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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는 무얼 했는지" 이태원 참사 후 아버지의 한 달 이태원 참사로 숨진 고 송은지(25)씨. 딸을 잃은 아버지는 여전히 딸을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아니 "놓아주고 싶지도 않은" 심정이다.
ⓒ 소중한,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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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그날로 돌아간다면, 제가 그 현장에서 참사를 당하고 싶은 그런 마음입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송은지(25)씨의 아버지는 여전히 딸을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아니, "놓아주고 싶지도 않은" 심정이다. 참사 후 한 달을 하루 앞둔 지난 11월 28일 만난 아버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른으로서' 이렇게 말했다.

"부모를 떠나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딸을 지켜주지 못한 아픔이 너무 너무 큽니다."

딸의 옛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영상에서 아버지는 눈을 떼지 못했다. 여행과 바다를 사랑했던 스물다섯 청년 은지씨. 영상 속 은지씨는 바닷가에서 맑은 웃음으로 "안녕"을 외치고 있었다.

이제는 어루만질 수 없는 딸. 아버지는 유품이 돼 버린 은지씨의 핸드백을 쓰다듬으며 딸의 삶을 되뇐다. 노란리본이 달린 무선 이어폰, 이제 갓 취득한 반짝반짝 빛나는 운전면허증, 집 근처 길고양이를 위한 자그마한 간식. 아버지는 딸이 꿈꿨던 세상을 어렴풋이나마 상상해본다.

"꼭 그곳에선... 너의 꿈이 꼭 이뤄지길 바라. 은지야..."

아버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를 지적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 지난 11월 22일 다른 유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마이크 앞에 앉았다. 

아버지는 "생명의 촛불이 꺼져 갈 때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참사 직후 김의곤 시인이 지은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 일부를 읊어 내려갔다. 아버지가 쏟아낸 한 글자, 한 글자에 유족들의 오열이 이어졌다.

이태원 173-7
그 좁은 골목길에
꽃조차도 놓지 마라
꽃들 포개지도 마라

겹겹이 눌러오는 공포 속에서
뒤로...뒤로...뒤로...
꺼져가는 의식으로 붙들고 있었을
너의 마지막 절규에
꽃잎 한 장도 무거울 것 같아
차마 꽃조차도 미안하구나

그 골목에 아무 것도 놓지 마라!
허울 좋은 애도의 꽃도 놓지 마라!
안전도 생명도 탐욕이 덮어버린 이 나라에
반성 없는 어른들 끝없이 원망케 하라!


위 영상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송은지씨와 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고 송은지씨의 아버지가 11월 2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고 송은지씨의 아버지가 11월 2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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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족 분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재난 희생자와 유족을 향한 비난은 명백한 2차 가해이며 민·형사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희생자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으신 분은 record1029@ohmynews.com으로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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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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