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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추진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제주4‧3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4‧3관련 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1월 9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행정예고 했다. 이번 달 29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12월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 한다는 것이다.

2015년에 개정된 교육 과정에는 '광복과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이라는 소주제로 제주4‧3을다루며 '학습요소'에 반영되어 기술되었으나 이번에 교육부가 행정 예고(안)에는 '냉전체제가 한반도 정세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고 "자유 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탐색한다'고 서술됐다.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제주4‧3의 진실을 삭제하는 모양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총 8개 출판사에서 보급하고 있는데 8종 모두가 제주4‧3을 기술하고 있으며,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7종 중에 5개 출판사가 제주4‧3을 기술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11종중에 4종이 제주4‧3을 기술하고 있다. 이는 지난 70여 년 동안 4‧3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온 역사의 결과물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공감대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최근 개정된 교육과정은 야만의 역사적 진실에 대해 교과서를 통해 교훈을 찾고자 하는데 역행하는 것이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는 지난 25일 성명에서 "박근혜대통령씨도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대주제에 '8.1광복과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이라는 소주제 학습요소에 '제주4‧3사건'을 명시했다. 이번 행정 예고에는 '제주4‧3'이 소개된 부분의 '학습요소' 항목과 '성취기준 해설' 부분이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민간 차원에서 30여 년 동안 4‧3을 조사․연구해 온 제주4‧3연구소도 24일 성명을 내고 "기존 교육과정에 명시됐던 학습요소와 성취기준 해설 부분이 삭제됐는데 이는 제주4‧3을 포함한 중요한 현대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 21개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지난 24일 성명에서 "이번 교육부의 4‧3 축소 방침은 공교육 분야에서 국민들이 성취해 온 그동안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노력을 없애는 것에 불과하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시도"라고 날을 세웠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도 23일 성명을 통해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를 위시한 교과의 자율성 강화를 명목으로 억지로 제주4․3을 도외시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국민들로 하여금 자국의 역사를 보편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미래세대에 대해서는 올바른 역사교육의 여건을 마련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지닌 교육부가 아닌가. 그런 교육부가 외려 민심을 외면하고 비열한 일방통행식 작태를 행하니 경거망동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역사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소중한 발자취로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 소수나 특수집단에 의해 조작․가공되어서 안 되며, 정치적인 이유로 방향성이 좌지우지해서도 안 된다. 모름지기 역사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같아 자칫 그 흐름에 역행하여 방향을 틀거나 물길을 막아섬은 큰 위험이 따르는 무모한 짓"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교육부의 '2022 개정교육과정' 행태에 대해 "역사의 강물을 거스르고 방해하는 지장물과 위해요인들은 예외없이 제거해야 한다"며 교육부의 행정 예고(안)의 철회를 요구하였다.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는 "독일과 프랑스 등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국가들은 자국의 치욕과 같은 역사를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그 진실을 통해 평화와 인권을 추구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행정 예고는 제주4․3을 포함하여 8․15광복과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일련의 과정을 덮고 역사를 왜곡하고자 하는 악의적 행위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도 23일 "4‧3사건은 다양한 통일 정부 수립 운동 중 빠질 수 없는 역사적 사건 중 하나다. 2022 행정예고본에서는 이 부분의 해설이 빠졌다. 교육과정에서 통일 정부 수립 운동을 배제하고 있다. 통일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은 8.15 해방 전후 사회적 과제,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통일 정부 수립 운동을 배제하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만을 탐구하게 되면, 분단을 정당화하고 제주 4‧3 사건을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였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우리가 진실로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의 품격을 높이려면, 어두운 과거를 은폐하고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들여다봐야한다"라며 "그 원인을 추출하고 문제점을 도려내서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앞서서 준비해야 한다. 이 바탕위에서 진정한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다. 역사 교과서에 4‧3의 진실을 반영할 때 미래에 인권 국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제주4‧3은 지난 1999년 여야 합의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후 제15대 김대중 대통령부터 문재인대통령까지 제주4‧3에 대해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4‧3 추념식에는 당선자 신분의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하여 추념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제주4‧3은 70여 년 세월 동안 독재의 억눌림에 묻혀있던 역사를 밝히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노력한 결과 국민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돼 올해부터 국가의 보상이 추진되고 있다. 

태그:#제주4.3, #교육부, #교육 과정, #4.3배제,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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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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