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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21년 11월 23일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해양수산부를 찾은 태안유류피해민들이 허베이조합에 대한 특별감사와 설립인가 취소를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성난 태안유류피해민들 사진은 2021년 11월 23일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해양수산부를 찾은 태안유류피해민들이 허베이조합에 대한 특별감사와 설립인가 취소를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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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운영을 거듭하고 있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조합 산하 4개 지부의 분할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해양수산부의 감독 하에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분할 절차 검토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실상 추진이 중단돼 그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태안 원유유출사고 피해복구사업과 기금운용을 위해 설립된허베이조합의 분할과 관련해 그동안 해수부의 감독 하에 해수부와 지자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13개 기관이 참여한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다자협의체' 회의가 3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실무자협의회' 또한 6차례에 걸쳐 개최한 바 있지만 현재 핵심열쇠를 쥐고 있는 허베이조합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 사실상 분할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허베이조합 국응복 이사장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낸 호소문 형식의 서신에서 태안지부의 비협조로 분할과 관련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 이사장은 1만4천여 조합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논의 끝에 조합을 정상화하는 유력한 방안으로 4개지부를 각각의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분할하는 절차를 검토하고 진행해 왔다"면서 "분할을 통해 향후 설립될 4개 지역의 사회적협동조합이 각 지부에 배정된 기금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각 지역 조합원들의 피부에 와닿는 사업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분할 진행은 가장 많은 조합원을 보유한 태안지부의 비협조로 더 이상의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해수부 관계자 역시 "허베이조합의 분할은 운영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조합 측에서 제안한 사항이다. 해수부에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 관련 법률 및 최적의 분할방안을 검토한 뒤 조합 측에 제시했다"면서 "조합에서는 이를 토대로 실무협의회를 개최해 이사회에 상정하기 위한 분할계획(안)을 마련했지만, 현재 임원간 분쟁으로 인해 이사회 개최가 수차례 무산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해수부에서는 분쟁조정을 위해 이사장 및 각 지부장을 대상 각각 면담을 실시해 조합 운영을 위한 의결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경고조치 및 독려했다"면서 향후 "조합에서 조합원총회를 통해 분할을 의결할 경우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수부가 연구용역 통해 제시한 분할방안은?

해수부가 (사)한국법제발전연구소에 의뢰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관련 피해민 복리증진 및 지역공동체 복원사업 효율화 방안'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허베이조합 4개 지부를 분할하는 방안은 4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분할 방안 제시에 앞서 한국법제발전연구소는 허베이조합 지부의 독립분할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지역실정을 잘 아는 지자체의 관여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소는 우선 "지부분할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며 해양수산부의 감독권 강화 등이 요청되지만 협동조합기본법상의 감독조항이 미비돼 강력한 감독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현 협동조합기본법에 사회적협동조합의 지부운영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은 점을 꼬집은 것이다.

연구소는 이어 "현재의 갈등 및 사업지연의 근본적 문제를 숙고하면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출범 당시부터 시·군별 설립이 요구됐지만 시간적 촉박 등 여러 사유로 단일체제로 출범한 것이 문제였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막대한 기금이 관련돼 있어 처음부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소지를 안고 출발했다"고도 했다.

계속해서 연구소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자율적 운영에 비춰 해양수산부의 관여는 가급적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두고 행정관청의 관여가 불가피하더라도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의 관여를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단일체제보다 지부 독립분할이 더 바람직스럽다"고 덧붙였다.

태안지부의 비협조로 사실상 중단됐지만 다자협의체나 실무자협의회에서 논의 중이었던 4개 지부의 분할 방안은 ▲기존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을 해산하고 각 지부 단위로 4개의 새로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하는 방안 ▲각 지부 단위로 4개의 새로운 사회적협동조합을 신설한 후 기존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 갖는 권리 의무를 각 지부별로 분류해 신설, 4개 사회적협동조합에 포괄하는 방안 ▲협동조합기본법에서 마련하고 있는 분할절차를 활용해 기존 사회적협동조합을 분할, 4개의 새로운 사회적협동조합을 신설하는 방안 ▲기존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 갖는 재산 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삼성측으로부터 건네받은 금액을 모금회가 환수하고 각 지부 단위로 새로 설립한 4개 사회적협동조합에 다시 출연하는 방안 등이다.

연구소는 이중 '협동조합기본법에서 마련하고 있는 분할절차를 활용해 기존 사회적협동조합을 분할, 4개의 새로운 사회적협동조합을 신설하는 방안'을 유력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비대면 영상' 조합원총회로 분할이 가장 합리적
 
허베이조합의 근간을 이루는 삼성지역발전기금을 회수할 것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요구하는 유류피해민들. 사고 15주년을 맞은 7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국응복 허베이조합이사장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허베이조합의 근간을 이루는 삼성지역발전기금을 회수할 것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요구하는 유류피해민들. 사고 15주년을 맞은 7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국응복 허베이조합이사장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태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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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연구소는 해산, 신설, 모금회 회수가 아닌 분할절차를 활용한 분할을 유력한 방안으로 제시한 걸까.

협동조합기본법 제101조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은 합병계약서 또는 분할계획서를 작성한 후 총회의 의결을 받아 합병 또는 분할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연구소는 "분할을 할 경우 기존의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해산 문제는 고려할 필요가 없이 소멸하게 된다는 점에서 명쾌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분할로 인해 나누어져 새로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은 분할로 인해 소멸되는 사회적협동조합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도록 했기 때문에 삼성측이 제공한 기금을 바탕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사업에 배분한 사업에 관한 권리 의무도 새로 설립된 4개 사회적협동조합에 승계되며 그 비율은 분할계획서에서 정한 바에 따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증여세 문제와 관련해서도 "분할의 경우에는 분할계획서에 따라 분할되고 분할되는 재산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의제로 추정되는 조항도 없어 증여세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다만 분할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법과 정관상 조합원총회를 통해서만 의결이 가능해 의결방안 모색이 선결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제29조에서는 합병, 분할, 해산과 조합원의 제명 등의 경우에는 의결정족수를 출석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정하고 있고, 허베이조합 정관 제38조에서도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연구소도 "사회적협동조합의 분할은 코로19로 인한 다수인 참여 회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은 문제지만, 대의원총회 대신 조합원 전체의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절차적 번잡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총회를 개최하여야 한다"면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서면결의 또는 전자문서에 의한 결의의 채택 가능 여부 ▲현장총회와 다른 방식의 결합에 의한 조합원총회 개최의 가능 여부 ▲비대면 영상회의 방식의 채택 가능 여부다. 연구소는 비대면 영상회의 방식을 적극 권장했다.

그 이유로 연구소는 "비대면 영상회의는 회의의 기본적 요소, 즉 출석 체크를 통한 개의요건의 확인, 발언 내지 토론을 거쳐 의결에 이르는 일련의 절차가 진보된 기술을 활용해 진행되는 것으로서 서면결의나 전자적 방식에 의한 결의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아야 하고 회의의 기능이나 효력 측면에서 문제될 소지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왔던 고령 조합원에 대한 조치와 관련해서도 "고령자들의 경우에는 비대면 영상회의 활용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문제는 고령자들이 가까운 마을회관 등에 모여 비대면 영상회의에 함께 참석하게 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방안을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비대면 영상회의를 통한 조합원총회로 분할이 결정될 경우 허베이조합의 운영근간인 삼성지역발전기금 계약문제도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연구소는 "삼성 측과의 협약서는 11개 시군 피해민단체와 체결했고 법정기부금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기탁한 것으로 했으며,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은 그중 4개 시·군 지역 피해주민으로 구성됐으므로 4개 지부가 독립해 별개의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뉘더라도 삼성 측과의 협약서를 굳이 보완할 필요는 없다"고 검토했다.

다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을 수행기관으로 해 체결한 배분사업 계약서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의 분할을 예상하지 않고 작성된 문서이므로 독립된 4개의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분할할 경우에는 해당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든지 보완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편, 허베이조합 태안지부의 정상화를 위해 구성된 '삼성지역발전기금 태안배분금찾기 대책위원회'는 허베이조합 분할 이후를 우려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허베이조합이 분할 이후 태안만의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 경우 또다시 파행운영이 될 것을 우려해 전 임원을 명예직으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기금 사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도 조합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면 해수부와 공동모금회의 검토를 거친 뒤 기금을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가야 기금이 올곧게 피해민들한테 집행될 수 있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태안원유유출사고, #삼성지역발전기금,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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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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