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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
 플로깅
ⓒ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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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해있는 한 단체로부터 '플로깅 함께 해요'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해야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으나 아직 해보지 않은 플로깅(쓰레기를 주으면서 조깅하는 일)에 참여할 절호의 기회였다. 마침 장소도 집에서 가까운 공원이었다. 기회는 잡으라고 있는 것이기에 망설임 없이 신청 버튼을 클릭했다. 주말 일정이라 두 딸과 동행하기로 했다.

플로깅 하루 전날 약간의 설레임을 안고 집게를 구입했다. 다이소표 집게는 단돈 2천 원, 거기에 쓰레기봉투만 준비하면 끝이다. 학교에서 단체로 플로깅을 해봤다는 첫째 다은이도 나만큼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비비탄 총알과 도토리 같은 걸 줍느라) 땅을 보고 자란 아이답게 쓰레기를 줍는 것에도 흥미가 남다를 다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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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 당일 약속장소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도 우리였다. 혼자였다면 머쓱했겠지만 의욕 넘치는 어린이 둘과 함께라 거리낄 것이 없었던 우리는 남보다 먼저 플로깅을 시작했다. 숲이라 불리는 공원에는 눈에 띄는 쓰레기들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함부로 버려진 작은 담배꽁초들이 훨씬 더 많았다.

공원에서는 금연이 기본이지만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어른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본보기가 되어야 할 어른들의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들을 대신한 부끄러움을 꾹꾹 삼키며 묵묵히 아이들 뒤를 따랐다. 사과하는 의미로 쓰레기봉투라도 활짝 벌려주자는 마음이었다.

몇몇 어르신이 쨍한 태양 아래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딸들을 보며 좋은 일을 한다고 칭찬해주었다. 내가 속한 단체의 회원들도 먼저 쓰레기를 줍고 있는 딸들에게 환한 미소와 칭찬으로 격려했다. 쓰레기를 치워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선한 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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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공원은 사람들의 접근이 쉬운 만큼 훨씬 많은 쓰레기들이 나뒹군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주거지역의 도로변이나 보도에는 테이크아웃 음료수잔을 포함한 각종 쓰레기들이 많이 버려져 있고 때로는 종이나 비닐 같은 것들이 바람에 날아다니기도 한다. 보기에도 지저분하고 다니는데 걸리적대기도 하는 쓰레기들을 소수인 환경미화원들의 몫으로 내버려둘 수만은 없다.

애초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면 더 좋겠지만, 이미 버려진 쓰레기라면 조금 더 많은 사람이 거들어 쾌적한 환경을 만들면 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소속된 단체의 회원들과 사랑하는 두 딸과 함께 한 나의 첫 플로깅! 플로깅 후에 마신 시원한 물과 맛있는 음식은 꿀보다 달았다. 오늘부터 플로깅용 집게와 쓰레기봉투는 내 자동차 트렁크 안의 상비용품이다. 언제 어디서든 맘만 먹으면 플로깅을 시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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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주간지 서산시대 동시기고 합니다.


태그:#플로깅, #쓰레기, #줍깅,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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