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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른 돼서 해!"

어른이라는 게 되면 무언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학창 시절 하고 싶은 걸 다하는 건 어른밖에 없었으니깐. 어른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멋질 것 같고 뭐든 다 이루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보니 무엇이든 아직도 무섭고 하고 싶은 걸 하기에 망설여지며 어릴 때 꿈꾸던 걸 이루지 못한 게 많다. 막연히 '어른'이라는 딱지가 붙었을 뿐인데 그저 어른이 된 것만 같고 책임만 가득 손에 쥐어진 것 같다. 
 
멋진 어른은 이런 멋쟁이가 아닐까?
 멋진 어른은 이런 멋쟁이가 아닐까?
ⓒ Mariya Georgie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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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광고에서 황정음이 그랬던가? "대학 가면 남자 친구 생길 것 같죠? 안 생겨요." 대학 가면 뭐든 일이 다 해결될 것만 같았지만 그렇지 않다. '멋진 대학생'은 커녕 '그냥 대학생'도 되기가 쉽지 않았다. 무언가 자율적으로 주어지면 더 할게 많고 이루는 게 가득할 줄 알았지만 그럴수록 고민만 늘어났고, 늘어나는 고민에 도전 또한 멀어져만 가는 기분이었다. 

직장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취준생 때는 취업만 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만 같고, 매일 아침 멋진 정장을 입고 이름표를 패용하며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멋지게 들고 출근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저 지각하지 않게 뛰쳐나가기 바쁜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어떤 이상을 꿈꿔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딱히 바라는 어떠한 이상적인 모습을 그린 게 아니라 막연한 망상을 꿈꿔왔을 것이다. 그런 환상적인 공간에서는 내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만 하면' 등 뭐든 다 해결될 것만 같은 지니의 요술램프를 바라왔을지도 모르겠다. 

꿈을 꾸면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었다. 현실을 부단히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 해야만 하는 것과 싸워야 한다. 그냥 꿈만 꾸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꿈꾸던 그 세상에서는 나에게 동아줄을 하나 내려다 줄지도 모르겠다. 그 줄을 잡으면 원하던 대학도 가고, 남자 친구도 생기고, 멋진 곳에 취업하고, 결혼까지 하는. 

그러나 그런 동아줄도 내가 잡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상과 현실 속에서 떠도는 줄을 잡기 위해서는 나 또한 그 줄을 잡기 위해 사다리를 설치하던 머리를 쓰던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오늘 해야 할 일에 충실해야 한다. 아니면 이상은 신포도가 될 확률이 크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매일매일 걷다 보면 어느새 내 머리 위로 동아줄이 닿아 어서 오라고 소리칠 수도 있다. 그 순간의 짜릿함을 기다리며 매일 조금씩 걸어보자.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올린 글입니다.


태그:#어른, #에세이, #힐링에세이, #일상, #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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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외유내강인 여행작가. 낯선 도시를 탐닉하는 것이 취미이자 일인 사람.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30여 개국을 여행 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대학 교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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