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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초현실주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비합리적이며 낯선 이미지, 상상 속에 있을 법한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대표적인 화가로, '막스 에른스트', '살바도르 달리', '블라디미르 쿠쉬'가 있다.

초현실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의 비참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벗어나 '또 다른 현실'이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예술가들의 움직임에서 출발했다. 이것이 인간의 무의식과 내면을 탐구하는 경향으로 이어져, 현대에 와서는 다양한 상반된 개념들의 관계성을 찾아보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집안의 초현실주의' 작가 '헬가 스텐첼'은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출신 작가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평범한 물건들을 소재삼아 그 속에서 새로움과 특별함을 찾는다. 눈앞에 보이는 생필품과 음식들이 새로운 형태의 사물과 캐릭터로 탄생해, 기존 초현실주의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실감있는 초현실주의가 구현됐다.

헬가 스텐첼의 전시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다. 서울 광진구 CXC 아트뮤지엄에서 지난 11월 19일 헬가 스텐첼을 직접 만나, 작가의 작품세계·이번 전시·활동계획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중이 좋아하는 소재를 대상화해 작업 
 
작가 아뜰리에를 모방한 전시공간. 인터뷰 시작 전, 자신의 작품을 본뜬 귀여운 외투를 자랑하며 즐거워했다. 친구가 제작한 것을 들고왔다고.
 작가 아뜰리에를 모방한 전시공간. 인터뷰 시작 전, 자신의 작품을 본뜬 귀여운 외투를 자랑하며 즐거워했다. 친구가 제작한 것을 들고왔다고.
ⓒ ⓒ Helga Stentzel/CCOC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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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볼일 없을수록 흥미롭다'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예술적 영감의 씨앗은 어디서 왔나 

"외롭고 지루했던 시골생활에서 시작된다. 오락거리가 없어 식탁보에서 얼굴찾기, 빗자루 타고 하늘 날기 등 상상력을 키웠다. 어느 순간 유년시절의 이런 모습들이 나의 작품활동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깨달았다."

-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 디자인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현재 작품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

"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 광고를 세부전공했다. 아이디어에서 얻을 수 있는 힘에 매료되어 광고회사에 입사했지만, 몇년간 근무하다 퇴사했다. 창작 욕구를 막을 순 없었나보다. 내 작품은 인스타그램에서부터 인기를 끌기시작했다. 광고회사에 근무하면서 광고의 '3초의 미학'에서 힌트를 얻었다. 보는 즉시 즐거움, 유쾌함, 기발함을 선물한다."

-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한 견해는

"나는 예술가다. 사진작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작품에 사진기술을 사용하는 미술가일뿐, 사진에 대한 전문성은 없다. 예술의 각 영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점차 융합되어 가는 듯하다. 서로의 영역은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그 자체로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해당 분야에 대한 자신만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 작품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제작하고, 대표작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나는 예술가다. 사진, 비디오, 스톱모션같은 미디어는 단지 나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주로 '적극적인 관찰하기'로 작품활동을 한다. 대표적으로 신체를 소재삼아 생명체로 표현한 작품들과 강아지 양상추 '크런치'가 있다. '크런치'는 가족들을 위한 샐러드를 만들다 구상했다."
 
가족들에게 샐러드를 만들어주려, 그릇 뒤편을 보니, 강아지 머리를 한 양상추가 있던 것에서 시작했다. 이렇듯 작가는 우연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갖은 상상력을 동원해 작품을 만들어낸다.
▲ 크런치 가족들에게 샐러드를 만들어주려, 그릇 뒤편을 보니, 강아지 머리를 한 양상추가 있던 것에서 시작했다. 이렇듯 작가는 우연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갖은 상상력을 동원해 작품을 만들어낸다.
ⓒ ⓒ Helga Stentzel/CCOC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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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락에 그려진 수영복 입은 여성, 작가 특유의 재치가 돋보인다.
  발가락에 그려진 수영복 입은 여성, 작가 특유의 재치가 돋보인다.
ⓒ ⓒ Helga Stentzel/CCOC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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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맛있는 음식에 귀여운 아이템들을 형상화해서 시각, 미각까지 상상력을 자극하게 한다. 이젠 MZ세대를 넘어 다양한 계층에 사랑을 받고 있다. 런던에서 2020년에는 '올해의 푸드아트 크리에이터' 수상까지 했고, 다양한 브랜드랑 아트콜라보를 한줄 알고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너무 감사하다.  아트콜라보의 경우, 에르메스, 세탁세제 등 다양한 브랜드와 작업을 하고, 5년 전부터 BBC의 어린이TV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양상추·아이스크림·빵 등 대중들이 좋아하는 공통된 소재를 대상화했다. 이를 전 세대가 아울러 친근한 공통된 감정이 공유되어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예술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전세대가 작품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
 
곰이 체리 아령을 들고 있다.
 곰이 체리 아령을 들고 있다.
ⓒ ⓒ Helga Stentzel/CCOC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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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가 아시아 최초다.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무엇을 얻고 싶은가

"또다른 관찰하기의 연장이다. 관람객들은 같은 작품을 보고, 국가별로 수용하는 지점이 다르다. 관람객들의 작품에 대한 반응을 보고,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시장도 좋은 관찰대상이다. 이곳은 유럽의 전시장과는 다르게, 개방되어 있으며, 조명 성능도 좋고, 전시장 파티션 색상도 다채롭다. 이렇듯, 한국에서의 전시경험 자체가 소중하다.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통해 그 다음 아시아전시를 위한 창문으로 삼고 싶다."
 
CCOC 개방된 복도 전시장. 전시동선상 관람 마지막 구역이다.
 CCOC 개방된 복도 전시장. 전시동선상 관람 마지막 구역이다.
ⓒ ⓒ Helga Stentzel/CCOC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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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 관람포인트는 무엇인가. 어떤 전시가 되길 바라나

"이번 전시가 SNS상에서 작품을 보던 것에서 전시장에 직접 와서 3D로 구현된 작품들을 직접 만지고, 듣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곳 체험을 통해 예술활동의 연장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전세대가 작품에 공감하고, 서로간의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 

- 내년 계획이 궁금하다  

"요즘 인테리어 디자인에 굉장히 관심이 높아, 내년에는 기존 작품과 접목시켜서 대중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길 기대하면서, 작품제작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이번 헬가 스텐첼 작가 전시는 롯데컬쳐스퀘어 CXC 아트뮤지엄에서 2022년 11월 18일부터 2023년 3월 1일까지 열리며, 70점의 작품을 다양한 체험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전시장 중간에 설치된 실제 벽을 모방한 조형물
 전시장 중간에 설치된 실제 벽을 모방한 조형물
ⓒ ⓒ Helga Stentzel/CCOC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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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초현실주의, #아시아, #헬가 스텐첼, #크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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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화예술 매개자로 일하고 있는 서울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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