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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TV] 세종시 가로수가 죽는 까닭... 이것 때문이었나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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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민들이 오가는 세종의 거리는 시민의 정원입니다. 가로수는 세종의 정원수라고 할 수 있죠. 세종을 오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세종의 얼굴입니다. 정부청사, 국립수목원, 국립세종도서관, 호수공원, 금강보행교... 그리고 유장하게 흐르는 금강까지.... 세종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로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종시민들이 매일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차를 타면서 항상 보고 산책하는 우리의 정원은 안녕할까요?

정부세종청사가 입주한 게 2012년이니, 올해로 딱 10년째입니다. 세종의 거리에 심어진 나무의 나이는 최소 10살이 넘었겠죠. 사람으로 치면 두 발로 땅을 굳게 딛고 일어나 정신없이 뜀박질할 나이입니다. 하지만 거리를 지나다보면 시민들에게 평온한 마음을 가져다주기는커녕 고사하거나 제 한 몸 지탱하기 어려워 보이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 환경부와 국토부 청사 앞의 가로수는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국무총리실 앞도 마찬가지입니다. 금강변에서 죽은 가로수는 오래된 스티로폼처럼 푸석푸석 떨어져 나갑니다.

죽은 가로수를 파내고 새 나무로 심는 장면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뒤에도 그 나무가 제대로 서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세종에는 기네스북에 오른 정원도 있습니다. 세종 청사 옥상에 조성된 정원인데요, 세상에서 가장 큰 정원이랍니다. 한번 올라가 보았습니다. 그곳에도 죽어가는 나무들이 더러 있지만 그래도 볼만합니다. 그나마 신경을 써서 가꾸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지상으로 다시 내려오면 상태는 심각합니다. 나무 끝이 타들어가면서 죽어가는 나무들. 어떤 나무는 털빠진 빗자루 모양으로 앙상하게 겨우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나무는 몽둥이를 한 자루를 거리에 꽂아놓은 것처럼 나뭇잎 하나 없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 10살이 넘었을 텐데, 제 힘으로 홀로 선 가로수가 거의 없습니다. 지지대를 뗀 나무를 보기 힘듭니다. 물주머니를 차고 죽어가는 나무도 많습니다.
중앙공원 바로 옆에는 세종의 명물 호수공원이 있죠. 주말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이곳도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았습니다. 호수에 가득 담긴 물을 보면 마음이 평화롭지만, 그 옆을 지키는 나무들은 한결같이 왜소합니다. 거리에서 본 나무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왜 이럴까요? 그게 궁금했습니다. 왜 수많은 가로수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매년 봄이 되면, 송장을 치우듯이 죽은 나무를 뽑아내고 다시 가로수를 심는 모습을 많이 보는데요, 얼마나 많은 세금이 그렇게 낭비되는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세종시 예산을 들춰봤습니다. 올해 세종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인데요, 2020년에는 15억9260만원의 예산이 가로수에 투입됐습니다. 행복청에서 매년 가로수 관리를 세종시로 이관하고 있는데요, 세종시가 관리해야 하는 예산도 갈수록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2021년에는 38억9100만원으로 증액이 됐고요, 2022년에는 43억880만원, 2023년 이후에는 45억460만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 세금이 세종에서 자라는 아이들, 청소년들에게 쓰인다면 훨씬 더 풍요로운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겠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우연히 세종의 한 공사장에서 세종시 가로수들이 깔고 앉은 토양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세종시에 심은 가로수 밑이 모두 이와 같지는 않겠지만, 부분적으로는 바윗돌과 수박돌이 바닥에 깔려 있어서 물이 숭숭 빠지는 지형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의 시대입니다. 배출된 온실가스를 상쇄하는데, 나무의 역할이 큽니다. 그런데 나무 한 그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종인 소나무는 매년 8kg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승용차 1대의 1년 주행거리를 1만5천km로 가정했을 때 소나무 13 그루가 필요합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세종시에 심은 나무는 2만5천그루입니다. 지금도 더 많은 가로수들이 심어지고 있습니다. 2만5천 그루가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자동차 1만대가 내뿜는 온실가스 상쇄 효과가 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풍성한 가로수는 도심의 온도를 낮춰줍니다. 에어컨 등 냉각기 사용이 줄어들면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줄겠죠. 또 세종 시민들에게는 힐링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야 할 세종의 꿈나무, 아이와 청소년들에게 좀 더 나은 자연을 선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방축천 자전거길에서 200년 된 버드나무를 만났습니다. 세종의 가로수들도 이 나무처럼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10년, 100년 뒤의 미래세대들에게는 아주 큰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단풍철에도 거리에서 가을을 느낄 수 없는 세종시. 자전거를 타고 헐벗은 세종의 정원을 지나서 원수산으로 달려갔습니다. 가만히 놔둬도 저절로 풍요로워지는 자연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이 영상은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의 제2기 세미크리에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제작했습니다.

김병기의 환경새뜸 : http://omn.kr/1zbr3

#가로수 #세종시 #세종가로수
   

태그:#가로수, #세종시, #세종시가로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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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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