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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교육청 정문 맞은 편에 일제고사 반대 학부모 모임 이름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지금 당장, 일제고사 시행 계획 철회하라"라고 적혀 있다.
▲ "일제고사 시행 계획 철회하라" 강원도교육청 정문 맞은 편에 일제고사 반대 학부모 모임 이름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지금 당장, 일제고사 시행 계획 철회하라"라고 적혀 있다.
ⓒ 김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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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교육청은 지난 9월 8일, '2022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라는 이름으로 '일제식 학력 평가'(일제고사)를 11월 말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신청을 받아 초등학교는 11월 21일부터 25일까지, 중학교는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시험을 치르겠다고 했다.

평가 대상은 초등학교 4~6학년, 중학교 2~3학년이다. 시험 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이다. 단, 초등학교 4학년은 영어를 제외한 국어와 수학 두 과목을 치른다. '진단'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시험 범위가 정해져 있고 특정한 시기에 같은 시험 문제로 성취 기준 도달 여부를 확인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다. 즉 '일제식 학력 평가'('일제고사')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9월 8일, ‘2022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라는 이름으로 일제식 학력 평가를 11월 말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일제식 평가" 계획 발표 보도자료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9월 8일, ‘2022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라는 이름으로 일제식 학력 평가를 11월 말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강원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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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교육청은 신청 기간을 당초보다 2주 연장한 결과 전체 513개 초, 중학교 가운데 60.2%인 309개 학교가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강원도교육청과 지역교육지원청 홈페이지 '학교 현황' 자료에는 분교를 분리하여 숫자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20개 분교를 본교에 포함시켰다.

이를 다룬 <강원일보> 10월 14일 기사, 전교조 강원지부에서 낸 10월 14일 보도자료, <교육희망> 10월 19일 기사를 종합해보자. 지난 13일 대구교육청에서 열린 강원도교육청 국정감사장에서는 신경호 강원도 교육감에게 '일제식 학력 평가'(일제고사)를 두고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여기서 신 교육감은 강민정 의원의 질책에 "앞으로도 신청하는 학교만 하겠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발언에 대해 강원도교육청 측은, 국감 종료 뒤 "단체협약 금지조항이 있어, 재협상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전수평가를 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도 교육청의 해명을 뒤집어 보면, '올해는 전수평가를 하지 않았으므로 단체협약 조항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 된다. 과연 강원도교육청이 전교조 강원지부가 맺은 단체협약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일까. 꼼꼼히 들여다 봤다.
 
강원도교육청이 2022년 2월 25일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2021년 강원도교육청-전교조강원지부 단체협약 해설 및 이행계획' 표지이다. 
여기에는 단체협약 내용 뿐만 아니라 도 교육청의 이행 계획도 들어 있다.
▲ 강원도교육청-전교조강원지부 단체협약 강원도교육청이 2022년 2월 25일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2021년 강원도교육청-전교조강원지부 단체협약 해설 및 이행계획" 표지이다. 여기에는 단체협약 내용 뿐만 아니라 도 교육청의 이행 계획도 들어 있다.
ⓒ 강원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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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교육청은 올해 11월 시행하는 '일제식 학력 평가'를 두고 일관되게, '신청하는 학교만 시행하고 전수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일제고사도 아니고 단체협약 위반도 아니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제가 된 단체협약은 현재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2021년 7월 15일 강원도교육감과 전교조강원지부장이 서명한 '2021년 강원도교육청-전교조강원지부 단체협약'(이하 단체협약)이다. 논란이 되는 조항은 제35조 6항과 제45조 1항이다.
 
단체협약 제35조 ⑥
도교육청은 초등학교에서 학기 초 진단평가 및 중간·기말고사 등의 일제 형식의 평가를 근절하고 학생 성장 중심의 평가가 정착되도록 지도한다. 
(강원도교육청-전교조강원지부 단체협약 중 일부)
 
단체협약 제35조 6항은 "도교육청은 초등학교에서 학기 초 진단평가 및 중간·기말고사 등의 일제 형식의 평가를 근절하고 학생 성장 중심의 평가가 정착되도록 지도한다"라고 되어 있다.

특히 '진단평가 및 중간·기말고사 등의 일제 형식'의 평가를 "근절"한다고 규정했다.설령 가르친 교사가 출제하더라도, '일제식 평가'는 하지 말라는 의미다. 여기엔 초등학교에서 특정한 시기에 같은 시험을 보는 것이 비교육적이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는 강원도 안 모든 초등학교에 개별적으로 적용하게 돼있는 규정이다. 도내 전수평가 여부나 시험 날짜가 같은 날인지 아닌지는 이 규정 위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한 학교라도 이런 일이 생기면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물며 가르치지 않은 교사가 출제한, 동일한 시험 문제를 여러 학교에서 비슷한 시기에 풀게 하는 행위는 더더욱 인정되기 어렵다.

단체협약 제35조 제6항은 교사의 '자율성'과 '평가권', 혹은 개별 학교의 자체적인 '선택권' 문제를 넘어서는 규정이다. 비교육적 평가 행위를 아예 학교에서 없애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의 규정을 담은 단체협약 제35조 이름이 '초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조치'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진단평가 시행, 그 자체로 단체협약 위반이 될 것

더구나 이런 조치는 강원도와 같은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있었던 지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설동호 교육감이 있는 대전시교육청은 2018년 12월 18일 "대전교육청, 내년부터 초등학교 일제식 평가 전면 폐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보도자료에서 대전시교육청은 '일제식 평가'를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 특정 시기에 함께 치르는 '지필평가'와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 반대 의미로는 '과정 중심 평가'를 썼다. 강원도교육청이 맺은 단체협약 내용과 다르지 않다(다만 이런 대전교육청에서도 지난 8월 말 학업성취도 평가 참가신청을 받아, '일제고사 부활'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현재 강원도교육청은, '일제 형식의 평가'를 '근절'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나서서 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체협약 제45조 ①
도교육청은 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주관의 학력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강원도교육청-전교조강원지부 단체협약 중 일부)
 
단체협약 제 45조 제1항은 "도교육청은 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주관의 학력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이 조항에는 학교나 교사 자율 여부, 전수 평가인지 일부 평가인지 등 수식어가 전혀 없다. 강원도교육청이 주관하는 학력고사를 시행한다고 하면, 규정 위반이 되는 셈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학력고사'를 "일정 범위의 학습 결과에 대하여 얻어진 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시험"이라고 정의한다. 강원도교육청은 일정한 출제 범위(성취기준)를 제시하고 특정 과목의 학습 결과를 평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강원도교육청 발표대로라면, 다음 달 말부터 강원도 전체의 절반이 넘는 초,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일정 범위의 학습 결과를 확인받기 위해 학력고사를 치르게 된다. 그렇다면 부르는 이름과는 무관하게, 강원도교육청은 전교조 강원지부와 맺은 단체협약 제45조 제1항을 이후 어기겠다고 공언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전교조 강원지부도 7월 21일 '강원도교육청 일제고사, 학력향상에 도움 안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낸 뒤, 조항 숫자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단체협약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교육'의 진짜 의미 생각해봐야... 진단평가는 비교육적인 조치다

이대로라면, 이제 곧 초등학생들은 낯선 OMR 카드 사용법을 익히는 등의 수고를 하게 될 것이다. 11월 21일부터 12월 초까지 강원도 곳곳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다수의 학생이, 자신은 알지 못하는 어느 교사가 출제한 같은 시험 문제를 정해진 시간 안에 풀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점수로 등급 매긴 결과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나는 강원도교육청의 '일제고사', 즉 이번 진단평가 시행은 특정 교원단체와 맺은 단체협약 위반 여부 문제를 넘어서, 강원도내 학생들의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키우고 마음을 옭죄는 매우 '비교육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

다른 노동조합과 달리 교원노조가 맺는 단체협약에는 교육과 학생을 위한 조항이 대부분이다. 교사의 존재 조건이 학생이고 교육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단체협약은 협상의 결과이다. 즉 '최소한 이 정도는 강원교육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관계자들이 인정한 내용이라는 의미다.
 
놀이터에 모여있는 어린 사람들 모습(자료사진).
 놀이터에 모여있는 어린 사람들 모습(자료사진).
ⓒ Unspla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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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8년 4월 "보다 나은 삶과 사회 변혁을 위해 교육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OECD 교육 2030'을 발표했다. 이곳에서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도전에 맞서기 위해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학습자의 행위 주체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운 가치 생성', '긴장과 딜레마의 해결', '책임'으로 이루어진 '변혁적 역량'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2021년 11월 유네스코(UNESCO) 세계미래교육위원회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상상: 교육을 위한 위한 새로운 사회 계약'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기후위기', '뿌리 깊은 불평등' 해결을 교육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교육은 "사회, 경제 및 환경 정의에 기반을 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지속 가능학고 평화로운 미래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혁신을 제공하는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금 강원도교육청이 밀어붙이고 있는 '일제식 지필 평가(일제고사)' 추구 방향으로 갈 때는, OECD와 유네스코(UNESCO)가 말하는 교육은 불가능하다.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 관료들은 교육적 성찰을 통해 11월 21일부터 시행하려는 '일제식 평가'(일제고사)를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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