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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된 땅에서 태어나 살아 온 청소년들은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고자 학교마다 평화통일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2 충남통일교실, 오마이뉴스-충남도교육청 공동캠페인>을 통해 교실 안 평화통일 교육 풍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말]
 
강연중인 김진환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강연중인 김진환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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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이라는 질문에 고민 없이 '통일'이라고 대답한다면 50대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통일이 당연시 되던 과거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청소년들은 통일 담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일 문제가 피부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진환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 교수는 통일교육의 지향점을 평화와 통일을 동시에 고민하는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충남 공주에 위치한 충남도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는 김진환 교수의 특강이 열렸다. 이날 특강은 학교 현장에서 평화·통일 교육업무를 담당하는 현장 교사 5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592년에 발발한 임진왜란 당시와 현재의 한반도는 지정학적 특징상 전혀 변한 것이 없다. 한반도는 대륙세력에는 해양을 겨누는 칼이고, 해양세력에는 대륙으로 진출하는 다리와도 같다. 한반도에서 외세의 침략이 반복되어 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남북의 분단 현실은 수시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요즘 청소년 학생들에게 평화와 통일을 교육하는 일은 어려운 숙제가 되어 버렸다. 청소년들에게서 남북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에는 "포스터 그리기 지겹다 통일해라"라는 반공 포스터의 문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소년들에게 통일은 점점 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요즘 청소년들이 통일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의 남북한이 처한 현실에서 통일을 상상하기 어려워서다. 게다가 통일을 현재가 아닌 미래의 관점으로만 이야기하다 보니 공감을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통일은 민족(동족 개념), 경제(북한의 자원 이용과 경제협력 등), 치유(이산가족 상봉)의 담론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민족 개념은 다문화 교육을 받고 있는 지금의 세대에게는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민족 개념은 다문화 국가 개념에서는 유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남북은 동일한 언어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서로 말이 통해서 통역이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민족의 개념이 통일의 원동력이 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통일 교육의 해법을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면 통일을 향한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 통일과 평화는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을 포기해야하는 대체제가 아니다"라며 "자유와 평등을 함께 추구하듯이 통일과 평화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충남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는 '학교 평화통일교육 업무 담당자 배움자리'가 열렸다.
 지난 9일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충남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는 '학교 평화통일교육 업무 담당자 배움자리'가 열렸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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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이야기할 때 현재를 보라고 하지 않고 미래를 보라고 한다. 하지만 통일 교육은 분단의 불편과 불안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베를린을 간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20년이 넘었다. 이미 남북한 세계 철도기구에 가입되어 있다. 남북이 합의하면 지금 당장 천안아산역에서 베를린에 갈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너무 먼 이야기이다.

이보다는 현재를 말할 필요가 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들은 지금 당장이 불안하다. 최근 북한에서 포와 미사일을 계속 쏘고 있다. 하루하루가 불안한 상황이다. 남북 분단으로 인한 불안감은 이처럼 실존하고 있다. 실존하는 불안을 해소하는 길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바로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이 평화통일 교육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청소년들로부터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고 해도 과제는 또 있다. 평화통일의 대안을 찾아야 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마리는 지난 2000년 6월 15일에 남북이 체결한 6.15 남북공동선언에 담겨 있다. 선언에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적혀 있다.

김 교수는 "한반도에 남북 연합국가를 만들어 대외적으로 표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연합을 만들어서 같은 화폐를 쓰고 경제활동도 하고 올림픽도 함께 나가다 보면 유럽에서 유럽인이라는 정체성이 생기듯이 남북도 한국인(코리언)이라는 정체성이 생길 수 있다"며 "연합형태의 국가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남북 6.15공동선언에 이미 길이 있다. 이미 합의된 선언만 지켜도 지금보다 훨씬 더 평화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지향하지 않는 평화는 외부의 정세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불안해 질 수 있다"며 "그런 현실을 자각하고 사회경제 공동체 실현, 정치 통합과 같은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김진환 , #평화통일교육, #충남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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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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