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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모든 일은 세월이 가면서 순간순간 알지 못하는 변화를 맞는다. 우리가 겪었던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그랬다. 몇 년 동안 제사에도 참석을 못하고 형제들 생신에도 만나질 못했다. 마치 우리 삶의 한 순간이 멈춤을 하는 듯 마음 한 구석이 서럽도록 쓸쓸해 왔다. 더욱이 나이 들면서 세상과 격리된 듯한 허허로움이 마음 안에 차 올라 외로웠다. 나이 들면 만나야 할 사람도 가야 할 곳도 줄어든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이다. 코로나가 끝은 아니지만 잠시 소강상태로 숨을 쉴 수 있는 날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많이들 고생했다. 잘들 견뎌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힘들었나. 사람이 살아가는 일은 견디는 일이라고 한다. 견디고 살다 보면 힘이 들어도 살아진다.

지난 일요일 시동생 생신이었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3년 만에 처음으로 모이는 가족 모임이다. 우리 시댁은 유난히 형제의 우애가 깊다. 한동안 코로나로 인해 모이지 않던 형제들과 작은 집 조카들이 모였다. 해외에 나가 살다가 돌아와 7년 만에 만난 조카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이 반가웠다. 이제야 예전 살아왔던 우리의 일상이 돌아온 듯해서 마음이 흐뭇하다. 애기였던 조카들 자녀들은 몰라 보게 성장을 했다. 손자 손녀들을 바라만 보아도 좋은지 시동생은 웃고만 계신다. 우리 남편은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조카들 어린 자녀들에게 배춧잎 하나씩 돈을 돌리는 센스를 보여 준다. 인사만 하고 마는 할아버지와 돈 주는 할아버지는 차별화된다.

어린애들에게 작은 돈이라도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역시 남편은 속이 깊다. 아이들을 챙기니 보기 좋다. 그래, 돈이란 써야 할 곳 알맞은 곳에 써야 빛이 난다. 사람은 각기 성향이 다르다. 돈을 쌓아놓고도 쓸 줄 모르는 사람은 못 쓴다. 나이 들면 적당히 돈을 알맞게 잘 쓸 줄 아는 사람이 멋지다. 돈을 어떻게 써야 할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명절이면 큰집에 모일 때 갓난아기였던 아이들이 벌써 많이 자랐다. 세월은 참 무심하다.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관하게 자라는 아이들은 세월에 따라 자라고 어른들은 나이 들어 늙어간다. 오랜만에 모이는 조카들과 아이들을 보니 반갑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 작은 집 가족들에게 고맙다.

사람은 가끔 좋은 사람과 만나면서 정을 나누고 맛있는 걸 먹을 때 사는 즐거움이 있다. 

생신에 모인 장소는 호텔 뷔페식당 룸에 자리를 마련했다. 사람은 살면서 일 년에 한두 번은 먹는데 사치를 해도 된다는 개인 생각이다. 부모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즐거운 자리를 만들어 준 자식들에게 감사하다. 가족이 모이면 어른들부터 앉는 자리가 있다. 나이 순으로 상석의 자리가 만들어진다.

몇 년 만에 모였는데 벌써 자리가 바뀌었다. 제일 어른이었던 큰 누나와 매형과 작은 매형까지 세 분은 돌아가시고 작은 누나 큰집 형수는 요양병원에 계신다. 벌써 제일 위에 어른 자리가 다섯 자리가 비게 되니 상석이 우리 자리가 되었다. 세월의 변화를 어찌 막을 수 있을까? 큰집 조카가 그 모습에 놀란다. 금방 자기 자리가 올라갈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한동안 만나지 못한 정을 나누며 맛있는 것을 먹는 시간이 즐겁다. 가운데 케이크를 준비해서 시동생 어린 손자 손녀와 모든 가족이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는 시간에 마음이 울컥해 온다. 여려운 시간을 견뎌내고 가족이 모인 자리는 감사하고 고맙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 들은 뒤에서 박수를 치며 웃음으로 화답을 한다.

생일잔치는 끝났다. 돌아서 나오는데 작은 집 시동생 둘째 아들이 내 가방에 무슨 봉투를 넣어 준다. "이게 뭐야" 하고 안 받으려 하니 "그냥 오랫동안 뵙지 못해서 용돈 조금 드리는 거예요" 더 이상 뿌리칠 수가 없어 받아 가방에 넣고 밖으로 나온다.
 
군산 울외 장아찌
 군산 울외 장아찌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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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헤어지려고 하는데 맨 큰집 조카가 선물을 준다. 군산에서 유명한 '울외 장아찌'를 한집에 하나씩을 모두에게 선물했다. 큰 건 아니라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조카에게 고맙고 보기가 너무 좋다. 오랜만에 가족의 정을 담뿍 받고 우리는 헤어져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모두가 가슴에 따뜻한 정을 안고 떠났다.

남편과 나는 집으로 돌아와 용돈 봉투를 열어 보니 많은 액수의 용돈이 들어있다. 그렇다고 아직 젊은 조카는 부자도 아니고 딸 셋을 키우며 월급 받고 생활하는 사람이다.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까? 받아서 좋기도 하지만 부담이 되는 마음은 피할 수가 없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니 마음이 울컥해온다. 고맙고도 고맙다. 그 용돈의 따뜻한 의미를 잘 새겨 마음 안에 두고두고 간직해 보련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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