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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북구 매곡산 자락에 자리한 국립광주박물관. 광복 이후 우리 손으로 지은 최초의 박물관으로 1978년 개관했다
 광주광역시 북구 매곡산 자락에 자리한 국립광주박물관. 광복 이후 우리 손으로 지은 최초의 박물관으로 1978년 개관했다
ⓒ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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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 광주 순회전 '사람의 향기, 예술로 남다' 전시회에서 받았던 진한 감동의 여운이 조금씩 사라져 갈 즈음, 국립광주박물관을 찾았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자리한 국립광주박물관. 광주광역시 북구 매곡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광복 이후 우리 손으로 지은 최초의 박물관이다. 1976년 신안 앞바다에 침몰한 14세기 중국 원나라 보물선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진귀한 보물들이 쏟아져 나오자 이를 전시·보관하기 위해 건립이 추진되었다. 1978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개관 44주년이 된다.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2일 찾아간 박물관 주차장은 차량들로 가득했다. 평소에 늘 비어있던 터라 안심하고 갔는데 평일임에도 자리가 없어 서너 바퀴를 돌고 나서야 겨우 자리를 잡았다. '이건희 컬렉션의 힘'을 실감했다.
 
국보 인왕제색도. 겸재 정선(1676~1759)이 여름날 소나기가 내린 후 북악산 줄기에서 바라본 인왕산의 모습을 나이 일흔이 넘어 그린 인생 역작이다
 국보 인왕제색도. 겸재 정선(1676~1759)이 여름날 소나기가 내린 후 북악산 줄기에서 바라본 인왕산의 모습을 나이 일흔이 넘어 그린 인생 역작이다
ⓒ 임영열. 전시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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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제색도'를 비롯한 국보와 보물 등 271점 공개

이번 광주 순회 전시는 지난 4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했던 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바탕으로 그때 공개되었던 작품들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이건희 기증품 중에서 명작들을 엄선해 선보이며 '한국 전통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시회로 새롭게 구성했다. 10월 5일에 시작한 전시회는 내년 1월 29일까지 계속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를 비롯하여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고서화와 도자기, 금속공예품, 고가구 등 국보와 보물 271점을 공개한다. 또한 광주박물관에 기증한 고려청자도 추가되어 감상의 즐거움을 더한다.
 
각종 고가구에 조그마한 도자기 소품들을 전시해 아늑한 거실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치 수집가의 집에 초대 받은 느낌이다
 각종 고가구에 조그마한 도자기 소품들을 전시해 아늑한 거실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치 수집가의 집에 초대 받은 느낌이다
ⓒ 임영열. 전시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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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1층 기획전시실에 마련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푸근한 인상의 석장승이 "어서 오세요. 수집가의 집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우리 옛 미술품 하나하나에 깃든 수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세요"라며 관람객을 맞는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라는 전시 콘셉트에 맞게 마치 수집가의 집에 들어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갖도록 전시장을 꾸몄다. 각종 고가구에 조그마한 도자기 소품들을 전시해 아늑한 거실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고 이병철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 홍라희 여사에 이르기까지 '수집가의 취향과 안목'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수집가의 '취향'과 '안목'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나누어 거장들의 작품과 함께 수준 높은 우리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고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아꼈던 고려청자
 고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아꼈던 고려청자
ⓒ 임영열. 전시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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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회장이 사랑한 백자
 고 이건희 회장이 사랑한 백자
ⓒ 임영열. 전시장에서 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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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여사가 좋아한 분청사기
 홍라희 여사가 좋아한 분청사기
ⓒ 임영열. 전시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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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의 취향'에서는 특정 시대나 사조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고 수준 높은 문화재를 모아 소중히 간직한 수집가들의 취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섹션에서는 고 이병철 회장이 가장 아꼈던 고려청자와 고 이건희 회장이 사랑한 백자, 홍라희 여사가 좋아한 분청사기 등 다양한 도자기들을 볼 수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은 "문화재 수집 자체보다 고려청자를 통해 '마음과 정신의 조화'를 찾았다"라며 생전에 가장 마음에 드는 문화재로 고려청자 꼽았다. 반면 고 이건희 회장은 백자를 사랑했으며 특히, 조선 초기 청화 백가에 대해 상당한 지식과 감식안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달을 배경으로 전시된 커다란 순백의 백자 달항아리가 유독 눈길을 끈다.

고려시대 청자에서 조선시대 백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성격의 '분청사기'도 전시 중이다. 또한 조선 전기 화원 이상좌의 '불화첩'(보물)을 비롯하여 조선 중기 궁중에서 열린 불교 행사를 생생하게 그린 작가 미상의 '궁중숭불도'가 발길을 붙잡는다.
 
단원 김홍도의 ‘화훼도’는 소나무, 연꽃, 국화, 파초를 각각 그린 그림이다. 조선 18세기 말. 종이에 엷은 색
 단원 김홍도의 ‘화훼도’는 소나무, 연꽃, 국화, 파초를 각각 그린 그림이다. 조선 18세기 말. 종이에 엷은 색
ⓒ 임영열. 전시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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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의 국화도. 늦가을 국화의 서정적 모습을 먹과 채색으로 담백하게 그려냈다. 조선 18세기 후반. 종이에 엷은 색
 단원 김홍도의 국화도. 늦가을 국화의 서정적 모습을 먹과 채색으로 담백하게 그려냈다. 조선 18세기 후반. 종이에 엷은 색
ⓒ 임영열. 전시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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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의 해능상매도. 조선 18세기 후반. 종이에 엷은 색
 단원 김홍도의 해능상매도. 조선 18세기 후반. 종이에 엷은 색
ⓒ 임영열. 전시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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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의 안목' 섹션에서는 수집가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빼어난 안목으로 오랜 기간 수집한 전통 미술품 중 그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된 8점과 보물로 지정된 23점 등 총 31점의 국보와 보물이 공개된다. 회화와 도자, 불교 공예품 등 최고의 걸작들을 통해 수집가의 안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 조선시대 거장들의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단원 김홍도(1745~1806 이후) 작품부터 감상해보자. 단원 김홍도의 '화훼도'는 소나무, 연꽃, 국화, 파초를 각각 그린 그림이다. 각각의 그림에 화제와 잘 어울리는 제시(題詩)를 적어 시와 그림이 조화를 이룬다.

당나라 승려 해능(638~713)이 수행하는 고사를 그린 '해능상매도' 단원이 변치화에게 그려 준다고 밝힌 '수하오수도' 늦가을 국화의 서정적 모습을 먹과 채색으로 담백하게 그려낸 '국화도' 등이 있다.
 
혜원 신윤복의 기녀출행도
 혜원 신윤복의 기녀출행도
ⓒ 임영열. 전시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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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신윤복의 귀로산수도
 혜원 신윤복의 귀로산수도
ⓒ 임영열. 전시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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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신윤복(1758~1814년경)은 단원 김홍도와 함께 조선 후기 대표적 풍속화가로 알려져 있다. 초가집 앞에서 장옷을 쓰고 외출하려는 기녀와 시종인 듯한 여인을 강아지가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그린 '기녀출행도'와 산자락 아래 외딴집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을 신윤복의 특유한 풍속 인물화 풍이 아닌 전형적인 산수화 풍으로 그린 '귀로산수도'가 이목을 끈다.

다음은 인왕산 자락에서 태어나 사시사철 변하는 인왕산의 모습을 보며 자란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생 역작, 국보 '인왕제섹도(仁王霽色圖)'의 전시장이다. 사실상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눈길이 집중되는 곳이다. 심도 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명을 낮추었다.

두 개의 소파 앞에 걸린 거장의 명화 앞에 서니 절로 숙연해진다. 차마 바로 의자에 앉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감상하고 나서야 겨우 소파에 앉아 여름날 소나기가 내린 후 북악산 줄기에서 바라본 인왕산의 모습을 뻗으면 손에 닿을 거리에서 바라본다. 평생에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 싶다.
 
두 개의 소파 앞에 걸린 거장의 명화. 인왕제색도
 두 개의 소파 앞에 걸린 거장의 명화. 인왕제색도
ⓒ 임영열. 전시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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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제색도는 4주간만 전시하고 다른 작품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인왕제색도를 보려면 10월 31일 이전에 가야 한다. 11월에는 정약용의 '정요하전' 12월에는 정약용의 '정부인전', 12월 31일 부터 2023년 1월 29일까지는 김홍도의 '추성부도'의 순으로 교체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오랫동안 제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시장을 떠돌다 그 진가를 알아본 이건희 회장의 안목으로 수집되어 훗날 국보로 지정된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과 동정호에 비치는 가을 달밤의 경치를 그린 '백자 청화 산수무늬병'도 선보인다.
    
국보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
 국보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
ⓒ 국립광주박물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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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일광삼존상
 국보 일광삼존상
ⓒ 국립광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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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범종
 고려시대 범종
ⓒ 임영열. 전시장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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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불상부터 고려시대 범종까지 불교문화유산도 볼 수 있다. 그중 국보로 지정된 '일광삼존상'은 6세기 중엽 작품으로 시기적으로 고구려의 영향을 받았다. 실제 크기는 높이 8.8cm 폭이 4.1cm로 아주 작은 불상이다.

몸과 마음이 메말라가는 건조한 시절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마음의 양식 창고가 한층 충만해진 느낌이다. 수집가들의 초대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고 이병철 회장의 말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나는 수집 자체보다 문화재로부터 마음의 기쁨과 정신의 조화를 찾는다. 그런 이유로 나의 기호에 맞는 것이 나의 소장품이며, 가장 마음에 드는 소장품은 고려청자이다."

주요 지리정보

태그:#이건희 컬렉션 광주 순회전, #국립광주박물관,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신윤복 기녀출행도, #김홍도 국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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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문화재단 문화재 돌봄사업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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