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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동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우리 매장은 18년도에 개업해 5년간 많은 단골을 유치해왔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 나도 이 매장의 고객이었다. 단골은 아니었지만, 친절한 사장님과 다른 매장에 비해 넓은 크기와 다양한 상품 때문에 자주 발걸음을 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매장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았다. 편의점 일을 한 번쯤 해보고 싶었고, 집과도 가까웠기에 바로 지원했다. 감사하게도 바로 일을 시작했고 현재는 능숙한 1년 차 '편순이'가 됐다.

사장님이랑 같이 있는 걸 좋아하는 알바생 

나는 평일 오후 6시에 출근한다. 출근하면 따뜻한 미소를 띠고 있는 사장님이 나를 반겨주신다. 사장님은 오전 8시부터 일하신다. 내가 출근하고 계산대를 볼 때, 계산하느라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하시고 보통 오후 7시쯤 퇴근하신다. 나는 사장님과 함께 있는 1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매장의 지리적 특성상 아이들과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사장님은 아이들에게 인기 폭발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왜 이렇게나 사장님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사장님은 아이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있다. 아이들이 방문할 때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반갑게 불러주신다. 우리 편의점에 아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이유일까. 

사장님은 편의점을 차리기 이전에 공무원 학원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고민 상담해주는 것을 좋아하신다. 그래서인지 고등학생이 오면 입시, 학원, 학교 등 주제를 불문하고 고민을 다 들어주신다. 아이들에게는 편의점이 어떤 의미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어느 날은 손님이 꽃을 들고 찾아왔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길 가다가 꽃집이 있었는데, 사장님이 생각나서 사 왔다고 하셨다. 어느 누가 편의점 사장님이 생각나서 꽃을 사 올까. 그만큼 사장님이 손님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손님이 사장님에게 선물한 꽃
 손님이 사장님에게 선물한 꽃
ⓒ 이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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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을 대신해 평일 오전에 일한 적이 있다. 그 하루에만 사장님을 찾는 손님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이의 돌이라고 돌 답례품을 가지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었고, 생강차를 들고 찾아오는 카페 직원도 있었다. 아무래도 매장에 고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사장님의 친절함 때문이 아닐까.

오늘, 누군가에게 '기쁨'을 선물한다면 
 
손님이 건넨 돌 답례품과 생강차
 손님이 건넨 돌 답례품과 생강차
ⓒ 이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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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나를 딸처럼 아껴주신다. 오늘도 일하러 와줘서 고맙다며 커피를 내어주시고, 나를 보면 힘들었던 게 다 풀린다고 하신다. 어떻게 보면 직원이 일하러 오는 게 당연하지만, 사장님은 당연시하지 않고 하나하나에 소중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어느 날 책을 읽으며 사장님의 지혜를 깨달았다.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고 싶다면, 잠에서 깨었을 때 오늘 하루 동안 적어도 한 사람에게, 적어도 하나의 기쁨을 선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하라. 그 기쁨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 바람이 실현되도록 노력하며 하루를 보내라. 많은 사람들이 이 습관을 가지게 되면 자신만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소망보다 훨씬 빨리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책 '니체의 말' 중

사장님은 매일 여러 사람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모든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에게, 적어도 하나의 기쁨을 선사한다면 세상을 더 빠르게 바꿀 원동력이 될 것이다. 책을 보고 말의 힘을 믿기로 했다. 우리 모두가 사장님의 지혜를 가지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태그:#편의점, #사장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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