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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기자말]
밤은 가을을 대표하는 과실의 하나이다. 잘 영근 밤송이가 벌어져 밤이 빼꼼히 나와 있는 것을 보면, 가을의 풍요와 아름다움이 한층 배가 되는 기분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양질의 밤이 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중국의 역사서에도 백제의 밤이 크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삼국시대 이전에도 마한(삼한 중 하나)에는 굵기가 배만한 밤이 생산된다고 하였다.
 
조석진, 비단에 채색, 198 x 74cm
▲ 기명절지 조석진, 비단에 채색, 198 x 74cm
ⓒ 국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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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진 필 기명절지도'이다. 기명절지도는 옛 그릇과 화초, 과일, 채소 등을 소재로 한 그림이다. 기명도와 절지도를 합친 말로 서양의 정물화와 비슷하다. 기명도는 진귀한 제기, 식기 등의 옛 그릇을, 절지도는 꺾인 꽃이나 나뭇가지를 그린 것이다.

하지만 서양의 정물화가 정적인 사물을 화가가 관찰하고 묘사하여 사실적으로 표현한 데 반해, 기명절지도는 그 사물이 가지는 의미나 상징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그림의 소재로 삼은 물체가 꼭 화가의 눈앞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림 속 물체가 실제와 닮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기억 속 물체를 그려도 상관없다. 

예를 들어, 고동기(구리로 만든 옛날의 그릇이나 물건)는 제사에 쓰이던 것으로 왕권을 상징하며, 꽃을 꽂는 화병은 걱정이 없고 무사한 평안을 의미한다. 모란은 부귀, 국화는 은일이나 장수, 연꽃은 군자나 다산, 석류와 포도는 자손의 번성을 뜻한다.

위 그림은 조석진(1853~1920)이 그린 기명절지도의 일부분이다. 고동기의 왼쪽에 붉은 무가 있고 그 아래쪽으로 배추와 밤송이가 보인다.

조석진은 도화서의 화원이었던 할아버지 조정규로부터 그림을 배우며 성장했다. 고종의 어진을 그렸으며, 안중식과 함께 한말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서화미술원의 교수로, 한국 근대의 전통회화를 이끌어간 많은 화가(이용우, 김은호, 변관식 등)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한복, 1917년, 비단에 채색, 병풍 각 폭 214.5x61.3cm, 화면 각 폭 158.5x52.4cm
▲ 기명절지도 가리개 이한복, 1917년, 비단에 채색, 병풍 각 폭 214.5x61.3cm, 화면 각 폭 158.5x52.4cm
ⓒ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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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복(1897~1940)이 그린 2폭 기명절지도 가리개의 부분이다. 오른쪽의 제1폭에는 국화 · 주전자 · 포도 · 호리병 · 밤 · 영지 등이 있고, 왼쪽의 제2폭에는 목련 · 여의 · 고동기 · 패랭이꽃 · 모란 등이 보인다. 여의란 불교에서 법회나 설법 때 법사가 손에 드는 물건으로, 고동기의 왼쪽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이한복은 조석진에게 전통화법을 배운 제자이기도 하다. 이한복은 그림 뿐 아니라 글씨에도 뛰어난 서화가로, 고서화의 감식에도 능했다고 한다.

완전 식품이라 불리는 햇밤

밤은 혼례와 제사 등 우리 민족의 생활 곳곳에서 필수적인 과실이었다. 폐백을 올릴 때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밤을 던져주는 풍속은 아들을 많이 낳으라는 바람으로 다남(多男)을 상징한다.

밤은 익은 열매를 말려 약재로도 쓰이는데 건율, 황율, 율자 등으로 부른다. 성질이 따뜻하고, 비위와 신장을 튼튼하게 하며 설사를 그치게 한다. 기력을 돋우고, 영양분이 풍부하여 허약한 어린 아이들에게는 보약이 된다.

신장 기능이 약해서 허리가 아프거나 하체가 무력할 때도 좋다. 지혈과 해독 작용이 있어, 예전에는 칼로 인한 상처나 벌레에 물렸을 때, 입이 헐었을 때 같이 피부에 생기는 각종 증상에도 밤을 활용했다. 
 
동의보감에서는 밤을 음력 9월에 따며, 과실 가운데 가장 좋다고 소개한다. 또한 밤 껍질(율피)을 꿀에 개어 바르면 피부가 팽팽해지고, 주름살이 펴진다고 하였다.
 동의보감에서는 밤을 음력 9월에 따며, 과실 가운데 가장 좋다고 소개한다. 또한 밤 껍질(율피)을 꿀에 개어 바르면 피부가 팽팽해지고, 주름살이 펴진다고 하였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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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서는 밤을 음력 9월에 따며, 과실 가운데 가장 좋다고 소개한다. 또한 밤 껍질(율피)을 꿀에 개어 바르면 피부가 팽팽해지고, 주름살이 펴진다고 하였다.

다만 밤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체기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배가 그득한 느낌이 있을 때, 변비가 심할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기가 원활히 순환되지 못하고 뭉치게 되어 기존의 증상을 더 심하게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려 열이 높을 때도 밤을 과식하지 않는 것이 좋다. 땀이 나고 기운이 소통되면서 감기가 낫는 과정에 방해가 될 수 있어서이다. 

밤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칼슘 등 다양한 영양분을 고루 함유하여 천연의 영양제라 불릴 정도로 좋은 과실이다. 특히 햇밤은 완전식품이라 불릴 정도로 영양소가 고루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밤도 언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오히려 몸에 부담을 줄 수도 있으므로 건강하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태그:#밤, #건율, #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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