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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맛과 강한 향, 매운맛을 동시에 지닌 분말로 혼합 향신료의 주원료. 주로 멕시코 요리 등에 쓰이며 칠리파우더와 함께 매운맛을 내는 요리에 많이 사용됩니다.
▲ 등심을 넣어 만들어 본 인스턴트 자장면 쓴 맛과 강한 향, 매운맛을 동시에 지닌 분말로 혼합 향신료의 주원료. 주로 멕시코 요리 등에 쓰이며 칠리파우더와 함께 매운맛을 내는 요리에 많이 사용됩니다.
ⓒ 이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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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등심을 넣어 만들어본 인스턴트 자장면(짜짜로니)입니다. 평소보다 손님이 뜸하거나 배달 주문이 없는 날, 이럴 때 식당 사장들이 믿는 미신이 있습니다. '손님을 맞으려면 라면을 끓이거나 자장면을 주문하라!'

사장이 라면이나 자장면 한 젓가락을 들면 뚝 끊겼던 손님들이 줄이어 들어온다나요? 정말 맞는지 테스트를 해봅니다. 그냥 짜짜로니는 심심한 것 같아 스테이크용 등심을 잘라 넣고 등심 짜짜로니를 만들었습니다.

쉬라즈 와인과 어울리는 스파이시한 향의 안주를 개발하느라 주문한 큐민인데 정말 병아리 눈물의 1/4 만큼만 넣어도 향이 지독하게 강합니다.

'저걸 언제 다 쓰나?' 싶은 큐민을 하루에 한 통씩 사용하며 매출을 올린다면 벼락부자가 될 것 같네요. 그런 날이 온다면, 세계에서 비싸기로 유명한 와인 생산지인 샹볼 뮤지니(Chambolle Musigny)에 땅 보러 다니느라 엄청 바빠지는 것은 아닌지... 짜짜로니를 먹으며 잠시 행복한 공상에 빠져봅니다.
 
쓴 맛과 강한 향, 매운맛을 동시에 지닌 분말로 혼합 향신료의 주원료. 주로 멕시코 요리 등에 쓰이며 칠리파우더와 함께 매운맛을 내는 요리에 많이 사용됩니다.
▲ 향이 강한 향신료 큐민입니다. 쓴 맛과 강한 향, 매운맛을 동시에 지닌 분말로 혼합 향신료의 주원료. 주로 멕시코 요리 등에 쓰이며 칠리파우더와 함께 매운맛을 내는 요리에 많이 사용됩니다.
ⓒ 이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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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 저 공상을 하며 짜짜로니를 먹는 마음은 두 가지로 갈립니다. 일단은 몹시 배가 고프니 내가 젓가락을 다 놓기 전까지는 주문이 안 와서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그래도 매출을 생각해야 하니 먹는 중간에라도 주문이 와서 알림 벨이 울렸으면 하는 바람. 그런 가운데 많은 식당 사장들이 믿는다는 그 '미신'같은 우연이 실제로 정말 일어날지에 대한 기대로 가슴 두근거림은 계속되었습니다.

결과는? 이날 주문 알림음은 제가 짜짜로니를 한 그릇 다 비운 후 설거지를 하고 수 십 분이 지날 때까지 울리지 않았습니다. 고기까지 넣은 짜짜로니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났지만 젓가락을 놓는 마음은 어쩐지 헛헛하고 서운하던지요.

중간에라도 주문 벨이 울렸으면 좋았을 텐데. 만일 그랬다면 "하 참, 식당 일을 하다 보면 때맞춰 밥 한 끼 먹는 것도 참 쉬운 일이 아니거든?"이라고 퇴근 후 만나는 남편에게 조금은 거들먹거릴 수도 있었을테구요.

그래도 모처럼 새롭게 짜짜로니도 끓여 먹어 봤고 무엇으로도 방해받지 않고 행복한 공상까지 해 가면서 시장기가 충분히 가시도록 편안히 점심을 먹었으니 실제로 손해 본 것은 없습니다. 나에게서 비껴나간 미신 같은 우연이 조금 김 빠진 기분을 안겼을 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궁금함이 생겨납니다. 배달비가 오르거나 코로나 재확산 뉴스의 영향으로 널뛰기를 하는 매출, 하루가 머다하고 천정부지로 오르는 식자재 가격, 물가... 무엇 하나 식당을 하는 사장에게 도움이 되는 소식은 요즘 들려오지 않습니다.

코로나 재확산 소식으로 손님이 뜸하고 비까지 내리는 어느날 점심, '손님 마중 라면'을 끓인 사장은 과연 나 혼자였을까? 어딘가에 동지가 있었다면 칼칼한 떡라면이라도 끓여 그와 소주 한 잔 나누고 싶은 저녁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평생 꿈꾸었던 피아노가 있는 와인 바 주인이 되어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https://brunch.co.kr/@winestory


태그:#짜파게티, #식당,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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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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