씨와 B씨는 다음과 같이 이번 정책의 문제점을 전했다.

"정책 의미에는 당연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최초 이 정책을 전국 커피 전문점에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실시한다고 했거든요. 현재 전국 카페만 7만 개입니다. 한마디로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손님들은 당연히 보증금이 없는 카페를 찾겠죠. 보증금 돌려받으려면 그 컵을 잠시라도 보관하고 있다가 그 가게 다시 가야 하는 데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까요?"

"사용한 컵의 회수와 관리가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메뉴에 따라 끈적끈적한 시럽과 유제품이 들어가죠. 이건 세척도 잘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충 헹궈서 보관하면 냄새나고 벌레가 꼬이는 위생 문제가 발생하죠. 그리고 어디다 보관하나요? 지침으로는 보관하는 컵이 천 개가 넘어야 업체에서 수거한다고 하니 그 수량이 채워질 때까지 공간을 확보해서 보관해야 한다는 거죠. 최악의 경우는 손님을 받아야 하는 공간을 수거한 컵 공간으로 할애해야 합니다."

"일회용컵 회수 때 타 브랜드 것도 받으라고 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컵 보증금을 환불받으려고 바쁜 매장에서 기다릴까요? 당연히 근처에 한가한 가게로 가겠죠. 그럼 그 가게는 컵 수거장이 되는 겁니다. 커피는 팔지 못하고 타 브랜드 컵이나 받는다면 그 사장 기분이 어떨까요?"


"시행이 6월인데 환경부와 5월부터 회의했고요. 당시 우리가 강력하게 반발하자 12월로 유예가 되면서 현장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했거든요. 이 정책으로 매장에 피해가 안 가게끔 보완 시행하겠다고요. 그런데 담당자가 바뀌면서 회의를 처음부터 다시 하고 있어요.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 거죠."

사장들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정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컵을 회수하여 바코드를 스캔하면 당사자에게 온라인으로 보증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바코드가 인쇄된 스티커 라벨을 별도로 구매하여 일회용컵에 일일이 붙여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라벨 구매비는 물론, 빠듯한 영업 환경에서 수익과 관계없는 일에 인력과 시간 소모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들은 바코드 라벨 스티커, 컵 라벨링 장비, 컵 회수기 등에 필요한 비용을 국고 보조금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공공장소, 대형 빌딩, 아파트 등에 무인 회수기 설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환경부는 이에 어떤 응답을 내놨을까. 환경부는 지난 23일 제주와 세종에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도입된다고 밝히며, 일회용컵 보증금제 추진방안과 소상공인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환경부는 참여 매장에 표준용기 확인용 바코드 라벨비(개당 6.99원), 보증금 카드수수료(개당 3원), 표준용기 처리지원금(개당 4원) 등을 지원한다고 한다.

또, 라벨 부착에 필요한 보조도구와 일회용컵 간이 회수기 구매를 지원하고, 공공장소에 무인회수기를 집중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제도 시행 초기에는 같은 브랜드의 일회용컵만 해당 브랜드 매장에 반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발표 내용만 본다면, 점주들의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는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실행'이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준비하는 지난 2년간 프랜차이즈 기업의 본사 측과 주로 소통했다. 가맹점주들과의 소통은 부족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제대로 안착하려면, 앞으로도 여러 문제에 대한 우려를 성실히 듣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환경 문제에 우리보다 앞서 대처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는 관련 정책 시행 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한 후 시행한다고 한다.

이제 시행착오는 그만해야 한다

환경부는 지난 9월 23일, 12월로 연기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와 관련하여 "예정대로 올해 12월 2일로 하되,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라며 "관광객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제주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될 것이며, 다수 공공기관이 입주한 세종은 공공이 앞장서 일회용 컵 회수·재활용을 촉진해 자원순환 중심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환경 단체는 해당 정책이 시범 사업으로 축소된 것이라며 반발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는 특정인, 특정 단체, 특정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당연히 우리가 모두 나누어 짊어져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다. 따라서 이전처럼 부족한 인력, 시간, 예산이라는 핑계에 허술하게 계획하고 떠밀리듯 시행한다면 이전의 시행착오를 또다시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꼼꼼한 준비를 해야 한다.

바다 오염을 다룬 넷플릭스의 환경 다큐멘터리 <씨스파라시> 영상 초반엔 플라스틱 빨대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놀랍게도 플라스틱 빨대에 의한 바다 오염은 0.03%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바다를 오염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은 사실 그물과 같은 어업용 도구라는 '진실'을 보여준다.

이 다큐가 전달하고자 하는 건 이거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돈과 노력이 많이 들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쉬운 방법만 선택하고 회피한다면, 우리의 노력은 그저 '쇼'에 불과하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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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에서 자영업자 그리고 시급제 노동자와 법인대표로 일하며 느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같은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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