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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못생긴 돼지감자의 영어 이름은 예루살렘 아티초크(Jerusalem artichoke), 말린 돼지감자 차나 돼지감자 장아찌나 봐왔던 차에 예루살렘 아티초크라는 멋있는 이름을 들으니 웃음이 났다.

하지만 돼지감자는 예루살렘이 원산지도, 아티초크도 심지어 감자도 아니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라 '뚱딴지'라는 별명을 지닌 데다 돼지나 먹는 감자, 그러니까 사료로나 쓰이며 하찮은 취급을 받던 이 채소가 이눌린이라는 천연 인슐린 역할을 하는 성분이 듬뿍 들어 혈당을 낮추는 데 좋은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도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요리로는 잘 안 먹는 데 반해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돼지감자를 찌거나 버터와 익혀서 혹은 퓌레나 수프 등으로 요리해 먹어 왔다. 한 유럽식 비스트로(작은 식당)에서 돼지감자를 구워 마늘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를 먹고 '돼지감자가 이런 맛이라니!'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한 번도 요리해 볼 생각을 안 하던 돼지감자가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던 순간이다.

돼지감자는 생으로 먹으면 수분이 많고 아삭아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예루살렘 아티초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티초크와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해서라는데, 아티초크가 생소한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씁쓸한 맛과 은은하게 치고 올라오는 단맛이 우엉 같기도, 감자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돼지감자를 익히면 촉촉하며 폭신한 질감이 익힌 감자와 양파의 중간 정도에 본래의 향이 더 진해져 매력적인 식재료가 된다. 프랑스어로 돼지감자는 '토피낭부르'다. 돼지감자와 밤으로 만든 수프는 대표적인 프랑스의 토피낭부르 요리 중 하나다.

이를 변형해 돼지감자와 군밤으로 크림 수프를 만들었는데 살짝 씁쓸한 돼지감자의 맛과 군밤의 은은한 단맛이 훌륭하게 어우러져 한 접시를 금세 비웠다. 이후 우리 집의 겨울 수프는 돼지감자 군밤 수프, 돼지감자가 없을 때에는 돼지감자 대신 우엉을 사용한 우엉 군밤 수프가 되었다.

창밖으로 추운 바람이 불고, 집 안에서는 따끈한 돼지감자 군밤 수프라니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광경이다. 이제 돼지감자가 나오기 시작하는 11월, 눈여겨보지 않던 돼지감자로 따뜻한 수프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지.
  
돼지감자 군밤 수프
 돼지감자 군밤 수프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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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 군밤 수프

재료


돼지감자 150g, 군밤 10개, 양파 1/4개, 물 1컵, 치킨스톡 1작은술, 우유 1/2컵, 생크림 1/2컵, 올리브유 적당량, 말린타임·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돼지감자는 깨끗이 씻어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15분간 구워 껍질을 벗긴다.군밤도 껍질을 제거한다. 군밤 대신 삶거나 찐 밤을 이용해도 된다.
2. 양파는 얇게 슬라이스한다.
3. 바닥이 두꺼운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와 타임을 넣어 볶다가 양파가 투명해지면 물과 치킨스톡을 넣고 끓인다.
4. 물이 반 정도로 줄어들면 돼지감자와 군밤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이다 불을 끄고 우유를 넣고 핸드블렌더로 곱게 간다.
5. 약한 불에서 한소끔 끓이다 되직해지면 생크림을 넣어 한 번 더 끓여 원하는 농도로 맞춘다. 소금과 후춧가루로 최종 간을 하고 그릇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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