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정부와 강원도교육청이 선거 공약이었던 진단평가를 실시하겠다고 잇달아 발표하면서 도내 학생들의 시험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강원도교육청(아래 도교육청)은 오는 11월부터 2022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아래 진단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등 사회적 변화로 발생한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학교 교육력 회복을 위해 치러지는 이 시험은 초등학교 4~6학년, 중학교 2~3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국어·영어·수학 세 과목이 시험 과목이다. 초등학교 4학년은 국어·수학만 치른다. 이번 평가는 11월 25일~12월 2일 신청학교에 한해 원하는 날짜에 실시될 예정이다.
도내 학생들은 도 차원의 평가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실시될 학업성취도 평가도 치러야 한다. 이 시험은 지난 9월 실시 예정이었지만 전산상 오류로 연기돼 구체적 일정이 나오면 치러질 예정이다. 계획대로 실시됐다면 도내 학생들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진단평가에 더해 한 학기 총 4번의 시험을 치르게 될 뻔했다.
도교육청-전교조 강원지부 정면 출동
한편 진단평가를 놓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전교조 강원지부)와 강원도교육청이 정면충돌했다.
도교육청은 진단평가 시행 여부 결정 전 교육 공동체인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설명회 등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6일 도교육청 소속 더나은교육추진단은 도내 초·중·고 교사, 학생· 학부모 등 총 1만2375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 결과, 학생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평가 도구의 필요성에 학부모 81%, 교사 74%, 학생의 40%가 '필요하다'는 긍정 답변을 했다고 발표했다. 강원도형 학업성취도 평가의 필요성에는 학부모 72%, 교사 44%, 학생 33%가 찬성했다.
반면 전교조 강원지부는 "강원도교육청이 도내 학원가와 사교육업계에 종합선물을 보낸 것과 다름없다"며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학교들은 학년 초 수립된 평가 계획에 따라 수행평가·지필평가 등 다양한 시험을 치르고 있고, 교육부 성취도 평가까지 더해진 상황인데 도교육청이 진단평가까지 추가한다면 학교 교육과정의 파행과 학생 인권 침해가 현실로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9월 22일 전교조 강원지부가 진단평가 관련 설문에 응한 교사 728명 중 67.3%는 도진단평가의 필요성에 부정적으로 답했다"며 "평가 도구가 필요한가, 안 필요한가와 같은 똑같은 질문을 집요하게 되풀이하는 설문을 해놓고 진단평가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필요성이 분명해졌다고 말하는 도교육청의 입장이 보기 안쓰럽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 결과와 달리 현실에선 회의적
도교육청의 평가도구 필요성 자체를 묻는 질문에 답변 결과와 달리, 다수의 시험을 치러야 하는 현실 자체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춘천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박아무개(15)양은 도진단평가와 교육부 학업성취도평가에 "만약 두 시험을 모두 치르면 공부의 효율은 올라가겠지만 시험 기간의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커져 지칠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시험공부 하랴, 수행평가 준비하랴 이미 지치고 벅찬 상황인데 시험이 또 늘어난다면 아이들에게 갈 부담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아이들의 학력 수준을 알기 위해 실시할 뿐,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려고 하는 건 아니다'라는 시험 강행론에 대해 "이미 강원도의 학력 수준이 낮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인데 아이들의 수준을 평가한다고 달라질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강원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평가라는 선출직 리더들의 공약 실천이 학생들에 어떤 영향으로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하정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