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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부터 3일간 롯데호텔 울산에서 <울산 국제 임팩트 컨퍼런스 - 로컬과 만나는 결심>이 열렸다. '지방의 한계를 뛰어넘는 로컬 임팩트'의 길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제니퍼 린치 포틀랜드 시드펀드 매니징파트너와 이정희 포틀랜드주립대 교수를 비롯해 7명의 해외 연사·패널이 참석했다. 로컬 콘텐츠 제작 그룹 <로잇 스페이스(LOIT SPACE)>와 함께 발표를 마친 몇몇 해외 참가자를 만나 짧은 발표에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봤다.[기자말]
"무엇보다 펀드가 강력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특히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한다. 도시를 사랑하는 이들을 설득해서 이런 펀드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12일 열린 '2022 울산 국제 임팩트 컨퍼런스 - 로컬을 만나는 결심' 두 번째 세션 '로컬 임팩트를 이끄는 동력, 펀드'에 참석한 제니퍼 린치(Jennifer Lynch) 포틀랜드 시드펀드(Portlad Seed Fund) 매니징파트너는 "도시가 성공하는 좋은 방법"을 이렇게 꼽았다.
 
제니퍼 린치 포틀랜드시드펀드 매니징파트너가 울산국제임팩트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제니퍼 린치 포틀랜드시드펀드 매니징파트너가 울산국제임팩트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울산국제임팩트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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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 파트너는 포틀랜드 시드펀드의 주요 투자 조건 두 가지로 '자본의 효율성'과 '성장 잠재력'을 꼽았다. 그는 "오리건 주에는 벤처캐피탈의 수가 정말 적기 때문에 우리는 기업들에게 200만 달러 정도의 투자금으로 '현금 흐름의 균형(캐시 플로우 브레이크 이븐)'을 찾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투자금이 크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이 그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만 생존할 수 있고 또 앞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그밖에도 '로컬 강점'과 '로컬 네트워크'를 꼽았는데, "로컬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를 결정할 때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컬 강점이란 '포틀랜드 비즈니스의 강점'을 가리키는데, "포틀랜드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분야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경험 많은 인력을 보유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조건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포틀랜드 시드펀드가 2011년 첫 번째 펀드를 조성할 때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달러가 개인 투자자로부터 나왔다. 그는 그 투자자들이 모두 "포틀랜드를 아끼는 사람들"이라면서 "자신들이 이룬 부를 사회에 되돌려줌으로써 새로운 기업들이 끊임없이 나오도록 돕고 싶어"하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컬 기업이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포틀랜드 시드펀드 같은 로컬 펀드가 강력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시동을 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지역의) 가장 큰 기업에게 새로운 기업을 키우는 일이 전체 경제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하고, 스타트업 발굴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시드 펀드를 조성하는 일에 나서도록 하는 것"도 또 다른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 

포틀랜드 시드펀드는 2011년 설립됐고, 현재까지 약 125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해왔다. 제니퍼 린치 매니징파트너는 2013년에 포틀랜드 시드펀드에 입사해 올해로 9년째 일하고 있다.

제니퍼 린치의 발제가 끝난 뒤 김애림 <로잇스페이스> 공동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발제 내용을 보태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포틀랜드가 스타트업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유는 뭔가.

"포틀랜드는 매우 적합한 비즈니스 환경을 가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덕에 매년 새로운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주하고 있고 이 배경이 다양한 인력과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이유다.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좋은 도시 7위에 뽑힐 만큼 굉장히 많은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들이 있고, 스타트업들이 기술적 지원을 받기도 좋다. 지난 10년 동안 약 7만 명의 인구가 포틀랜드에 새롭게 유입됐다.

포틀랜드에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 본사가 있다. 스포츠와 아웃도어 비즈니스 생태계가 마련돼있다. 또 반도체를 만드는 인텔도 큰 사무소를 두고 있다. 강력한 음식 비즈니스 생태계도 존재한다. 

이런 오래된 기업들이 이제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다. 누구나 쉽게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베이몽키가 있고, 또 익스펜시파이, 뷰포인트, 오토데스크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아직은 기업 규모가 크진 않다. 포춘 선정 500개, 그러니까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 500개 가운데 오리건 주에 있는 기업은 단 3개뿐이다. 바로 아래 캘리포니아 주에는 무려 53개가 있고 바로 위 워싱턴 주에도 적어도 10개는 된다."
 
포틀랜드시드펀드가 최근 투자한 회사들
 포틀랜드시드펀드가 최근 투자한 회사들
ⓒ 포틀랜드시드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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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틀랜드 시드펀드도 규모는 크지 않지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결이 뭔가.

"우리의 역할은 이 도시에서 잠재력이 큰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내서 자금과 인재,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그 기업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펀드 규모는 작지만 오리건 주에서 가장 많은 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투자사다. 비록 기금은 몇 억 달러(수 천억 원) 수준이지만 다른 투자사들과는 다른 전략으로 투자사들을 선정하고 있다.

포틀랜드 시드펀드에는 투자 기업을 선정하는 두 가지의 주요 조건이 있다. 첫 번째 조건은 자본의 효율성이다. 우리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얼마나 빨리 늘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오리건 주에는 벤처캐피탈의 수가 정말 적기 때문에 우리는 기업들에게 200만 달러 정도의 투자금으로 '현금 흐름의 균형(캐시 플로우 브레이크 이븐)'을 찾기를 요구한다. 투자금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그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만 생존할 수 있고 또 앞으로 성장할 수 있다.

둘째 조건은 높은 성장 잠재력이다. 투자자로서 우리는 초기 몇 년 안에 수익이 1000만 달러에 도달할 계획이 있는지를 본다. 또 시장 규모가 최소한 10억 달러는 되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을 만족해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본다." 

- 또 다른 조건으로는 무엇이 있나.

"'로컬 강점'과 '로컬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먼저, 로컬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를 결정할 때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일을 해본 경험이 있거나 또는 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는 기업가에게 투자를 한다. 우리의 전문가 집단 네트워크에 속한 누군가가 강력히 추천하는 곳에도 투자한다. 투자를 결정한 뒤에는 우리 네트워크 안에 있는 또 다른 집단인 변호사, 은행가, 마켓팅 회사들이 그 새로운 기업을 지원하는 일에 힘을 보태도록 한다.

우리는 또한 로컬 강점, 다시 말해 포틀랜드 비즈니스의 강점을 대표하는 분야에도 투자하는데, 포틀랜드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분야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경험 많은 인력을 보유한 분야에도 투자한다."

- 펀드를 조성하는 자금은 어디에서 오나.

"2010년 무렵 미국이 불황을 극복하면서 오리건 주와 포틀랜드 시는 로컬 벤처캐피탈을 다시 활성화시켜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새로운 벤처캐피탈 펀드를 만들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리건 주에는 13개의 거대한 벤처캐피탈이 있고 최대 규모의 기금을 모았다. 우리도 곧 연방정부로부터 큰 투자를 받을 것이다. 연방정부가 10년 만에 다시 오리건 주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 지금까지 조성한 펀드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우리가 2011년에 조성한 첫 번째 펀드는 300만 달러 규모였다. 3분의 1은 시에서 투자했고, 나머지 3분의 1은 오리건 주에서 투자했다.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개인 투자자 20명으로부터 나왔다. 대부분 포틀랜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2014년 두 번째 펀드를 조성할 때는 오리건 주가 투자 규모를 늘렸고, 지역 재단 두 곳이 참여했다. 경제를 살리는 일이 단단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재단들이었다. 벤처캐피탈을 통해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한다고 믿었다. 이들 재단이 두 번째 펀드의 약 20%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개인 투자자 50명이 참여했다.

사이트박스(Sightbox)는 5만 달러의 투자로 800만 달러를 회수했다. 다만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8년이 지나서야 기업의 가치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2018년 조성한 세 번째 펀드에는 오리건 주가 투자 규모를 250만 달러로 늘렸고, 57명의 개인 투자자가 나머지를 충당했다. 60건의 투자를 진행했는데 아직 4년밖에 지나지 않아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세 번의 펀드 조성에서 모두 주 정부가 가장 큰 투자자로 참여했다. 다른 주에선 그렇지 않은데 우리는 주 정부의 지원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또 개인 투자자들의 역할도 컸다. 개인 투자자들이 우리의 신념을 지지해주고 도와주었다. 10년 전 20명이 지금은 열 배가 늘었다. 첫 펀드 조성에 참여했던 이들은 투자금을 다 회수하지도 못했다.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3분의 2쯤을 회수했을 뿐이다. 다행히 두 번째 투자 때 수익을 얻었다."

- 처음 펀드를 조성할 때 포틀랜드 개인 투자자들이 100만 달러를 모았다고 했는데, 다른 도시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지 궁금하다. 또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포틀랜드 시드펀드처럼 작은 규모의 펀드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일이 흔하다. 1억 달러 이상의 큰 펀드들은 보통 개인 투자자의 참여를 허락하지 않지만. 미국 연방정부가 '공인 투자자'라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는 그 투자자가 작은 벤처캐피탈이나 스타트업 비즈니스처럼 위험 부담이 있는 곳에 투자할 수 있을 만큼 부와 투자 경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포틀랜드 시드펀드에는 이들 공인 투자자만이 참여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가 포틀랜드를 아끼는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이룬 부를 사회에 되돌려줌으로써 새로운 기업들이 끊임없이 나오도록 돕고 싶어 한다. 미국에서는 창업비용을 모을 때 가족과 친구로부터 모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들은 포틀랜드를 가족과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 셈이다."

-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

"투자를 결정하기까지는 6개월 정도가 걸린다. 우리의 평가뿐 아니라 지역 안에 있는 다른 이들의 평판도 듣는다. 그래서 지역에 거점을 둔 투자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임하고 있다. 아직 수익을 창출하지도 않은 기업에 투자를 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투자 대상을 열심히 공부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3분의 1이 여성 CEO가 있는 회사들이었다. 투자금액으로 따지면 50%에 달한다. 또 4분의 1은 유색인종 CEO였고, 금액으로는 30%에 달한다. 우리의 최대 파트너인 오리건 주는 포틀랜드 시드펀드가 충분한 투자를 받지 못하는 창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

- 빠른 성장만을 추구하다보면 소셜 임팩트를 추구하는 소셜 벤처들은 투자를 받기 어렵다. 포틀랜드 시드펀드는 이런 점도 고려하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기업들이 추구하는 소셜 임팩트가 잠재적 수익을 향상시키는 요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회사들이 인류와 지구를 더 건강하게 만들려는 소셜 임팩트 실현을 위해 설립되었다. 우리 회사가 비즈니스 잠재력에 우선순위를 두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선택한 회사들의 상당수가 소셜 임팩트를 추구한다.

최근 우리가 투자한 ESS라는 배터리 제조회사는 풍력과 태양광 같은 청정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장치를 개발하는 회사다. 또 커뮤니티 에너지 랩스라는 회사는 학교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 한국의 비수도권 도시들은 인구가 적고 시장 규모도 작다. 이런 곳에서 창업하고 성장하기는 대단히 어려운데, 어떤 투자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나.

"미국도 상황은 같다. 포틀랜드는 작은 도시고 큰 도시에 비하면 투자자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렵다. 정부가 시동을 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또 다른 전략으로는 가장 큰 기업에게 새로운 기업을 키우는 일이 전체 경제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하고, 스타트업 발굴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시드 펀드를 조성하는 일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현대(대기업)는 더 빨리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나, 제품의 효율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함으로써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지역의 성공한 CEO를 찾아가 '다음 세대 창업가들에게 똑같이 투자하라'고 독려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 좋은 로컬 기업을 키우기 위한 조언이 있다면 해달라.

"무엇보다 펀드가 강력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특히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미 부를 축적한 이들이 있다. 도시를 사랑하는 이들을 설득해서 이런 펀드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도시가 성공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로컬 콘텐츠 제작 그룹 <로잇 스페이스(LOIT SPACE)>는 주로 조명되지 않은 지역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발굴합니다. 현재는 유튜브, 뉴스레터,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loitspace.com / 매거진 인스타 @bemike.magazine


태그:#울산국제임팩트컨퍼런스, #펀드, #벤처캐피털, #포틀랜드시드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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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옆 앞 '기찻길옆골목책방' 책방지기.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수도권에서 살다가 2022년 2월 전라북도 익산으로 이사해 지방 소멸의 해법을 찾고 있다. <로컬꽃이 피었습니다>(2021), <슬기로운 뉴 로컬 생활>(2020),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2019), <나는 시민기자다>(2013)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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