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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 공원에는 의성 특산물인 마늘을 표현한 조형물이 많다.
▲ 마늘 조형물 구봉 공원에는 의성 특산물인 마늘을 표현한 조형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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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단풍으로 물든 산과 들녘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낙엽길을 걷기로 했다. 가을은 모든 것이 어울리는 계절이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나란히 있는 푸른 소나무, 누런 흙길, 파란 하늘도 가을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오늘의 목적지는 경북 의성군 의성읍이다. 고만고만한 단층 건물로 꽉찬 의성 읍내가 반갑다. 처음 왔지만 고향처럼 친근하다. 

의성전통시장-종합운동장-남대천으로 이어지는 7.5㎞ 구간 평지를 걷는다. 하천 둔치에 조성된 구봉산 테마 공원에 들어서니 눈길 줄 곳이 많다. 의성 특산물인 마늘의 자라는 과정을 도입하여 빛나는 길, 여유로운 길, 건강한 길 세 가지가 있다고 알려준다.

마을을 흐르는 야트막한 개울에 몽글몽글 거품이 일어난다. '무슨 일인가?' 한참을 보고 있으니 물이끼 사이사이로 작은 물고기가 떼를 지어 다닌다. 물 반, 물고기 반이다. 바닥을 드러내는 하천에 저리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다니 생각도 못한  광경에 두 눈을 의심한다. 

구봉산 기슭 데크로 연결된 남대천 주변은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은 길이다. 마늘모양의 화장실부터 단군신화 속 곰과 호랑이까지. 의성 군민의 마늘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구봉공원 데크길에서 산쪽으로 올라가면 잘 정돈된 길이 나온다. 활엽수들이 잎을 떨군 길은 푹신푹신하다
▲ 봉의정과 문소루 갈림길 구봉공원 데크길에서 산쪽으로 올라가면 잘 정돈된 길이 나온다. 활엽수들이 잎을 떨군 길은 푹신푹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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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공원에서 문소루까지 구봉산 기슭 데크를 따라 걷는다. 데크길은 어느새 물든 가을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발에 치이는 낙엽길을 걷다보니 시선이 나무를 향한다.
휑해진 나뭇가지가 측은할 즈음 구름이 슬그머니 나뭇가지에 앉는다. 솜사탕이 된 나무가 탐스럽다. 

잎이 넓은 활엽수와 굴참나무가 숲을 이룬다. 어린나무 목에 걸린 이름표에 걸음을 잠시 멈춘다. '생명의 꿈나무'란 이름을 가진 벚나무는 의성군에서 태어난 아이를 기념하기 위해 심은 탄생목이다. 아기의 이름과 부모님 이름이 나무의 뿌리를 더욱 튼튼하게 해 줄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푹신한 낙옆 길을 걷다보니 아이들을 위한 숲체험장이 나타났다. 어른인 내가 봐도 솔깃하다. 그러나 아쉽게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가진 못했다. 관리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365일 개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구봉산 북편 끝 문소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문소루는 영남 지방의 4대루 가운데 하나이다.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 안동의 영호루 보다 먼저 건립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고려 중기에 창건한 누각(樓閣)인데, 공민왕 때 현령 이광제가 중건하였다. 1657년(효종 8) 화재로 불탔다가 1694년(숙종 20) 현령 황응일이 다시 중건하였다. 1950년 6·25 전쟁 때 폭격 당해 없어진 것을 1983년에 다시 복원하였다고 한다. 의성 고을의 역사와 기품이 느껴진다. 

문소루를 내려오니 남대천 둘레길과 연결된다. 남대천을 가득 메운 오리 틈에 긴 목과 긴 다리의 왜가리가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데크길 양옆의 쭉쭉뻗은 나무가 초록빛 싱그러운 여름을 붙잡고 있는 듯하다.

배꼽시계의 요란한 요동에 시가지로 걸음을 옮긴다. 전형적인 시골 작은 마을 모습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미리 찜해둔 맛집을 찾아나선다. 멸치로 국물을 낸 시원한 칼국수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육이 한 접시 나온다.

주인장의 음식 자랑이 시작됐다. 수육은 돼지 앞다리를 사용하는데 발등 조금 윗부분이 좋다고 하신다. 윤기가 흐른다. 부드럽고 담백한 수육 한 점에 동네 막걸리를 곁들이니 금상첨화다. 식감은 쫀득한데 샤르르 녹아 부드럽게 넘어간다.

텃밭에서 따온 듯한 고추와 상추, 배추가 푸짐하다. 모양이 각각이고 억세지만 푸성귀가 입맛을 돋운다. 콜라겐 섭취 효과인지 피부가 맨질맨질하고 촉촉하다. 사장님의 구수한 입담에 입가에는 미소가 절로 번진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시장부터 마을 전체가 조용하다. 차분한 시가지가 늦가을을 많이 닮았다. 낯선 곳이지만 친숙함이 묻어나는 곳. 조용한 시가지를 걸으며 하루를 되짚어 본다. 아니 한 달, 1년을 반추해 본다. 겨울의 초입, 한해를 정리할 분들에게는 소박한 의성읍 둘레길이 제격이다.
 
하천과 산을 적절하게 활용한 의성읍 둘레길.대부분 평평한 데다 의자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 의성읍 둘레길 하천과 산을 적절하게 활용한 의성읍 둘레길.대부분 평평한 데다 의자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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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태그:#제천단양뉴스, #이보환, #걷기좋은길, #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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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신문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인터넷신문 '제천단양뉴스'를 운영합니다.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다짐합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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