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탑골공원 뒷편 장기 두는 노인들.
▲ 노인보호구역 탑골공원 뒷편 장기 두는 노인들.
ⓒ 고석배

관련사진보기

 
이제는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놀랍지도 않지만,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와 노인 빈곤율 1위를 휩쓴 2관왕 국가다. 이 '2관왕'이라는 의미는, 곧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가나 노인 빈곤이라는 공식으로 연결된다. 노인 자살률을 낮추려면 노인빈곤율을 낮추면 된다고 본다.

그러나 노인의 빈곤율을 낮추려는 국가의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노력은커녕, 얼마 전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노인 공공일자리 6만 개를 축소한다는 언론보도들이 나왔다(관련 기사: 공공형 노인 일자리 6만 개 없앤 정부... 우려스러운 이유 http://omn.kr/20ivf ).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11시 송해길에서 노후희망유니온 조합원들은 노인 문제에 관한 시위를 한다.
▲ 노후희망유니온 시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11시 송해길에서 노후희망유니온 조합원들은 노인 문제에 관한 시위를 한다.
ⓒ 고석배

관련사진보기

 
대한민국 베이비부머 1세대인 1958년 개띠들은 관련 법상 65세 '노인'이 됐다. 베이비부머 2세대 용띠클럽이라고 알려진 배우 차태현, 장혁, 김종국 같은 이들도 불과 4년 뒤면 50플러스 세대가 된다고 한다. 노년과 중장년의 이중 파도가 한국 사회에 몰아치는 것이다.

초고령사회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낮은 연금, 극심한 노인 빈곤에 대한 개선책은 보이지 않는다. 통상 퇴직자는 여전히 부양가족 생계비와 부족한 생활비를 걱정한다. 퇴직은 노동시장에서의 은퇴가 아닌, 구직의 시작을 의미한다.

노인들을 위한 추모제 

오는 10월 1일, UN이 정한 '노인의 날'에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앞에서 '제1회 무연고 사망 노인과 자살한 노인들을 위한 추모제'가 열린다. 그동안 무연고 노인의 사망이나 자살 노인은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들의 죽음은 노인의 소외와 빈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들이 살아 있을 때 이들이 한국 사회구성원의 1인이었음을 누구 하나 기억해 주지 않았고, 이들의 죽음마저도 그렇게 취급됐다. 죽음 이후에도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말하자면 영혼마저 소외된 존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노후희망유니온'은, 이렇게 잊힌 이들을 기억해 내고 소환해내어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전한다.

노후희망유니온은 오랫동안 '종로 탑골 떡잔치' 등을 마련하며 노인들과 소통해왔다. 올해부터는 이러한 봉사와 시혜적 활동에서 한 발 나아가 노인들의 실질적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행동적으로 찾으려고 한다. 올해가 1회 행사이며, 이들은 매년 공동제사 방식으로 계속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5월 1일 노동절이 있듯이 UN이 정한 10월 1일 '세계 노인의 날'에는, 이 날이 '노인절'이 되게 할 겁니다. 밀폐된 상공회의소 건물에서 보건복지부와 대한노인회가 샴페인 터트리는 것은 진정한 노인의 날 행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노인들이 죽어 나가는 데 무슨 '노인의 날' 행사를 그런 식으로 진행하나요?"란 지적이 이어진다.

전대석 노후희망유니온 사무총장의 발언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무연고 사망 노인의 추계를 발표하고 이 문제의 근본 해결방안을 마련하려는 정책토론회 등이 사회 전반적으로 이루어져 정부 당국이 관심 두고 정책에 반영하기를 기대합니다."

10.1 노인의 날... 종묘공원에서 열리는 추모제
 
노인 고독사는 빈곤이 부른 사회적 타살이기도 하다.
▲ 노인의 날 포스터 노인 고독사는 빈곤이 부른 사회적 타살이기도 하다.
ⓒ 고석배

관련사진보기

 
UN이 정한 노인의 날은 10월 1일이지만 한국은 10월 2일이다.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기 때문이다. 매년 국가에서는 10월 2일에 대한노인회와 함께 행사를 치루지만, 기성 노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담아내는 자발적 행사로는 그동안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반면 '제1회 무연고 사망 노인과 자살한 노인들을 위한 추모제'는 기층 노인들이 주인공인 주체적 행사다. 10월 1일 2시에 종묘공원을 도는 풍물 길놀이와 함께 시작된다. 수많은 만장이 세워진 가운데 김국진 노후희망유니온 위원장, 한국노년단체총연합회 김준기 회장, 경기아트센터 이사장 임진택 명창 등 내외빈 말씀이 있으며, 청년유니온 위원장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의 연대사로 이어진다.

참가한 모든 시민과 함께 헌화와 분향 후 '추모 살풀이'를 공연한다. 이어서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 낭독과 동시에 '붓글씨 퍼포먼스'와 '넋전춤' 공연도 펼친다. 마지막으로 기독교와 불교 및 천주교 단체의 추모의례가 진행된다.

주최 측은 행사를 통해 두 가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정부가 매년 무연고 사망 노인과 자살한 노인의 실태를 조사하여 발표하라는 요구다. 놀랍게도 지금까지는 실태조사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정부와 지자체가 향후 3년 안에 무연고 사망 노인과 자살한 노인의 숫자를 반으로 줄일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노인들이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 슬픔으로만 끝내선 안 된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한국 노인은 퇴직 후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에서 가장 오랜 기간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들이 가장 오래 일하면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인 것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노후희망유니온이 만들어지면서 굳이 명칭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왜 넣었을까 곱씹어 봤다. 그래도 '희망'은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희망 없는 현실,) 그걸 우리가 바꿔나갈 겁니다. 앞으로 우리가 요구한 대로 노인자살률과 무연고 사망자 수가 반으로 줄어든다면 10월 1일 '세계 노인의 날'은 앞으로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될 겁니다. 축제의 장이 되어 노인들이 웃으며 막걸리를 마시고 덩실덩실 춤을 출 때까지 우리는 계속할 겁니다."

- 노후희망유니온 사무총장 전대석

무연고로 사망한 노인과 자살 노인의 문제는 대한민국 노인정책의 가장 부끄러운 치부로 보인다. 또한 '노인 빈곤'과 '노인 소외'가 야기한 사회적 타살의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사도노인(思悼老人), 노인을 생각하며 슬퍼만 할 것인가? '울음'이 '목소리'로 바뀌지 않으면 슬픔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어렸을 땐 가족에 의지해 살아갑니다.
어릴 때는 어떤 위기가 닥쳐도 가족이란 든든한 후원자가 있습니다.
부당한 일, 억울한 일엔 부모라는 명확한 투쟁 주체가 있어서 아이들은 저항할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 홀로 서야 합니다.
노후일수록 국가의 보호막이 더 절실한 이유입니다."

- 노후희망유니온 김국진 위원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첫직장은 잡지사 였으나 의도된 기사를 강요해 포기. 방송작가와 방송프로듀서를 천직으로 알다 돈 벌어보겠다고 게임 사업함. 외국에서 한국어교사를 하다 돌아와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문화교육 전공. 시니어와 돌봄의 사회문제에 관심 많음. 가끔 시를 쓰나 발표할 생각은 없음. 좋은 기자가 되겠다던 첫 직장에서의 꿈을 이루고 싶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