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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엄마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일에 제가 집에 돌아오면 따뜻한 밥 한 끼로 맞아주던 엄마는 이제는 잠을 청하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같이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에게 배가 고프다고 했더니 엄마는 "네가 알아서 차려 먹어"라며 화를 내셨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반응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엄마는 늘 배가 고프다는 제 말을 들으면 "뭐 먹고 싶어?"라고 묻곤 했으니까요.

제가 특별히 잘못한 일이 있나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저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엄마의 바뀌어 버린 행동이 모두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엄마의 바뀐 행동의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잠을 설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드라마 장면에서 눈물을 훔치거나, 잠을 자지 못할 때마다 저는 물었습니다.

"왜 그래?"

이 말이 엄마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것을 처음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저의 끊임없는 질문에 결국 엄마는 갱년기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자신이 갱년기가 온 것을 받아들이는데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저의 "왜 그래?"라는 질문에 답을 내려고 생각할 때마다 힘들었던 것입니다.

엄마는 더는 자신이 청춘이 아니라는 생각에 우울했다고 말했습니다. 호르몬의 변화로 체중이 늘기도 하고 갱년기가 올 만큼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혼자 남겨진 집안에서 평소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고도 말했습니다.

엄마의 말에 저는 "왜 그래?"라고 반응했던 것을 후회했습니다. 저는 엄마를 이해해 주고 우울하지 않도록 감싸주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갱년기를 너무 오랫동안, 슬픈 마음으로 보내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집안에서 엄마랑 가장 친하고 애교 많은 딸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로 저는 "왜 그래?"에서 "그랬어?"라고 말하며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사소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엄마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대화법을 사용하니 엄마는 전보다 더 솔직하고 편하게 저에게 일상을 공유했습니다.

"탁자를 샀는데 생각했던 크기가 아니라서 속상했어", "오늘 온종일 자버리는 바람에 하루를 망쳤어"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저에게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두 번째로 외부 활동을 줄이고 최대한 엄마와 보내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엄마는 더는 외로움을 타지 않았습니다. 엄마와 저는 매일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이제 엄마는 매번 제가 나가 있는 시간이 아쉬워 언제 집에 돌아오는지 묻곤 합니다.
 
딸이 나가 있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엄마가 보낸 귀여운 메시지 내용
 딸이 나가 있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엄마가 보낸 귀여운 메시지 내용
ⓒ 손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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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는 엄마를 이해합니다.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여자이고 하고 싶은 것이 가득했던 학생이었습니다. 20년 동안 강한 모습만 보이던 엄마에게 가장 힘든 시기가 찾아온 만큼, 이젠 어른이 된 제가 엄마에게 강직한 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는 그저 옆에서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수용하고 이해해주는 것, 그 감정에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엄마에게 갱년기가 온 지 한 달째가 되어 가는 지금, 엄마와 저는 더 많은 소통을 하며 꽤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태그:#엄마, #갱년기, #막내딸,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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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을 좋아하는 대학생입니다. 취미는 문화생활과 순간순간 드는 호기심을 해결해줄 책 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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