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1월 18일 퇴근시간에 찾은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 지하철을 타려는 승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지난 11월 18일 퇴근시간에 찾은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 지하철을 타려는 승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 선채경

관련사진보기

 
"실신하는 승객들도 있어요." - 김포공항역 안전요원 

이태원 참사 이후 '군중밀집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혼잡한 지하철역에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마이뉴스>는 지하철역 중 혼잡도가 높은 구로역, 노량진역, 김포공항역 세 곳을 직접 찾아 현장 통제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했다. 대다수 역은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도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거나 적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었다.

지난 11월 18일 오전 8시 20분 구로역에서 만난 직장인 이아무개(66)씨는 기다리던 열차가 왔지만 탑승하지 않고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최근 만원인 열차에 탔다가 한 승객이 우는 걸 목격했다"며 "내렸어야 했나 본데, 사람들이 짐짝 실리듯 들어차니까 그분이 못 내려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구로역은 안전요원을 배치하는지 잘 모르겠다. 잘 보이지 않더라"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SKT 유동 인구 데이터'로 지하철 혼잡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차량 내 혼잡도가 가장 심한 지하철역은 출퇴근시간 모두 1호선 구로역이었다. 최근 집계인 8월 1일~10월 31일 데이터에서도 퇴근시간인 오후 6시 40분, 1호선(구로역~구일역) 열차 내 혼잡도는 252%로 '매우 혼잡'을 나타냈다. 서울메트로는 "혼잡도 230%는 승객이 빈틈없이 탄 경우로 더는 탈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에 따르면, 11월 18일 기준 구로역에 배치된 안전요원은 오전 7~오후 4시에 4명, 오전 11시~오후 8시에 2명이다. 지하철을 타는 승강장이 9개에 달하고, 일부 열차는 10량으로 운행되는 탓에 승객들은 그나마 있는 안전요원도 발견하기 어렵다.

뛰어드는 사람들, 찾기 힘든 안전요원
 
지난 11월 18일 출근시간에 찾은 1호선 구로역.
 지난 11월 18일 출근시간에 찾은 1호선 구로역.
ⓒ 박수림

관련사진보기

 
다른 지하철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1월 17일 오후 6시 20분 노랑진역에서 여의도 방면으로 향하는 9호선 급행열차를 기다리는 대기 줄은 옆으로 삐져나와 삐뚤빼뚤한 모습이었다. 열차가 도착하자 한 승객은 사람들이 채 내리기도 전에 열차 내부로 몸을 밀어 넣었다. 밀려난 다른 승객은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잠시 뒤 "열차 출입문 닫습니다. 다음 열차 이용하세요"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지만, 안전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탑승이 이어졌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급하게 뛰어내려온 3명은 문이 닫히는 열차 안으로 달려들었다.

철도산업정보센터의 '2021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9호선(노량진역~동작역)은 출근시간 최대혼잡도가 185%에 달할 만큼 서울 내에서 가장 혼잡한 구간으로 꼽힌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노량진역은 11월 17일 기준 출근시간에만 안전요원 8명을 배치 중이라고 밝혔다. 퇴근시간에는 투입하지 않는다.

승객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매일 노량진역에서 지하철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김아무개(32)씨는 "신림역은 사람이 별로 없는데도 안전요원이 4~5명씩 배치돼 있다"면서 "다른 역보다 훨씬 혼잡한 노량진역에 안전요원이 많이 필요한데, 인력 배치가 잘 안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퇴근시간에 안전인력을 점차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며, 아직은 검토 단계"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17일 퇴근시간에 찾은 9호선 노량진역. 승하차 승객들로 붐비지만 퇴근시간에는 안전요원이 없다.
 지난 11월 17일 퇴근시간에 찾은 9호선 노량진역. 승하차 승객들로 붐비지만 퇴근시간에는 안전요원이 없다.
ⓒ 박수림

관련사진보기

 
혼잡도 241%라도 안전요원 보인다면?

안전통제만 놓고 보면 김포공항역은 앞선 두 곳보다 사정이 조금 나았다. 11월 18일 오후 6시 30분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은 비교적 여러 명의 안전요원에 의해 통제가 잘 이뤄지는 편이었다. 계단 입구에 서 있던 안전요원 A씨가 경광봉을 내리고 "천천히 내려가라"고 안내하자 승객들은 발맞춰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지나 승강장으로 내려가니 안전요원 2명이 서 있었다. 이들은 탑승구 앞에서 승객들에게 "네 줄로 서 달라"고 안내했다. 열차 문이 닫힐 때 무리해서 뛰어가는 승객을 제지하기도 했다. 안전요원 B씨는 "승객들이 안내에 잘 따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포골드라인 측 관계자는 "퇴근시간대 김포공항역은 6명, 출근시간대 고촌역과 풍무역은 4명씩 투입 중"이라고 전했다. 2량의 경전철에 불과한 김포골드라인이 6~10량의 일반열차와 급행열차를 운행하는 1호선과 9호선보다 더 많은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곳을 마냥 안전하다고 볼 순 없다. B씨는 "사람들이 많이 타고 많이 내리는 중간 역은 문이 열릴 때 실신하는 승객들이 간혹 있다"라며 "이 경우 119를 부르거나 잠깐 쉴 수 있도록 보호한다"고 전했다.

철도산업정보센터의 '2021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김포골드라인(고촌역~김포공항역)의 최대혼잡도는 241%로, 서울 내 최대 혼잡 구간인 도시철도 9호선 노량진역~동작역 구간(185%)를 한참 상회한다.

이 때문에 김포골드라인은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나기 이전부터 간헐적으로 안전요원을 배치해왔다. 올해는 7월부터 안전요원을 투입 중이고 이태원 참사 이후에는 기존 안전인력에 본사 지원인력과 외부인력을 추가했다.

출퇴근시 늘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한다는 직장인 송민호(50)씨는 "이곳은 다른 역에 비해 안전요원들이 질서 유지를 잘 안내하는 편"이라면서도 "승강장이 작은 편이라 사람들이 조금만 몰려와도 대기 공간이 꽉 차서 걱정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18일 퇴근시간에 찾은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이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탑승하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퇴근시간에 찾은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이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탑승하고 있다.
ⓒ 선채경

관련사진보기

 
안전요원 투입만으론 한계..."실시한 측정해 제어 시스템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단순히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고 말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안전요원 투입만으로 인파를 통제하는 것은 지속적이지 못하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CTV나 승하차 태그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구 밀도를 측정해야 하고, 위험 수준에 도달하면 승차하는 승객들을 제어해야 한다"라며 "또 특정 역에 하차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될 때 무정차 통과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안전요원 배치 시 혼잡도와 혼잡 시간을 파악해서 인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지속적으로 군중 밀집지에서의 대처법을 홍보해야 하고, 시민들은 그 대처법에 따라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기자만들기> 수강생들이 공동으로 취재해 쓴 기사입니다.


태그:#이태원, #참사, #지하철역, #혼잡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