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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따뜻하던 이번 밴쿠버 가을도 결국 저물어가고 겨울이 찾아왔다. 가드닝이나 텃밭의 즐거움은 여름에 있지만, 가을의 수확 이후에도 마당에는 손길이 필요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시즌을 마무리하는 정리일 것이다.

이미 명이 다한 식물들은 정리를 해주고, 겨울 동안 간직하여 봄을 함께 맞이하고 싶은 것들은 손질을 해서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한다. 작년에 고추를 실내로 들여와 무사히 월동을 했던 경험을 되살려, 올해는 더 많은 고추를 유지하고 싶었다. 

고추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좀 더 많은 일년생 식물들을 살려보기로 했다. 온실에 보관할 것들을 골라 땅에서 파내서 그 흙을 그대로 이용해서 화분에 옮겼다. 거름흙이 사놓은 것이 넉넉했지만, 서늘한 곳에서 겨울잠을 자며 보내야 하는 식물들에게는 기름진 흙을 주면 안 된다. 잠자리에 보양식을 먹는 것과 같은 행동이 될 수 있다.

몇 개는 새 흙을 넣어 거실로 들여왔다. 그로우 라이트 밑에 자리 잡은 화초는 꽃을 피우며 자릿값을 제대로 내기 시작했다. 겨울 동안의 삭막함을 확실히 달래줄 수 있는 힘을 가졌기에 지금 글을 쓰면서도 내 눈은 수시로 그쪽으로 움직인다.
 
실내로 들어온 고추와 일년생 꽃들
 실내로 들어온 고추와 일년생 꽃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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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수확도 이루어진다. 도라지와 더덕을 심은 곳의 지반이 내려앉아 추가로 흙을 덮어줘야했다. 그런데 그렇게 깊게 묻어버리면 내년에 싹을 내지 못할것이기때문에 아쉽지만 모두 파내서 따로 보관하기로 했다.
 
2년된 더덕과 도라지
 2년된 더덕과 도라지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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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도 가라앉은 부분을 추가 흙으로 덮어주고는, 그 위는 다시 우드칩 멀칭(mulching)을 해줬다. 겨울 동안 땅이 얼어 뿌리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순이다. 포근하게 겨울 코트를 입히는 셈이었다. 죽은 잎들과 줄기도 제거하고, 제대로 겨울 옷을 입은 정원은 훨씬 단정해 보였다. 
 
우드칩을 씌워서 따뜻하게 보온을 마친 꽃밭
 우드칩을 씌워서 따뜻하게 보온을 마친 꽃밭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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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업은 온실이었다. 작년 겨울 동안에는 온실이 그냥 방치됐고, 그 안에 넣어두었던 식물들은 거의 다 죽었다. 올해에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기에 작은 히터를 마련했다. 열효율이 높은 것으로 구매하면서, 온도 조절기가 별도로 달린 것으로 찾았다. 

작은 온실이기 때문에, 그렇게 작동이 많이 되지 않아도 금세 따뜻해질 것이기는 한데, 그래도 난방비를 더욱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바깥에 에어캡(일명 뽁뽁이, bubble wrap)을 두르기로 했다.

구입할 수 있는 가장 큰 크기의 에어캡 파는 곳을 수소문하여 60cm 폭, 76m 길이로 된 두루마리를 하나를 사 왔다. 사실 사놓고서도 꽤 여러 날이 그냥 흘러갔다. 이걸 그대로 붙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겨울철에는 테이프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온종일 걸린 겨울 온실 만들기
 
차고에서 작업중
 차고에서 작업중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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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단 비닐로 온실 모양대로 준비한 후, 그 위에 에어캡을 붙이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이 작업을 하는 순간에도 테이프는 전혀 접착성이 없었다. 결국, 우리는 에어캡을 직접 온실에 스테이플러로 붙인 후, 그 위에 다시 비닐을 한 겹 덮고, 다시 얇은 나무막대를 붙여서 못으로 박는 과정으로 진행했다.
 
에어캡을 먼저 붙이고, 그 위에 비닐을 다시 씌웠다
 에어캡을 먼저 붙이고, 그 위에 비닐을 다시 씌웠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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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작업을 시작했더니, 해가 일찍 저물어 하루 만에 끝나지 못했다. 결국 양 옆과 뒤만 해놓고 철수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느라 또 오후에 다시 시작해서 앞면을 감싸고, 지붕까지 마무리하니 다시 어두워지고 말았다.
 
눈 내리기 전에 겨울 코트 챙겨 입은 온실
 눈 내리기 전에 겨울 코트 챙겨 입은 온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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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어캡으로 문까지 덮어야 완벽하게 되는 것인데, 문틈을 어찌 처리할지를 고민하다가 일단 여기까지만 작업하고는 그다음 날 눈이 내리고 말았다. 그래도 이만큼 작업을 해놓았더니, 온실 안은 제법 온기가 보존되었고, 전기 히터도 그리 자주 돌아가지 않고 유지가 되는 것 같았다. 
 
보관용 온실 실내. 온도기에 맞춰서 히터가 돌아간다.
 보관용 온실 실내. 온도기에 맞춰서 히터가 돌아간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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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를 8도에 맞췄는데, 낮에 해가 드니 12도가 넘어 흐뭇했다. 히터 바로 앞쪽으로는 식물을 두지 않고, 양 옆으로 배치했고, 아마 문 가까운 쪽은 온도가 더 낮을 것이다. 그래도 한 5도 정도까지 낮출 생각이다. 

여기에 있는 식물들은 겨울 동안 물도 조금만 먹고, 양분은 먹지 않으면서 겨울잠을 잘 예정이다. 와중에 크리스마스 등까지 열심히 달았더니 정말 겨울 분위기가 완연하다. 모든 식물들이 겨울동안 잘 쉬고, 새해에는 또 열심히 빛을 내기를 기대해본다. 월동 준비 완료!
 
크리스마스 등까지 달고 겨울을 맞이했다
 크리스마스 등까지 달고 겨울을 맞이했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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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글이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https://brunch.co.kr/@lachouette/)


태그:#월동준비, #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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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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