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기자말]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마치 물결이 치듯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다만 갈대를 억새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흰색이나 은빛을 띠는 것이 억새이고 자주색이나 갈색빛이 나는 것이 갈대이다.

갈대의 키는 2~3m으로 사람보다 크고, 억새는 이보다 작은 1~2m 정도 된다. 이러한 외형적인 특징으로 치자면, 오히려 갈대가 투박하고 억세 보인다. 무엇보다 갈대와 억새를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이들의 서식지를 통해서이다.

갈대는 냇가와 습지 같은 물 주변에 있지만, 억새는 주로 산이나 들에서 자란다. 억새는 물가에 사는 물억새도 있지만, 뭍에 사는 갈대는 없다. 
 
신윤복, 종이에 수묵담채, 87 x 52.5 cm, 개인 소장
▲ 소상야우도(부분) 신윤복, 종이에 수묵담채, 87 x 52.5 cm, 개인 소장
ⓒ 공유마당(CC BY)

관련사진보기

 
<소상야우도>는 중국 호남성 소상강 지역의 밤에 비 오는 풍경을 담은 그림이다.
신윤복뿐 아니라 정선, 김득신도 <소상야우> 작품을 남겼다.

소상야우는 소상팔경도의 하나로, 소상팔경도는 소수(샤오수이강)와 상강(샹장강)이 합류하는 곳의 경치를 그린 산수화이다. 이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대표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북송시대에 처음 소상팔경도를 그렸고,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부터 그려졌다고 한다. 

소상팔경은 그림뿐 아니라 같은 제목의 시조와 판소리도 있어,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친 인기 있는 주제였다. 위 그림은 소상야우도의 일부분으로, 한밤중 비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중심으로 앞뒤로 자욱한 안개를 표현했다. 
 
이용우, 1940년, 비단에 수묵담채, 37.7 x 125.2cm
▲ 갈대와 기러기 이용우, 1940년, 비단에 수묵담채, 37.7 x 125.2cm
ⓒ 공유마당(CC BY)

관련사진보기

 
근대 동양화가 이용우(1904~1952)가 갈대와 기러기를 그린 작품이다. 갈대와 기러기를 그린 그림을 노안도라 부르는데, 이는 화조화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즐겨 그린 소재이다. 이는 갈대를 뜻하는 로(蘆)와 '늙을 로(老)', 기러기의 한자어인 안(雁)과 '평안할 안(安)'의 발음이 같아 '늙도록 평안하라'는 의미를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곧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김홍도, 종이에 담채, 23.1 x 27.5 cm, 간송미술관 소장
▲ 해탐노화도 김홍도, 종이에 담채, 23.1 x 27.5 cm, 간송미술관 소장
ⓒ 공유마당(CC BY)

관련사진보기

 
'게가 갈대꽃을 탐하다'는 뜻의 해탐노화도이다. 게 두 마리가 갈대꽃을 끌어안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그림을 이갑전려도(二甲傳臚圖)라고 하는데, '갑'은 게를 뜻하며 '려(臚)'는 '갈대 로(蘆)'와 발음이 비슷하다. 이 한자(蘆)는 '절굿대(개수리취, 국화과의 풀) 려'라는 음과 뜻도 있다. 

게는 딱딱한 껍질을 가진 갑각류로 '으뜸 갑(甲)'을 상징하여 장원급제 하라는 의미가 있다. 려(臚)는 임금으로부터 과거 급제자가 하사받는 음식이며, '전려'는 과거시험 합격자를 호명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의 게가 갈대꽃을 꼭 물고 있는 것은 소과(문과 가운데 생진과시, 생원과 진사를 뽑던 과거)와 대과(소과에 합격해야 대과에 응할 자격을 얻는다) 시험에 모두 합격하라는 뜻이다. 

갈대의 여러 가지 쓰임새

갈대는 벼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습지나 물가에 군락을 이루어 자란다.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부드럽고 유연해 보이는데, 갈대의 줄기를 살펴보면 속은 비어 있고 마디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갈대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왔다.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거나 빗자루나 발, 자리, 삿갓, 그물 등 생활용품을 만들기도 했다. 발은 만드는 갈대의 굵기에 따라, 가는 갈대 줄기로 짠 것은 김을 말릴 때 쓰고 굵은 갈대로 만든 발은 해를 가리는데 썼다. 갈대로 엮은 삿자리는 바닥에 깔거나 지붕을 잇는데 쓰였다. 

갈대의 어린 순은 음식의 재료로 이용했으며, 갈대의 잎(노엽)과 꽃(노화), 뿌리(노근)는 약으로 사용했다. 이 중 노근 혹은 위근이라고 부르는 갈대의 뿌리는 현재까지도 한약재로 쓰인다. 노(蘆)와 위(葦)는 갈대를 뜻하는 한자이다. 정확히 구분하자면 아직 이삭이 피지 않은 것을 노, 장성한 갈대를 위라 한다.
 
노근
 노근
ⓒ 윤소정

관련사진보기

 
노근도 줄기와 마찬가지로 속이 비어있으며, 뚜렷한 세로 주름을 볼 수 있다. 노근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갈증이 나고 입이 마를 때 진액을 생기게 해주고, 가슴에 열이 나고 답답한 것을 없애며, 구토를 진정시킨다. 기침이 나고 가래가 생길 때도 좋다. 또한 생선독이나 술독을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대표하는 갈대가 이렇게 여러 용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쓰였다는 것이 흥미롭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태그:#갈대, #노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