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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화백
 거미 화백
ⓒ 이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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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에 사는 이종미 시인은 나이가 팔순이 다 되어 첫 시집을 펴냈다. 1944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치면 내년에 팔순이 된다. 그녀는 이미 이십 년 전에 수필가로 등단했고, 그로부터 십 년 만에 수필집을 냈다. 사진과 수필을 함께 엮은 사진 수필집이었다. 그리고 또 십 년이 지난 요즘 그녀는 시(詩) 쓰는 일에 빠져있다. 매일 시를 쓴다. 오랫동안 시를 써왔던 시인들도 매일같이 시를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늦바람이 아닌가!

수필가였던 그녀가 시에 빠지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종미 시인은 사진 찍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사진작가라는 말은 아니다. 요즘은 성능 좋은 카메라가 탑재된 휴대폰이 일반화되어 누구나 쉽게 어디서나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일이 많다.

이종미 시인도 그런 문명의 이기로 근사한 취미를 갖게 된 것이다. 노인들은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를 잘 다루지 못한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그렇지 않은 노인들이 정말 많이 있다는 것을 나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사진을 찍는 일은 건강에도 좋다. 운동 삼아 산책하며 멋지고 좋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육체적 건강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좋다.
 
이종미 시인
 이종미 시인
ⓒ 이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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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건강한 취미를 갖고 지내던 이종미 시인에게 어느 날 눈이 번적 뜨이는 소식이 전해졌다. 구청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중에 사진을 찍고 그 느낌을 시로 표현하는 디카시 창작교실이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틈틈이 수필을 쓰면서도 언젠가는 시를 써 보겠노라고 생각하던 차에 그야말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사진을 찍어서 시를 쓴다니,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이종미 시인은 구청에서 진행하는 디카시 창작반에서 공부했다. 그곳에는 나이가 대체로 지긋하신 분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이종미 시인은 좀 더 많은 편인데, 누구보다 집중해서 강의를 듣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시를 썼다. 들은 바로는 몇 개월 만에 수백 편의 작품을 썼다고 하니 정말 늦바람이 나도 단단히 난 것이다.

이종미 시인의 시집 '거미 화백'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그녀는 그 책에 실린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반성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짧다. 아름다운 자연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고, 내 감정선은 둔해질 것이고, 딸들과의 이별의 시간은 가까워지고 있다."

정말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그대로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 그리고 이별해야 하는 대상을 이야기하며 노년의 회한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한 노시인의 마음을 표현한 작품을 하나 소개한다.
  
너를 보러 가는 길
 너를 보러 가는 길
ⓒ 이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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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러 가는 길

붉은 여뀌가 멀리서 손짓한다
징검다리를 건너서 오라고
튼튼한 돌다리 건너는 것도
조심스러운 내 몸의 둥근 나이테


구청에서 진행하는 디카시 창작교실의 지도강사인 손설강 시인은 그 책에 실린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종미 시인을 떠올리면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대중가요가 떠오른다. 두 해만 지나면 80세인데, 딱 열여덟 수줍은 소녀다. 매사에 열정이 얼마나 많은지 디카시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이종미 시인의 글이 꼭 있다. 백 편을 상재했으니 아마 오백 편 이상은 썼을 것이다."

끝으로 송재옥 수필가의 말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나는 늦바람 난 청춘을 알고 있다. 그는 동창으로 번지는 아침노을을 시작으로 하루를 연다. 하늘 사진을 찍으며 바람난 디카시로 노래한다. 저녁노을이 지면 열정으로 산 하루를 돌아보며 그날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디카시로 마무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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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백 시인, 소설가, 소설미학 작가협회장 한국사진문학협회 대표, 문예지 계간 <한국사진문학> 발행인, 문예신문 <시인투데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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