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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 안심습지와 더불어 대구 3대 습지라 일컬어지는 팔현습지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
 달성습지, 안심습지와 더불어 대구 3대 습지라 일컬어지는 팔현습지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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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국토의 생태환경을 수호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 존재하는 환경부가 각종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들이 깃들어 사는 천혜의 습지를 망치는 토건공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제보를 받은 뒤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20일 현장을 찾았다. 

사실 제보를 접한 뒤 필자는 두 귀를 의심했다. 이 나라 산하를 단절시키는 새로운 도로 만들기에만 골몰하고 있어 환경단체들로부터 '국토파괴부'란 비아냥을 듣는 국토부도 아닌 환경부가 어떻게 생물다양성이 풍부할 수밖에 없는 강 습지에 토건 삽질을 계획할 수 있는지 너무 놀랐기 때문이다. 국토부로부터 강과 하천의 관리감독권을 이양받은 환경부가 하고 있는 행정의 현주소인지라,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계획하고 있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의 골자다. 대구지방환경청 소규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서 캡쳐.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계획하고 있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의 골자다. 대구지방환경청 소규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서 캡쳐.
ⓒ 대구지방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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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선 환경부가 국가하천 금호강 팔현습지(달성습지, 안심습지와 더불어 대구를 대표하는 대구 3대 습지 중 하나로 철새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철새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에 계획하고 있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국가하천 금호강에 대하여 하도정비 및 제방보강 등이 포함된 하천환경정비사업으로 홍수에 안전하면서 문화생태가 살아있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수변공간으로 재창출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음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계획하고 있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의 주된 사업 목적이다. 사업 내용은 총 3973m에 이르는 기존 제방을 보강 확장하고, 교량이 포함된 1585m의 산책로 연결도로를 만든다는 것이다. 2025년 3월까지 283억여 원을 투입해 진행하는 이 사업의 면적은 14만2867㎡고 총공사 연장이 5.3㎞이 이른다. 

사업 위치는 대구 수성구 매호동에서 동구 효목동 일원까지다. 좀더 쉽게 설명하면 수성구 소재 매호천과 남천 그리고 금호강이 만나는 합수부부터 인터불고 호텔이 있는 동구 효목동 소재 화랑교까지가 공사 구간에 해당된다.

홍수도 없는 곳에 제방 보강하겠다는 황당한 환경부
 
사업 예정지를 둘러봐도 이곳에 홍수가 날리도 만무하고, 설사 난다손치더라도 민가도 없기 때분에 큰 피해가 없는 지역이다.
 사업 예정지를 둘러봐도 이곳에 홍수가 날리도 만무하고, 설사 난다손치더라도 민가도 없기 때분에 큰 피해가 없는 지역이다.
ⓒ 다음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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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구간은 금호강의 좌안(강이 흐르는 방향으로 좌측)으로, 지도를 통해서 확인했을 때 철도부지와 산지·농경지가 조금 있을 뿐 민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즉 사람이 살지도 않는 곳에 홍수를 예방하겠다며 제방 보강공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부터가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1과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길을 넓혀 달라는 민원이 많아서"란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것은 현장을 확인해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엉터리 민원이다.

현장을 거듭 확인해봤지만, 이 제방은 이미 6m 정도로 폭이 충분했고 심지어 아스팔트 포장이 돼 있어 차량까지 다니고 있었다. 하천에서 이런 제방길은 많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잘 정비돼 있는데도 여기에 폭을 더 넓혀 폭 7m짜리 제방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폭 6m 정도의 제방길에 아스팔트 포장까지 돼 있고, 차량도 출입하게 하고 있다. 산책하는 사람 편의 운운하려면 우선 차량통행부터 막을 일이다.
 폭 6m 정도의 제방길에 아스팔트 포장까지 돼 있고, 차량도 출입하게 하고 있다. 산책하는 사람 편의 운운하려면 우선 차량통행부터 막을 일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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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의 편의를 이야기하려면 우선 차량 통행부터 막는 게 순서가 아닐까? 민가도 찾아보기 어려운 곳에 차량 통행까지 허용하고 있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을 먼저 개선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싶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토건 사업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제방을 쌓고 보강하는 주된 이유는 홍수를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구간은 물길이 들이치는 이른바 수충부도 아닌 만곡부에 해당하는 곳으로, 홍수가 나기 어려운 곳이다. 설사 많은 비가 와서 홍수가 난다 치더라도, 이 구간엔 사람이 살지 않기 때문에 큰 피해가 우려되지는 않는다. 

생태적 핵심 구간에 길을 내겠다는 환경부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산책로 및 자전거도로 연결공사 구간이다. 이 구간은 이른바 무제부 구간이다. 즉 산지나 절벽으로 되어 있어서 제방이 필요 없는 곳이란 이야기다. 다른 말로 설명해보면, 사람이 접근을 잘 하지 않는 구간인데다 산지라 야생생물들이 깃들어 살 수밖에 없는, 그들의 집이 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생태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구간이란 뜻이다.
  
이렇게 강과 산지가 만나는 이른바 생태 민감지역에 길을 내겠다는 환경부. 도대체 이 나라 환경부가 맞나 싶다.
 이렇게 강과 산지가 만나는 이른바 생태 민감지역에 길을 내겠다는 환경부. 도대체 이 나라 환경부가 맞나 싶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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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태적으로 민감한 핵심 구간에 길을 내겠단 것이다. 그것도 아주 친철하게 야간 조명까지 설치하겠다는 게 그들의 계획이다. 해당 지자체가 이런 공사를 하겠다 해도 비판받을 마당에 환경부가 나서서 계획하고 있다니,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을 찾아 답사했다. 지도에서 본 것처럼, 이 구간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산과 강이 만나 생물 다양성이 높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구간이란 것을 알 수 있을 듯했다. 
 
신자와 연결된 수목이 잘 발달한 이런 곳에 길을 내겠다는 낙동강유역환경청. 도대체 환경부 제정신인가? 하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신자와 연결된 수목이 잘 발달한 이런 곳에 길을 내겠다는 낙동강유역환경청. 도대체 환경부 제정신인가? 하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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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초지도 있고 수목이 우겨진 곳도 있었다. 아름드리 나무까지 다 제거하고 거기에 교량 형태의 자전거도로를 놓겠다는 것이다. 생태자연도 1등급에 천연기념물 수달과 삵과 원앙이 발견되는 곳에 길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준 대구지방환경청의 협의의견에도 잘 나와 있다. 그 부분을 발췌해보면 다음과 같다.
 
계획구간 및 주변지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 야생생물 보호구역, 겨울철새 도래지 등의 보호지역 포함(인접)과 다수의 법정보호종(수달, 삵, 원앙 등이)이 확인된바,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저감 대책을 철저히 이행하야야 함
  
이런 생태파괴 사업을 막아도 부족할 기관이 도리어 이런 사업을 계획한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팔현습지 한 가운데서 목격된 멸종위기종 야생생물인 흰목물떼새.
 팔현습지 한 가운데서 목격된 멸종위기종 야생생물인 흰목물떼새.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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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팔현습지 바로 인근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원앙 가족
 금호강 팔현습지 바로 인근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원앙 가족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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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꼴을 보려고 국토부로부터 하천관리권을 환경부로 넘겨주는 것에 찬성한 것이 아니다. 환경부로 하천관리권을 이양하는 것에 찬성한 이유는 이 나라 하천을 더욱 잘 보호하고 보존하겠다는 환경부의 서약을 믿고 찬성한 것인데 지금 환경부가 보이는 짓은 국민 배신의 행정이다."

이런 분노가 가득 담긴 성명서가 나오게 되는 배경이다. 19일 발표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서 말미에 다음과 같은 경고를 덧붙였다.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지금 당장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 계획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 만약 이 엉터리 토건 행정을 환경부가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우리는 환경부장관과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조치하는 한편 대시민 선전전을 통해 환경부의 업무 태만과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 폭로해나갈 것이다."
 
"생태 민감 지역에 길을 내겠다는 미친 환경부"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환경부의 토건 삽질 계획 구간
 "생태 민감 지역에 길을 내겠다는 미친 환경부"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환경부의 토건 삽질 계획 구간
ⓒ 다음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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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직 공사 착공 전이다.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있다. 환경부의 결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 강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불합리한 점을 지적해왔고, 바람직힌 우리 하천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태그:#금호강,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정비사업, #팔현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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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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