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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복낚시 신순임씨와 아세아낚시 정성자씨, 오른쪽 사진은 아세아낚시 정성자씨
 성복낚시 신순임씨와 아세아낚시 정성자씨, 오른쪽 사진은 아세아낚시 정성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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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부두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좋은 어린이 책'으로 선정됐을 때 소설 속 배경이 궁금해 가보고 싶었던 장소다. 만석부두에는 86세 고령의 나이로 68년째 낚시점을 운영한다는 신순임(86)씨가 살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신씨를 대신해 20여 년째 다른 낚시점을 하는 딸 정성자(63)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1960년에 태어나 줄곧 만석부두에서 살고 있는 정성자씨는 어린 날의 회상을 더듬어 만석부두의 이야기를 하나둘 들려주었다.

1970년 초까지는 영종도 섬을 오가는 여객선이 하루에 서너 차례씩 다니며 농사지은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을 함지박에 담아 똬리를 머리에 이고 첫 배로 와서 팔았다. 허둥지둥 막배 놓칠세라 다급히 가는 일상들이 허다했다.

갓 태어난 강아지와 새끼 돼지도 여객선 농산물 속에 들어와 팔려나가고 닭과 오리도 두 다리 새끼줄에 꽁꽁 묶인 채 목청이 터져라 홰치는 소리 내며 철썩이는 푸른 바다를 오갔다. 서울로 오가는 곡물을 만석이나 쌓아뒀다 하여 '만석부두'라고 불렸다. 오래전엔 있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섬의 모양이 괭이갈매기의 주둥이를 닮았다 하여 그 시절엔 주로 "괭이부리선창" 이라 불렀다.

지금의 만석부두는 이용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한 잔교가 놓여져 있고 어선이나 유선이 20여 척에 불과하지만 옛날에는 한두 시간 내에 낚시꾼들이 1300명 이상 출조하고 낚시선박이 70여 척이 넘을 정도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공간이었다.
 
만석부두 잔교(왼쪽), 고속정 낚시 배-유선(오른쪽)
 만석부두 잔교(왼쪽), 고속정 낚시 배-유선(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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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낚시를 즐기며 아세아낚시를 운영하는 정성자씨는 바다를 모르는 이들에게 선상에서의 하루를 알려주고 싶어 유튜브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 또 바다낚시를 취미로 하는 삶이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한 것인지를 강조해 알려준다.

일출이 시작하기 전 만석부두를 출발해 떠오르는 해를 보며 조식으로 라면을 먹고 갈매기와 향긋한 커피 한 잔에 낭만을 나눠 마신다. 갯지렁이와 미꾸라지를 끼운 봉돌이 주르르 물속깊이 잠수하면 넓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손끝에서 펼쳐진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텅 빈 마음이 되고 한 마리 인어공주가 되어 물고기를 낚는다. 토도독~ 봉돌이 바위를 치다가 까불까불 노래미가 미끼를 건들다가 옆구리에 걸려 올라오고 시꺼먼 개우럭이 덥석 미꾸라지를 삼켜 뱃전으로 나 뒹굴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환호성과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섞여 선상을 뒤흔든다.

파다닥 거리는 지느러미는 부채처럼 펼쳐지고 짠물 방울은 사방으로 튀어도 잠시 후 도마 위에 올려진 물고기는 고추장 속에 빠진 회가 돼 가느다란 목구멍에 미끄러지듯 통과한다.

"크아~ 이 맛이지!"

선상에서 점심을 먹고 달달한 커피 한 잔에 노을을 보며 한두 마리씩 쿨러를 채우다 보면 입항할 시간. 잡은 고기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자랑하며 나눠 먹을 생각에 즐겁기만 하단다.

정성자씨는 유치원 교사 생활을 하다가 출가해서 의류 사업을 했는데 IMF 때 친정엄마가 하는 낚시업을 돕다가 낚시 가게를 열게 됐다. 솜사탕 같은 목소리를 가진 그녀는 긍정적인 성격으로 화도진 도서관에서 22년간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 봉사를 했다. 소리 빛을 전달한 그 시간 역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이 가을 낚싯대를 들고 배를 타고 또는 연안으로 나가 물가에 앉아 텅 빈 마음을 비우며 세월을 낚아 보면 어떨까?

우럭인들 어떠하리~ 망둥이면 어떠하리~
갯지렁이 징그럽다면 염장인들 어떠하리~

주꾸미가 춤추는 가을을 잡아 올려 볼 일이다.
 
글·사진 현성자 i-View 객원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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