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네 개 들고 제103회 전국체육대회의 대회 MVP로 선정된 수영 황선우(강원도청) 선수가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 메달 네 개 들고 제103회 전국체육대회의 대회 MVP로 선정된 수영 황선우(강원도청) 선수가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 박장식

 
이변은 없었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강원도청)가 스무 살의 나이로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MVP 자리에 올랐다. 황선우는 이번 대회 4연패를 달성하는 한편, 출전하는 경기마다 대회 신기록을 여럿 만들어내는 등 그야말로 MVP다운 활약을 펼쳤다.

물론 마지막 혼계영 400m에서 동료 선수가 부정출발로 실격되면서 아쉽게 5관왕을 놓치기는 했지만, 압도적인 경기력을 바탕으로 누구보다도 뛰어난 기량을 펼쳐 그야말로 MVP답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황선우는 지난해 대회에서도 MVP를 차지했던 바 있어, 이번 대회 MVP 등극으로 2연패 고지에 올랐다. 황선우는 대회 MVP를 차지한 이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3년 연속 MVP를 따낸 사례가 없다"며, "내년 전국체전에서 더욱 열심히 해 그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황선우가 가르는 물이 전국체전의 기록이었다

대회 초반부터 황선우의 활약은 대단했다. 대회 신기록을 연달아 경신하기도 했고, 100m에서는 한국 신기록을 써냈다. 다른 무대도 아닌 전국체전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써낼 수 있다는 기대도 현장에서 적지 않았을 만큼, 이번 대회에서 만개한 황선우의 능력에 많은 관중, 그리고 관계자들의 기대도 컸다.

대회 초반부터 황선우는 새 기록을 쏟아냈다. 9일 울산 문수국제수영장에서 열린 800m 계영에서는 강원도 소속으로 함께 나선 동료들과 7분 15초 00의 기록을 합작하는 데 성공했다. 금메달, 그리고 대회 신기록이었다. 2위와는 무려 7초가량 차이가 날 정도였다.

그렇게 첫 메달을 수확한 황선우는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나갔다. 황선우는 다음 날인 10일 열린 자유형 200m 경기에서 1분 44초 67의 레코드를 보였다. 금메달이자, 역시 대회 신기록이었다. 지난해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이미 수립된 한국 신기록에서 불과 0.05초 늦은 기록이었다.

황선우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인 11일에는 강원도 소속 동료들과 새로운 한국 신기록을 만들었다. 이날 결승에서 황선우와 동료들이 함께 써낸 기록은 3분 15초 39. 대회가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무려 세 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5관왕에 대한 기대도 크게 높였다.

황선우는 12일에도 자유형 100m 대회 신기록을 연달아 경신했다. 황선우는 예선에서 48초 36의 기록을 선보이며 대회 신기록을 첫 번째로 경신한 뒤, 결승에서 47초 78로 레이스를 마치며 한 번 더 대회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황선우는 "내일 경기까지 마무리해 5관왕에 오르고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나가는 황선우 12일 문수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수영 남자일반부 100m 경기에서 황선우(맨 오른쪽)이 독보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 앞서나가는 황선우 12일 문수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수영 남자일반부 100m 경기에서 황선우(맨 오른쪽)이 독보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 박장식

 
하지만 마지막 경기가 아쉬웠다. 황선우는 13일 열린 혼계영 400m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3분 35초 12의 성적을 달성, 새로운 한국 신기록을 달성하나 싶었다. 하지만 동료 주자의 부정 출발로 인해 실격 처리되며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그럼에도 황선우는 이번 대회를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대회 4관왕은 물론, 모든 경기에서 대회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수영, 나아가 한국 체육의 새로운 기록 하나하나를 써내려갔음을 알렸다. 황선우가 가른 물살이 103년 동안 켜켜이 쌓인 전국체전의 새 역사가 된 셈이다.

"고산지대 전지훈련, 체력에 큰 도움 되었다"

황선우의 인기도 'MVP'다웠다. 울산 문수국제수영장에는 황선우 선수를 보기 위한 적잖은 관중들이 몰렸다. 특히 평일에도 황선우를 응원하기 위해 가족 단위로 나온 시민들을 찾아보기 쉬울 정도였다. 특히 폐막식에서는 황선우가 전광판에 잡힐 때마다 관중석에서 큰 함성이 나오는 등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대회 신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운 12일 만난 황선우는 지난 9월 튀르키예 에르주룸 지역의 해발 2100m 고지대에서 전지훈련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황선우는 "고산지대였던 터라 회복이 어려운 등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한국에서 다시 연습을 하니 페이스도 오르고 체력적인 부분이 올라오더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특히 "고등학교 때 전국체전 시합을 뛸 때는 학생으로서 뛰는 것이었고, 이제는 일로 삼으면서 시합을 치르니 중요성이 더욱 크게 와닿더라. 가장 중요한 시합임을 실감했다"며 '사회 초년생'다운 말을 꺼내기도 했다.

이어 13일 열린 MVP 선정 기자회견에서는 "전국의 모든 선수들 중 가장 우수한 선수에 뽑혔으니 뜻깊을 수밖에 없다"면서, "아직 3년 연속으로 MVP를 수상한 선수가 없기에, 다음 전국체전에서는 더욱 열심히 해서 3년 연속 MVP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특히 2년 연속 MVP 수상은 지난 2007년과 2008년 연달아 달성한 박태환 이후 처음. 14년 만에 탄생한 MVP 2연패를 넘어, 황선우는 한국 체육 역사에 길이 남을 큰 꿈을 꾸고 있는 셈이었다.

황선우는 자신의 롤모델이기도 했던 박태환을 언급하며 "나 역시 어렸을 때 박태환 선수를 보며 자랐다. 나 역시도 박태환 선수처럼 수영 하면 황선우라는 선수를 기억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런 만큼 황선우는 벌써 내년 전남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황선우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신기록을 깨는 것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인 것 같다"며, "그 기록을 갱신하는 데 많이 신경을 쓸 것 같다"고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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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 전국체육대회 한국 신기록 MVP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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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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