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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인문학당은 광주 동구청에서 민간 고택을 사들여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들과 함께 조성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동구인문학당은 광주 동구청에서 민간 고택을 사들여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들과 함께 조성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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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롯가를 따라 나뭇잎이 쌓여가는 지난 26일. 광주에서 가장 핫한 동네인 동명동의 서석교회 주차장에 들어서자 고즈넉한 가옥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역사를 간직한 채 과거에서 시계가 멈춘 듯한 곳이다. 주변부를 소개할 때, 이곳은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1990년대 부촌.' 

광주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여기의 채취를 잊지 못하고 찾아온다. 동구에 자리잡은 건물은 대체로 낮고 근현대사를 되돌아볼 정도로 추억이 곳곳에 묻어나는 곳이다.

최근에 이곳을 변화시키면서 발견한 새로운 사실은 서로 다른 시·공간이 하나로 모아졌다는 것이다. 건물로 들어서면 사랑채는 양옥으로, 안채는 한옥과 일본풍이 결합된 복합양식으로 이루어졌다. 건물의 내부를 이동하면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시선으로 모아진다. 

마당 한 가운데에는 붉은 벽돌로 만든 굴뚝이 우뚝 서있다. 반대편으로 들어가면 신축 건물이 모던함을 자랑한다. 그곳에는 지역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서가에 즐비하다. 서까래는 예전의 모습 그대로 간직했다. 장마루 끝에선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도 구비되었다. 현대와 전통이, 동양과 서양이 한 곳에 머무는 이곳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스타 성지로 알려진 '동구인문학당'이다. 
     
멈춰진 근대가옥에서 역사가 살아있는 허브공간으로
 
동구인문학당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이 한 공간에 같이 머무르는 특징을 자랑한다.
 동구인문학당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이 한 공간에 같이 머무르는 특징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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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지난 2020년, 광주 동구청에서 근대 가옥을 사들여 기획자와 예술가들이 함께 조성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단순히 하나의 건축물이 개관한 것만 주목하지 말아야 한다. 기존 상권에 문화적 가치를 더하는 지역재생을 중점에 둔 곳. 우선 이 건물이 가진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1954년에 지어진 이곳은 원래 가정집이었다. 집주인이었던 고 김성채(1906~1987) 씨가 살던 곳이다. 한동안 비어서 철거 위기에 놓이자 구청에서 매입했다. 이곳에서 누구나 모여서 담소를 나누길 바라는 마음에서 새롭게 리뉴얼됐다. 그런 취지를 되살려 2020년 9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38명의 예술가들이 이를 위한 개선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특히 각자의 아이디어를 모아 구옥을 새로운 쓰임새로 탈바꿈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일제시대부터 보존했던 근현대 건축물이 그러하듯 여기도 일본과 한국의 멋스러움이 베어난다. 정문을 들어서면 웅장한 수경정원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적벽돌로 둘러싸인 큰 어항같은 곳. 실제로 물고기까지 헤엄친다. 정원의 상부에 얹혀진 아트타일은 원래 마당에서 자라던 식물들을 아카이브해 새겨넣었다고 전한다. 

"대부분의 근현대 가옥에는 일본식 정원이 혼재되었죠.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주변에 농장다리와 광주교도소도 있었어요. 그리고 맞은 편에 있는 서석교회는 예식장이면서, 그 전에는 동명여중으로 기억합니다."

불과 10분 거리에서 30년간 토박이로 살아온 김화영(52)씨는 유휴공간이던 이곳에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작가로 참여했다. 총 38명의 작가들이 참여했지만, 그가 맡은 부분은 바로 이 수경정원이다. 그는 이 파트를 '별별정원'이라 부른다. 김 작가의 별별정원처럼 각자의 파트엔 저마다 '별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역할을 구분지었다. 

"별별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인문학당으로 사용될 장소의 의미와 연관있어요. 책을 읽고 탐구하면서 많은 학자들이 나왔다는 의미로 '별서'라고 하며, 도심 속 별장이라는 뜻으로 부르기도 해요. 그리고 별의별 공간이라는 다양한 해석도 할 수 있고요." 
 
이곳에서 불과 10분 거리에서 30년간 살아온 김화영(52) 씨는 이곳을 리모델링한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작가로 참여했다.
 이곳에서 불과 10분 거리에서 30년간 살아온 김화영(52) 씨는 이곳을 리모델링한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작가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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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건축물 개관이 아니라 쓰임새 있어야

준비부터 제작, 완성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이 참여한 프로젝트는 9개월이 걸렸다. 우선 내부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반기는 라운지와 2층 다락방에는 근대가옥이 품은 유무형 자원을 조사해 아카이브를 완성시켰다. 기획자와 작가들은 근대가옥에서 나온 자료로 콘텐츠를 만들고와 콘셉트를 고민했다. 또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인터뷰했고, 집에 대한 의미를 되살리는 작업으로 공간을 채워넣었다.

이를 토대로 가옥의 복합양식과 서로 다른 물성의 재료를 활용한 샹들리에인 별별별등, 근대가옥의 문에 사용된 다이아몬드 패턴을 모티브로 오디오장과 스피커 스탠츠 등 건물 내 배치한 오브제의 종류만 해도 셀수 없다. 30년 가까이 살아온 김 씨에게 오래된 집에 대한 추억은 남달라 보인다. 스무살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벗어나지 않고 계속 살아온 그는 예전의 추억을 이렇게 기억한다. 

"10년 전만 해도 담장 안에는 정원이 있었어요. 도심에서 볼 수 없었던 예쁜 정원이었죠. 제가 직접 본 것도 있지만 지역 어르신께서 많은 얘기를 들려줬어요. 그런 기억들을 찾아서 정원의 이미지를 새겨넣고 싶었어요. 비록 예전 정원은 사라져서 그대로 복원할 순 없지만..."

그래서 이곳을 기억의 식탁으로 조성하고 싶었단다. 원래 예전엔 온실이 있던 자리였다. 공사 당시에는 흔적이 없고 하단에 벽돌만 남았기 때문에, 온실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고 싶었다. 리노베이션을 위한 설계과정에서 건축사와 38명의 참여작가들이 여덟 차례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내린 결론은 '수경공간으로 디자인해보자'는 것이다. 어렸을 적에 식물채집했던 느낌으로 흙이라는 재료를 통해서 공간을 채워갔다. 여기엔 어렸을 적에 식물채집해서 냈던 기억까지 소환했다. 
 
인문학당 내부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꽤뚫어볼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서가에 꽂혀있다.
 인문학당 내부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꽤뚫어볼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서가에 꽂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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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던 공공미술과 달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공공미술과 다르게 이곳만의 특징이 확연하게 보였다. 특히 전국에 흩어진 226개의 지자체에서 동시에 진행된 프로젝트들 중에서 여기처럼 과정이 돋보인 것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장기간으로 프로젝트가 열리면서 워크숍을 계속한 이유는 공간의 쓰임새를 발굴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난관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작가들이 공간창작의 스토리 발굴과 디자인을 하는 공론장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어요. 심지어 중간에 못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왔죠. 보존가치가 있는 근대가옥의 원형을 보존하고 개별작업이 아나라 가옥과 호흡하는 공공미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어 설득했어요." (미로센터 천혜원 팀장)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비어있는 공간에 문화와 예술적으로 쓰임새를 강조한 점이 다르다. 또한 대부분의 공공미술이 감상에 목적을 두거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 강조하는데, 동구인문학당은 '실제 사용할 수 있게' 제작한 것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비치된 모든 것엔 각자의 쓰임새가 있단다.

예를 들어 전등, 음악, 스툴, 테이블, 차도기, 시품, 화병, 전등 등이 그렇다. 이것은 프로그램에 활용될 수 있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으며, 그 자체가 기능을 하는 공공미술을 실천했다. 실제로 작업에 참여한 김 작가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다른 곳에서는 벽화나 환경조형물에 국한되어 몰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여기는 쓰임이 되고 공간에서 장소성을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있어요. 작가가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감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죠.

별서가 도심 속에 별장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농사와 정원이 있는 의미일까요. 유휴자적하면서 도심 속에 별장이라는 콘셉트도 있구요. 처음에는 불만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만족감이 높아졌어요."
 
이곳에 남아있는 오래된 찻잔을 모티브로 현대식으로 재탄생한 차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열렸다. 지난 상반기에는 '동구다실'이라는 차 프로그램을 열었던 성화자(77) 다도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곳에 남아있는 오래된 찻잔을 모티브로 현대식으로 재탄생한 차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열렸다. 지난 상반기에는 '동구다실'이라는 차 프로그램을 열었던 성화자(77) 다도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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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위해 지역의 장인 찾아나서다
 
 
이를 위해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생활장인을 섭외해 시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래서 동네에 사는 명인을 찾았고, 세 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에 운동권 학생들이 많이 갔던 막걸리살롱의 영흥식당 주인을 모셔와 당시의 음식을 재현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길 건너편에서 일흔이 넘도록 한과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신 분을 섭외해 전통한과 체험도 만들었다.
      
특히 가옥과 정원의 상징적 요소들을 모티브로 제작한 차도구의 쓰임과 관련된 프로그램도 열었다. 실제로 건물의 정면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차 프로그램에는 갖가지 색깔로 뒤덮인 찻잔들이 진열됐다. 필자가 방문 당시 이곳에서 '동구다실'을 운영했던 성화자(77) 다도가는 이렇게 기억을 들려줬다. 

"오래된 자산이 좋은 공간도 있지만 사람도 자산이예요. 저는 동구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차문화 교육을 진행해왔습니다. 우리의 전통 차를 마시는 방법, 차를 만드는 방법, 그리고 차를 마실 때의 마음가짐과 예의범절까지 전수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앞서 소개했지만 원래 집주인은 고 김성채씨였다. 오래되어 빈 집으로 남은 이곳을 구청에서 사들여 새럽게 탈바꿈시켰다. 매입 당시에는 김성채씨의 손자인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인 김난도 교수가 소유했었는데, 이후 2년에 걸친 본채 리노베이션을 거친 후 대중에게 공개됐다.

앞으로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당시 이 집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 12월 22일 오후 4시에는 김 교수가 이곳을 다시 찾는다. '트렌드코리아 2023 동구인문학당 공간력을 중심으로'라는 내용으로 이곳을 찾는 방문객에게 뜻깊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문학당의 공간 내부에는 차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인문학당의 공간 내부에는 차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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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의 흐름 이해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코로나19가 생겨나면서 전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돕고자 948억 원이 투입됐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미술 사업은 전국 226개 지자체에서 추진했으며, 광주광역시는 5개구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 사업에서 협력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전인경 대리는 광주 동구의 프로젝트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시티즌랩 별별별서 프로젝트는 우리동네미술 사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습니다. 광주 동구는 제작된 작품들을 전시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생활문화를 고려해 맞춤형으로 문화적 허브공간을 조성했다. 도시재생과 지역 브랜딩에 기반한 복합 문화공간(플랫폼)을 구축해 일반인들이 폭넓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미술 사업을 통해 지역의 허브공간을 단순히 리노베이션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의 흐름을 이해한 상태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이 주목할 부분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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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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