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창작그룹 MOIZ의 '콘크리트 보이스'
 창작그룹 MOIZ의 "콘크리트 보이스"
ⓒ 김동규

관련사진보기


"가치 탐험대 여러분! 아주 놀랍게도 도시라는 정글에는 인간만 있는 건 아니에요. 여기 광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콘크리트들이 있습니다. 우리 콘크리트는 소리를 반사합니다."

지난 22일과 23일, 창작그룹 MOIZ(아래 모이즈)의 장소 이동형 공연 '콘크리트 보이스'가 광주광역시 금남로와 충장로 무대에 올랐다. '우리의 틀을 직접 만든다'를 모토로 2018년 결성된 광주의 청년 '창작그룹 MOIZ'는 광주에서 살면서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과 이상함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다(관련 기사 : 배우 없는 연극, 결론 없는 프로젝트... 이런 걸 만드는 이유 http://omn.kr/20esu ).

헤드셋 쓰고 탐험대가 되다

'콘크리트 보이스'는 관객이 가치 탐험대가 돼, 콘크리트의 목소리를 따라 이동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형태의 공연이다. 모이즈에 따르면 콘크리트는 소리를 반사한다. 이번 여정의 목표는 '천변우로 415'였으며, 금남로와 충장로 일대가 이 공연의 무대가 됐다. 관객들은 헤드셋을 착용한 뒤 가치 탐험을 의뢰한 콘크리트, '천변우로 415'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5.18 사적지이자 콘크리트인 전일빌딩 옥상에서 시작된 여정은 금남지하상가로 이어졌다. 5.18 사적지들과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는 금남지하상가는 5.18민주화운동으로부터 9년 후인 지난 1989년 조성됐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장소가 5.18과 무관한 곳이라고 볼 순 없을 것 같다.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전남도청에 진입한 이후에도 5.18의 진실을 알리고 기억하기 위한 투쟁은 끊임없이 지속됐다. 그렇게 광주 전역에는 5.18과 다양한 형태로 함께한 공동의 기억이 남겨졌다.

금남지하상가에 도착하자, 헤드셋에서 1993년 5월에 있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5.18 특별담화' 소리가 들렸다. 재연이지만 금남지하상가에 놓인 TV 앞에서 대통령의 담화를 듣고 있는 1993년 광주시민들의 반응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금남지하상가를 빠져나온 후에는 '천변우로 415'를 향해 금남로 거리를 걸었다. 5.18 당시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격을 피해 몸을 피했던 골목골목들과 광주시민들의 추억이 얽혀있는 공간들을 지났다.
 
창작그룹 MOIZ의 '콘크리트 보이스'
 창작그룹 MOIZ의 "콘크리트 보이스"
ⓒ 김동규

관련사진보기

 
창작그룹 MOIZ의 '콘크리트 보이스'
 창작그룹 MOIZ의 "콘크리트 보이스"
ⓒ 김동규

관련사진보기


경매물건이 됐던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이윽고 광주 동구 '천변우로 415'에 도착했다. 이곳은 5.18 당시 '광주적십자병원'이 위치했던 곳으로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제11호에 해당한다. 5.18 당시 광주시민들은 부상당한 이들을 위한 헌혈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를 듣고 이곳으로 모였다. 개중에는 <오마이뉴스>에서 보도한 것처럼 인자, 진, 아방궁 같은 예명을 쓰던 5.18의 숨은 주역 '황금동 여성들'도 있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구 적십자병원'을 "광주시민들의 공동체 정신이 발휘됐던 장소"로 소개하고 있지만 '광주적십자병원'의 운명은 녹록지 않았다. 녹십자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학교법인 서남학원에 매각돼 서남대병원이 됐다. 서남학원은 2020년 1월, 이 건물을 경매에 넘겼다. 그러니까,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제11호가 경매 물건이 된 것이다.

광주시는 '광주적십자병원'을 약 90억 원을 들여 매입했으며, 이 공간에 대한적십자사 헌혈의 집을 유치하고 문화예술 창작소, 문화산업기업 인큐베이터 등을 조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5.18을 기억하는 방식

이번에 가치 탐험을 의뢰한 '천변우로 415'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콘크리트로 이뤄진 그가 이번 여정에 참여한 관객들에게 물었다. "나가 어찌케 살믄 좋겠어요?" 관객들은 저마다의 답을 내놨다. 이곳이 5.18을 기념하는 장소로 남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새로운 공간으로써 활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관객들의 의견을 들은 후, 공연은 마무리됐다.

지난 23일 공연에 참여한 A씨는 "그동안 5.18 사적지에 대한 여러 행사에 참여했는데, 대부분 5.18 당시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돼서 수용성이 높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번 기획은 5.18 이후 세대들이 삶을 통해 겪은 일들을 느낄 수 있었고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돼서 좋았다"고 했다.

모이즈 도민주 대표는 "5.18 사적지 만이 5.18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광주의 모든 장소의 오래된 건물들, 새로 생긴 건물들 또한 5.18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마찬가지로 광주에 살고 있는 우리 세대 역시 5.18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도 5.18에 대한 공동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 공연에는 1980년 당시 5.18을 목격한 콘크리트도 등장하지만, 그렇지 않은 콘크리트들도 등장한다. 그러나, 그 기억 역시 5.18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