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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는 사이' 예고편에서 출연진들이 서로 대화하는 장면이다. 해당 영상은 청소년도 관람 가능하다.
 "잠만 자는 사이" 예고편에서 출연진들이 서로 대화하는 장면이다. 해당 영상은 청소년도 관람 가능하다.
ⓒ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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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참가자들의 민망하고 선정적인 활동 설정이 도를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를 통해 첫 방송된 <잠만 자는 사이>. 이 프로그램은 지난 9월 29일 유튜브에 예고 영상이 공개됐을 때부터 격렬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잠만 자는 사이>는 오후 6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에 합숙 공간에서 남녀 출연진들이 혼숙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관찰하는 연애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노홍철, 배우 정혜성, 가수 죠지가 MC로 출연해 출연진의 로맨스를 지켜본다. 

예고 영상에는 "나는 왁싱을 한 사람이 좋더라", "벗을까 그냥" 등 출연진들의 자극적인 대사가 여과 없이 등장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도를 넘어섰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영상에 달린 댓글 323개(17일오전 10시 10분 기준) 가운데 프로그램 취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댓글은 단 4개에 불과했고, 다수는 불쾌감을 표했다.

이들은 특히 'MZ세대들의 사랑법'이라는 프로그램 홍보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왜 자꾸 하지도 않는 유행에 MZ세대 가져다가 붙이는 거냐?", "진짜 아무 데나 MZ 붙이지 좀 마", "문란한 애들이나 저러고 살겠지" 등의 글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MZ세대들은 '자보고 만남 추구'가 자신들의 연애 방법이라는 말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석아무개(24)씨는 "내 주변에는 자만추(자보고 만남 추구의 준말)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나친 일반화를 하는 것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아무개(24)씨 역시 "요즘 뭐만 하면 MZ세대라고 하는데 실제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서 "나를 포함한 지인들은 모두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를 알아가는 편"이라고 전했다.

지난 14일 방영된 첫방송도 예고편 수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1, 2화를 보면 세간의 우려가 종식될 거라는 PD의 말과 다르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다수 등장했다. 
       
'잠만 자는 사이' 측은 MZ들의 연애 방식이 ‘자보고 만남 추구’라고 설명하고 있다.
 "잠만 자는 사이" 측은 MZ들의 연애 방식이 ‘자보고 만남 추구’라고 설명하고 있다.
ⓒ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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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성 얻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 사용

지난 2018년 화제가 됐던 채널A <하트시그널2>부터 최근 방영 중인 티빙 <환승연애2>까지 각종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다. 한국방송콘텐트 경쟁력 분석 전문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에 따르면 <환승연애2>는 최근 3주 연속 화제성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간 온라인 콘텐츠 반응 정도에서 가장 '핫했다'는 말이다. 

문화평론가 이황석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청년들을 n포 세대, 섹스리스 세대라고 하지 않냐"며 "만남도 포기하고 결혼도 포기한 이들에 차단된 욕구를 연애 프로그램이 자극하는 것"이라고 최근 연애 프로그램 흥행의 배경을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에 탑승한 제작사들은 연애 프로그램 제작에 전념하고 있다. 문제는 우후죽순 만들어진 연애 프로그램 속에서 차별성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자극적인 포맷이 경쟁하듯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쏟아진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개수만 총 25개다. 이 중 <에덴>(iHQ), <썸핑>(웨이브) 등은 남녀 혼숙 및 과한 노출, 스킨십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에덴>은 1화부터 출연진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만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녀가 체인이 묶인 채 함께 생활해야 하는 <체인 리액션>(쿠팡 플레이)도 등장했다. 화장실을 갈 때조차 체인에 묶여 이성이 화장실에 갈 때도 따라가야 하는 규칙에 시청자들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분위기다.
 
화장실을 갈 때조차 체인으로 묶여 있어야 하는 규칙이다.
 화장실을 갈 때조차 체인으로 묶여 있어야 하는 규칙이다.
ⓒ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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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없는 제작에 청소년 쉽게 노출

더욱 큰 문제는 이렇게 수위 높은 프로그램들이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대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방영되는데, OTT는 텔레비전과 달리 방송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유해 사이트나 불법 정보 유통 등에 대해서만 규제를 받다보니 성적 언행, 욕설, 음주 등의 표현과 행위에 대해 별다른 제재없이 제작, 유포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4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에 실린 자료에 따르면 일주일에 5일 이상 OTT를 이용하는 청소년 비율은 70%에 달한다. 쉽게 청소년들이 OTT를 접하는 환경인 만큼 세심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잠만 자는 사이> 예고편에서도 성적 언행, 욕설, 음주 등의 표현과 행위가 여러 차례 이어졌지만 1~4회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결정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욕설, 비속어도 등장하나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며 음주 요소도 전체 맥락상 미화하거나 정당화하지 않는다"며 "전체적으로 주제, 대사, 약물 항목에 있어서 15세 이상의 사람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통해 충분히 수용 가능하므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결정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OTT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의견을 수렴해 TV와 라디오 방송 등 기존 미디어와 OTT을 모두 포괄해 관리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 매체별로 방송법·IPTV법·전기통신사업법(OTT) 등 분산된 규제체계를 일원화해 OTT 관리감독 강화를 골자로 하는 만큼 법 제정과 그 효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전민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연애 프로그램, #MZ 세대,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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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는 한림대 미디어스쿨 <한림미디어랩>의 뉴스룸입니다.학생기자들의 취재 기사가 기자 출신 교수들의 데스킹을 거쳐 출고됩니다. 자체 사이트(http://www.hallymmedialab.com)에서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을 실험하는 대학생 기자들의 신선한 "지향"을 만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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