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제주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은 길게는 1년, 짧게는 한 학기동안 인권평화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 대한 다양한 공부를 하고 실천하며 깊이있게 배워가는 배움의 시간이다. 그 배움의 시간들을 뮤지컬이라는 예술 장르를 통해 몸과 마음으로 표현해 내며 내면 깊이 배움의 깊이를 더해 간다.

이번 학기는 제주 강정마을에 대한 내용을 공부하고 뮤지컬 형식의 풍경극으로 담아봤다. 

작은 고을이었던 제주 강정마을은 강정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공동체적 특성이 강한 제주의 작은 마을었지만, 반대와 찬성으로 나뉘어 마을 공동체는 와해됐다. 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마을은 아직도 5600일 넘는 긴 시간 동안 투쟁 중이다.
 
5600일 넘게 진행된 미사에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5600일 넘게 진행된 미사에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 이임주

관련사진보기


동백친구들이 몇 차례 먼거리를 달려 가 만난 강정은 평화로 나아가는 모든 시간들을 담은 역사의 현장,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 언젠가 먼훗날 미래세대가 공부해야 할 평화의 순례자들이었다.

그 빛나는 순간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실은 벅차고 가슴 뜨거운 일이었다.
우리가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하고, 또 어느 땐 다 잃은 것 같은 절망스러운 순간에도 그것을 넘어선 더 큰 평화로 나아가는 이들… 그들에 깃대어 우리는 또 평화로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동백작은학교 친구들이 해군기지 앞에서 인간띠잇기를 함께 하고 있다.
 동백작은학교 친구들이 해군기지 앞에서 인간띠잇기를 함께 하고 있다.
ⓒ 이임주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은 뮤지컬의 주인공인 문정현 신부님도 만났다.

육지일정을 마치고 몸이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못 만나뵐 줄 알았는데, 아이들과의 약속이라며 아픈몸으로 동백친구들을 맞이해 주셨다.
 
동백작은학교 친구들이 문정현신부님께 드리는 편지
 동백작은학교 친구들이 문정현신부님께 드리는 편지
ⓒ 이임주

관련사진보기

 
문정현 신부님은 살아있는 평화의 역사다.

1937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역대 대통령을 다 경험하시며 어두운 역사속에 빛이 되어 살아왔던 이야기, 신부가 되었던 배경부터 지금까지 '길위의 신부'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길위에서 평화를 위해 투쟁했던 삶의 이야기, 평택 대추리, 부안핵폐기장, 새만금, 제주 구럼비 이야기,제주 제2공항 문제까지 다른 사건이지만 모두 이어진 가슴 아픈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 주셨다.

구럼비가 얼마나 아름다운 바위였는지, 그 밑에 용천수에 발만 담구어도 얼마나 시원하고 좋았는지, 지금도 그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아름다운 구럼비를 눈에 보이듯 설명하셨다.

언제나 고통받는 사람의 편에 서서 평화를 외치던 문정현 신부님의 삶 자체는 동백 친구들에게 무엇보다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

문정현 신부님은 동백친구들에게 나만 생각하기 보다 남들의 아픈 것을 덜어내기 위해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씀하셨다.
 
문정현 신부님과 동백작은학교 친구들 - 한라산이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셨다.
 문정현 신부님과 동백작은학교 친구들 - 한라산이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셨다.
ⓒ 이임주

관련사진보기

 
신부님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평화에 대한 다짐을 하며 어렴풋이 진정한 평화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다가가고 있는 듯 했다. 아래 아이들의 이야기들이다.

"신부님이 강조하셨던 이야기가 있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 전체를 생각하는 것. 남의 아픈 곳을 보면서 사는 것. 정말 쉬운 이야기다. 초등학생 유치원 때부터 배우는 것인데 우리는 너무 못하고 있다. 이 기본적인 것을 우리는 너무 무시하면서 살고 있다. 신부님은 숨을 쉬면서 살아계시는 한 남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것이라고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 당연한 말이 너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어쩌면 평화 그 자체이신 문정현 신부님을 뵈었던 이 시간을 앞으로 살면서 계속 되새길 것 같다." - 중3 최솔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나는 어떤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을까? 정직한 평화를 이야기하고 부당한 일에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 옳은 일에 옳다고 말할 수 있는가. 페미니즘과 채식 문정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다. 사실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당한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 - 중2 천유림

"신부님의 삶은 생각할수록 놀랍다. 어떻게 저렇게 평화를 외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신부님이 계셨던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에는 이런 글이 써져있었다. '평화로 가는 길이란 없다. 평화가 곧 길이다.' 나도 신부님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도 신부님처럼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끝까지 걸어갈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길 바란다." - 중2 송현서

많은 준비와 몇 날 며칠 이어진 정성을 가득담은 뮤지컬 연습으로 지난 10월 29일 동백작은학교 뮤지컬 공연 풍경극 <고장난 바당, 부서진 돌부스러기>는 감동적으로 잘 마쳤다. 이 극의 연출을 맡은 '교육극단 고춧가루 부대' 안준영 대표는 극을 만들다 보니 주인공이 되어야 할 존재들은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그 속의 자연과 생명인 것 같았다며 그들을 중심으로 연출했다고 했다.
 
뮤지컬 포스터
 뮤지컬 포스터
ⓒ 이임주

관련사진보기


뮤지컬 속 아이들은 모두가 풍경이었다. 자연이었고 생명이었다.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이 소중한 것인가에 대해 머리로써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느껴가는 값진 시간이었다.

구럼비가 폭파되며 사라졌던 무수한 생명들, 그 가운데 멸종위기 동물이었던 붉은발말똥게를 공부하고 연기하며 아이들은 작은 생명들까지 사랑하고 아파하게 되었다.
  
대사를 외우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공동체의 아름다운 시간은 한층더 깊어지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역사적 아픔에 대해 더욱 공감하게 됐다.
 
'고장난 바당, 부서진 돌부스러기'뮤지컬 중 한장면
 '고장난 바당, 부서진 돌부스러기'뮤지컬 중 한장면
ⓒ 이임주

관련사진보기

 
강정마을에 가면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라는 문구가 크게 걸려 있다.

어쩌면 평화는 작고 사소한 것으로 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문정현 신부님의 이야기를 통해 느낀 것 처럼 뭍생명들의 소중함, 주변의 아픈 것을 덜어내기 위해 조그만 무언가라도 할 수 있는 마음으로 부터 시작되고 연습돼야 한다.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우리는 전쟁을 연습하고 있는가? 평화를 연습하고 있는가?"

평화의 시작은 지금 여기, 내가 서있는 곳에서부터 시작이다.

교육의 일상은 무엇을 하든 평화가 담겨진 일상이어야 한다. 그것이 이들이 삶이 될것이므로. 

긴 평화의 배움들로 동백작은학교 친구들의 마음 속에 평화의 씨앗으로 심겨져 언젠가 이 세상에 평화의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본다.

고찌글라. 고찌글라(제주어:같이가자).

덧붙이는 글 | 동백작은학교는 제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 공동체이다. 제주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14세~19세의 청소년들이 함께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배우고 실천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평등한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넘어선 '학교를 꿈꾸는 학교이다. 2021년 3월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주 동백작은학교에서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며 아이들과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