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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열린 SBS D포럼 2022 '다시 쓰는 민주주의'에서 강연 중인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열린 SBS D포럼 2022 '다시 쓰는 민주주의'에서 강연 중인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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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으로 혼란한 시절,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정(Fear is reaction. Courage is a decision)"이라고 말했다. tvN '어쩌다 어른' 등에 출연해온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아주대학교 교수는 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SBS D포럼(SDF) '다시 쓰는 민주주의'에서 이 말과 함께 자신이 얼마 전 세미나 참석을 위해 지하철을 탔다가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 발이 묶였던 경험을 소개했다. 

"일행 중에는 한 기업의 부장도 있었다. 저는 단순 참가자이지만 세미나의 주최자이자 당사자인 그 부장은 굉장히 당황했다. 왜냐면 불편함, 짜증스러움이 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닌데 이 사람은 평소 장애인 권리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편이라 자신이 내는 짜증, 불편함, 당황스러움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표정을 짓더라."

김경일 교수는 "처칠의 말을 대입해보면 된다. 그들의 시위를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은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성원하고 지지하는 것은 '결정'"이라며 "그래서 '부장님, 짜증내세요. 그리고 응원하세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응과 결정을 별 생각 없이 동일시하면, 자신이 느낀 부정적 감정과 평소 가치관 중 어느 하나를 완전히 포기하거나 과장하는 오류가 벌어지기 쉽다"며 "그걸 잘 이용하거나 계속 실행하는 정치인을 우리는 많이 본다"고 말했다. 

'이런 정치인'들은 사람들의 혐오를 자극하고, 선동한다. 그런데 혐오가 가리키는 방향이 곧 정치다. 김 교수는 "무엇에 혐오하는가에서 진보와 보수가 상당히 구분된다"며 "진보는 약자가 배려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착취당하고 있다는 상황에 굉장히 강한 혐오감을 느끼는 반면, 보수는 사회의 규범 혹은 질서가 무너질 때 큰 혐오감을 느끼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또 중도는 "개인의 자유 의지가 억압·훼손될 때 가장 큰 혐오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집단마다, 또 개인마다 '다른 혐오'를 품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와 다른 것에 혐오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을 존중할 수 있는 자세"라는 미국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그것(존중)이 없는 사람들의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말에 귀 기울이고 반응한다면, 하이트의 충고는 명확하다"며 "'그 결과는 우리처럼 될 것이다.' 이 사람은 (트럼프 체제를 겪은) 미국인이다"라고 했다. 

"다양성이란 생존법칙, 가장 준엄하게 부여된 곳이 한국"

윈스턴 처칠부터 장애인 이동권 시위, 조너선 하이트까지 하나로 묶는 단어는 '다양성'이다. 김경일 교수는 "적은 수의 집단일수록 급변하는 사회에서 한 방향으로 가다가 멸절될 가능성이 크다"며 "인간 중에서도 이 법칙이 어떤 사회보다 의미심장하고, 준엄하게 부여된 곳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라고 봤다. 그가 태어난 1970년에는 동시에 108만 명이 탄생했지만 2021년 한국의 신생아 수는 26만 명 수준에 그쳤다. 

김 교수는 "정해진 문제,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우리 사회 전체를 예전보다 적은 수의 구성원으로 지탱해야 하는 미래를 우리가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답은 다양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지금 다양성을 빌미 삼아, 혹은 그 뒤에 비겁하게 숨어서 극단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그 이유는 우리 사회가 아직 제대로 된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다양성'일까. 김 교수는 "이제 우리는 선진국"이라며 "후발주자로선 무엇이든 정의(定義) 내릴 필요 없이 그저 빠르게 쫓아가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많은 것들에 대해서 정의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우리는 학교에서, 회사에서 이런 문제를 풀어본 적 없다. 이제는 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만큼 이 점에 부합하는 게 없다.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뭘까. 우리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게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정의 없이 오로지 실천강령이나 단순한 행동지침만 가진 사람들의 권력 지향 과정에 사회가, 국민들이 계속 이용당한 것 아닐까. 앞으로도 계속 그렇다면, 저는 억울할 것 같다. 당돌할 수 있지만, 여러분께 청을 하나 드리겠다. 민주주의에 대한 2022년 대한민국의 정의는 무엇일까. 우리 각자의 정의는 무엇일까. 미국도, 영국도, 독일도 아닌 우리의 정의. 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될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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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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