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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장 김천일의 나주 출전도. 김천일은 1592년 임진전쟁이 일어나자 양산숙, 양산룡 등과 함께 의병을 모집하고, 나주 금성관 망화루 앞에 모여 임진전쟁에 참가해 국난 극복에 앞장섰다.
 의병장 김천일의 나주 출전도. 김천일은 1592년 임진전쟁이 일어나자 양산숙, 양산룡 등과 함께 의병을 모집하고, 나주 금성관 망화루 앞에 모여 임진전쟁에 참가해 국난 극복에 앞장섰다.
ⓒ 이돈삼(나주 정렬사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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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적을 토멸하지 못한다면 비록 이 땅의 어느 곳에 간들 살 길은 없다. … 진실로 죽음을 각오하면 도리어 살 길이 있을 것이다." 임진전쟁 때 의병을 일으킨 김천일(1537-1593)이 출정을 앞두고 한 말이다. 일본의 침략으로 나라가 풍전등화에 처한 상황에서 김천일은 의병을 일으켜 국난 극복에 앞장섰다.

"위태로운 처지에서 구차하게 죽음을 모면하고 주장(김천일)으로 하여금 혼자만 죽음에 빠지게 하는 것이 옳겠는가?" 양산숙(1561-1593)이 일본군에 포위된 진주성을 향해 헤엄쳐 들어갈 것을 결심하며 한 말이다. 양산숙은 김천일과 함께 진주성싸움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음으로 충절을 지켰다.

의병장 김천일은 비교적 알려진 인물이다. 반면에 양산숙 의병장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고, 의병사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충민공 양산숙 일가를 기리는 정려 양씨삼강문. 임진전쟁 때 진주성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순절한 양산숙 일가의 충효열을 기리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박호동, 박뫼마을에 있다.
 충민공 양산숙 일가를 기리는 정려 양씨삼강문. 임진전쟁 때 진주성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순절한 양산숙 일가의 충효열을 기리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박호동, 박뫼마을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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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일, 최경회 등 알려진 의병장은 물론 양산숙, 나덕명, 김충수, 문홍헌, 최대성, 정사준, 염걸, 황대중, 유팽로 등 상대적으로 생소한 의병장의 이야기를 한데 담은 책이 나왔다. 김남철이 '살림터'에서 펴낸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가 그것이다. '의롭고 당당한 삶으로 겨레의 별이 된 사람들'이란 부제를 단 책은 전남 출신 의병장 49명을 소개하고 있다.

"의병이라고 하면 임진전쟁과 정유전쟁, 양대 호란, 한말에 나라를 구하려고 목숨을 바친 분들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름이 떠오르는 분은 역사책에 나온 몇 사람뿐이에요. 의병을 이끌고, 또 의병을 돕거나 직접 참여한 분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죠. 우리가 알려고 하지 않고, 관심조차 두지 않았습니다. 배우지 않아서, 교과서에 나오지 않아서요."

저자가 의병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낸 이유다. 저자는 틈날 때마다 발품을 팔아 의병들의 흔적을 들추고 관련 자료를 뒤적였다.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엮고, 인물과 현장을 연결시켰다. 그리고 임진전쟁과 정유전쟁 때 활약한 전남의병을 한데 모아 체계적으로 또 지역별로 분석했다.
  
김남철이 펴낸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 ‘의롭고 당당한 삶으로 겨레의 별이 된 사람들’이란 부제를 단 책은 전남 출신 의병장 49명을 소개하고 있다.
 김남철이 펴낸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 ‘의롭고 당당한 삶으로 겨레의 별이 된 사람들’이란 부제를 단 책은 전남 출신 의병장 49명을 소개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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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에서 의병의 이야기를 나주, 화순·보성·장흥, 순천·광양·구례, 여수·고흥, 영암·강진·해남, 함평·영광·장성, 담양·광주 등 7개 지역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지역마다 4~10꼭지의 글을 통해 의병장과 의병들의 삶과 활약상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나주 편에선 임진전쟁 최초의 창의사 김천일, 유구하게 빛나는 충·효·열의 양산숙, 형제들과 함께 충절을 다한 나덕명,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임환, 영산강 해상의병으로 활약한 김충수 부부, 적진에서 피눈물로 기록을 남긴 노인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화순·보성·장흥 편에는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의 남편 최경회, 금산전투와 진주성 전투에 참가한 문홍헌, 대를 이은 의병 명문가의 의병장 박광전, 전투와 군사행정을 분리하여 승리한 임계영, 어모장군 전방삭 등을 소개하고 있다.

담양·광주 편에서는 두 아들과 의병을 일으킨 고경명, 전국에서 처음 의병 참가를 호소했던 유팽로, 익호장과 충용장을 하사받은 김덕령, 막대한 재산을 의병 결집에 제공한 양대박, 입암산성을 지키고 부부가 절의를 다한 윤진, 군량 보급에 힘쓴 의곡장 기효증 등을 넣었다.
  
화순 능주에 있는 삼충각. 임진전쟁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최경회와 문홍헌, 을묘왜변 때 순국한 조현 등 3명을 기리는 누각이다.
 화순 능주에 있는 삼충각. 임진전쟁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최경회와 문홍헌, 을묘왜변 때 순국한 조현 등 3명을 기리는 누각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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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된 의병장들은 국난 앞에서 의연하게 떨쳐 일어나 싸우다가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린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임진전쟁 때 이순신 장군뿐 아니라, 수많은 백성이 '의병'이란 이름으로 떨쳐 일어나 싸우다 들꽃처럼 사라져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시 의병장들의 서릿발 같은 기개와 거친 숨결도 행간에서 묻어난다.

역사는 멀리 있지 않고, 책 속에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사는 동네 뒷산, 길섶의 풀숲, 바닷가의 작은 표지석에도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가 스며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저자가 의병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 지도 금세 눈치챌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친 비석 하나, 아무도 찾지 않는 사우, 먼지 쌓인 자료는 이름 없이 죽어간 의병들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는 국난 앞에서 의연하게 일어선 의병들의 투쟁과 정신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야 민족정기가 바로 서요. 그럴 때만이 불행한 역사도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의병 이야기를 담은 책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를 펴낸 김남철 씨. 30여 년 동안 역사교사로 일하며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쳤다. 지금도 틈만 나면 답사를 하며 옛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의병 이야기를 담은 책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를 펴낸 김남철 씨. 30여 년 동안 역사교사로 일하며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쳤다. 지금도 틈만 나면 답사를 하며 옛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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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담은 이야기는 저자가 현장에선 후손들을 만나고, 문헌을 뒤적거린 결과다. 그의 손으로 쌓인 먼지를 털어낸 자료와 풀숲에서 찾아낸 유적이 빛을 본 성과물이다. 그는 조만간 한말 항일 의병에 대한 이야기를 묶고, 앞으로 근현대의 민주열사들의 삶도 따로 찾아볼 계획을 갖고 있다.

저자 김남철은 전남대학교 국사교육과, 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를 거쳐 전남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등학교에서 30여 년 동안 역사교사로 살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지금도 틈만 나면 답사에 나선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고, 또 주변에 알리기 위해서다. 잠자고 있는 민초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 역사쟁이로 사는 꿈을 갖고 있다.
  
임진전쟁 때 의병장 유팽로가 나고 자란 전남 곡성군 옥과면 합강마을. 유팽로의 이야기를 담은 벽화가 마을에 그려져 있다.
 임진전쟁 때 의병장 유팽로가 나고 자란 전남 곡성군 옥과면 합강마을. 유팽로의 이야기를 담은 벽화가 마을에 그려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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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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