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난 3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내외국인들이 이태원 압사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 3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내외국인들이 이태원 압사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어르신, 조심히 내려가세요."

"앞에 사람 많으니까 조금 기다렸다가 내려가세요."

"엘리베이터 잡아 드릴테니까 그걸 타고 내려가시고, 계단으로 가시는 분들은 일렬로 천천히 난관 잡고 내려가세요."


지역사회 내 복지관은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큰 규모의 행사를 할 때면 지자체장들도 참석하기 때문에 행사 참석자가 200명도 넘게 오기도 한다. 그에 비해 수가 월등히 적은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며 최대한 안전에 유의하도록 노력한다. 각자 담당한 업무를 포기한 채로 행사에 투입돼 행사가 끝나기 전 참석자들보다 먼저 빠져나와 이동 경로를 확보하고 소리친다.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편하신 분도 있고, 걸음이 빠른 분도 있어 서로 뒤엉킬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우르르 몰리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내려갈 수 있는 이동 경로를 분산시키고, 계단으로 내려가게 유도할 떄는 각 층계참에도 직원들을 배치하여 천천히 내려올 수 있도록 한다. 복지관 외부 출입문까지 직원을 배치하여 어르신이 완전히 빠져나가 댁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고 관리한다.

행사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직원들의 업무 분장을 하는데 그때부터 신경쓰는 것은 직원들이 안전요원으로 언제, 어디에 배치돼 있는지를 정하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큰 행사를 큰 행사든 작은 행사든, 심지어 일대일로 어르신과 대화 후 배웅할 때도 출입문을 잡아드리고 문턱이나 계단을 조심하라고 언지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움직여준 덕분에 지금껏 어떠한 안전 사고도 경험한 적이 없다.

행사 참가자는 안전을 관리하는 인력의 안내를 잘 따르게 돼있다. 그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참가자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을 확보하면 어떠한 행사든 잘 끝마칠 수 있다. 그러니 안전 요원을 배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국가가 정한 애도 기간은 끝났지만 

10.29 참사가 발생하고 국가가 지정한 애도 기간이 끝났다. 그럼에도 내 가슴이 아직도 먹먹한 이유는, 누구도 책임지려는 모습은 없고 제대로 된 조사는커녕 희생양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다. SNS를 통해 퍼진 토끼 머리띠를 한 사람이 '밀어'라고 외쳤다던가, 각시탈을 쓴 사람이 바닥에 오일을 뿌려 미끄러져 압사의 원인이 되었다는, 출처 불분명한 '소문'을 경찰이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려 직접 나서서 조사하겠다 한다(특수본은 '토끼머리띠' 인물들을 추적조사했으나 지난 7일 '혐의 없음' 종결했다). 

그 많은 인원이 어떤 특정 사람 때문에 넘어지거나 대통령 퇴진 운동에 참여했던 시위대 때문에 156명이 사망하고, 197명이 다쳤다고 과연 누가 납득을 할 수 있을까?

설령 시위대가 정말 축제를 즐기러 참석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가 안전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명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은 다같은 국민이지, 누군 국민이고 누군 국민이 아닌가. '선택적 국민'은 없다.

지금은 '누가' 원인을 제공했느냐가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막지 못했는지 명백히 밝혀 책임을 지고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흘러가는 상황은, 그때 당시 축제에 참석했던 일반 국민들이 참사 원인 제공자로 지목을 당하고 있다. 10여만 명이라는 인파가 한 장소에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해놓고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인력은 왜 보이지 않았는지, 정부가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국가로서의 의무를 지키고자 노력했는지 반성을 하고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다.
 
윤희근 경찰청장(왼쪽부터)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묵념하고 있다.
▲ 묵념하는 이상민 행안부장관-윤희근 경찰청장-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왼쪽부터)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묵념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단순히 그것을 일선 경찰이나 소방관에게만 떠넘기고, 심지어 참사 당시 출동하여 구조에 나섰던 소방인력을 입건하는 행위는 전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관련 기사: 15년차 소방관입니다, 용산소방서장 문책에 반대합니다 http://omn.kr/21k4x ). 

일각에선 10.29 축제는 주최가 없어서 안전을 담당하는 인력을 배치하기가 힘들었다는 모순적인 변명을 한다. 안전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기관인 경찰은 관할 구역이 있다. 관할 구역은 말 그대로 해당 구역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상시에도 경찰차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주최, 주관도 없는데 평상시에 경찰은 왜 순찰하는 것일까?

그것이 바로 경찰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관할 구역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서다. 만약 10.29 참사 당시 안전을 책임지는 인력이 충분히 투입됐더라면, 더 나아가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미리 인지하고 있었으니 관할 구역의 인력뿐만 아니라 인접 구역의 인력까지 투입해서 관리했다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안은 막을 수 있음에도 막지 못해 일어났다는 점에서 재난과는 성격이 다르고, 그래서 더 안타깝기도 하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8년이 지났다.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갔고, 여전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되지 않았다. 이런 안타까운 10.29 참사가 향후 반복돼서는 안된다. 참사가 발생한 뒤 생명을 살릴 골든타임이 존재하는 것처럼, 참사의 원인을 밝히는 데에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그것을 놓치면 슬프게도 참사는 또 반복되고야 말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을 '괴물'로 착각하곤 합니다. 깊게 알지 못하면 편견과 착각에 사로잡힙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