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부터 12월까지 '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을 표방하며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우리 국악의 멋과 매력을 선사했던 최초의 국악 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은 우승을 차지했던 서도밴드는 물론 김준수와 억스(AUX) 등 대중성과 음악성을 두루 갖춘 뮤지션들을 탄생시켰다.
 
이제 소개할 그룹 똘갱스의 세 멤버 모두 이 프로그램에 출연, 본선 3라운드에서 함께 팀을 이뤄 <홍보가>의 한 대목인 '제비노정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곡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를 독창적 스타일로 노래해 관심을 끌었던 가야금병창 임재현, 국악가요를 10년 넘게 부르며 유튜브 스타로 각광받았던 권미희, 정통 판소리를 하면서도 트렌디한 음악에 대한 열의도 남달랐던 이아진.
 
소리를 전공한 이 세 사람은 경연 프로그램으로 맺어진 운명적 만남을 똘갱스란 하나의 팀으로 이어갔고, 2022년 2월과 11월 '제비노정기'와 'TUK TAK(툭 탁)'이란 국악 크로스오버 곡들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더욱이 놀라웠던 사실은 똘갱스가 노래한 두 음원의 공동작곡가로 참여한 현욱초 프로듀서가 중국인이라는 점이다. 과연 그가 어떤 계기로 K-Pop도 아닌 국악 스타일의 크로스오버 곡 작업에 함께 하게 됐는지, 들려줄 이야기가 다분히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똘끼 가득한 세 음악인이 똘똘 뭉쳐 함께 한다'라는 의미를 담아 그룹 이름을 정했다는 똘갱스. 세 멤버 및 현욱초 프로듀서와 나눈 1시간 20분의 대화를 통해 '똘똘하고 당찬 꿈과 목표'를 가진 네 음악인의 생각을 가늠할 수 있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아래는 똘갱스 멤버들과 작곡가 겸 프로듀서와 나눈 일문일답.
 
 국악 크로스오버 그룹 똘갱스 (사진 왼쪽부터 멤버 임재현, 권미희, 이아진)

국악 크로스오버 그룹 똘갱스 (사진 왼쪽부터 멤버 임재현, 권미희, 이아진) ⓒ XCCX

 
- 똘갱스란 팀 소개부터 해 달라.
권미희(이하 '권'): "국악을 사랑하고, 퓨전 국악을 즐겨 듣는 음악 팬들을 위해 지금껏 국악계에 없던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세 명의 소리꾼이 뭉친 그룹이다."
 
이아진(이하 '이): "<풍류대장>에서 맺어진 운명적 인연으로 팀을 이뤄 함께 하고 있다. 올 2월 경연 프로그램에서 공연했던 '제비노정기'를 록 스타일로 편곡해 우리의 첫 음원으로 발표했고, 지난 11월 30일 'TUK TAK(툭 탁)'이란 제목의 두 번째 음원을 내고 열심히 활동 중이다."
 
- 'TUK TAK(툭 탁)'은 어떤 곡인가?
임재현(이하 '임'): "이 곡은 판소리 <홍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모티브로 했고, 국악에 힙합과 K-Pop 사운드가 결합된 신선한 음악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겠다는 생각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아마 노래를 듣다보면 중독성이 꽤 강한 것을 느끼게 될 거다."
 
: "똘갱스의 멤버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욱초 프로듀서가 이승준 작곡가와 더불어 두 곡 모두 공동작업을 했다. 원곡 이외 다른 버전들도 여러 음악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
 
- 현욱초 프로듀서 겸 작곡가의 이력이 이채롭다.
현욱초(이하 '현'): "그런가? (웃음) 한국의 음대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해 학사, 석사, 박사까지 한 중국 국적의 유학생 출신이다. 한국에서 지낸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현재는 3개 대학에서 작곡 관련 강의를 하고 있고,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 중이다."
 
- 어떻게 한국의 국악과 연을 맺게 됐는지?
: "똘갱스 멤버 이아진 뮤지션이 아내다. 학생이었을 때 같이 음악극 관련 강의를 들었고, 이후 공연을 상당기간 함께 하면서 소리를 전공했던 아내와 음악으로 심도있게 소통을 하며 결혼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면서 한국의 전통 국악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어졌고,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을 하는 등 여러 음악작업을 하게 됐다."
 
- 곡 작업 방식이 남다를 것 같다.
: "그렇다. 아무래도 똘갱스 멤버들과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다양한 의견들을 나눈다. 취합된 내용을 바탕으로 멜로디를 만들어 서로 들어보고, 계속 수정 작업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만드는 작업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각자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
 
- <홍보가>와 연관된 곡들을 연이어 발표했다.
: "내년 10월에 단독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전에 다섯 곡을 더 발표해 정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완성된 작품들을 아니리 -판소리에서 공연자가 창을 하는 중간에 장단이 없이 말로 연기하는 사설- 또는 연극적 요소를 섞어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우리 팀의 가장 중요한 2023년 목표 중 하나다."
 
- 현재 곡 홍보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 "KBS-TV <국악한마당> 녹화가 예정돼 있고, 국악방송과 울산 UBC-TV에서 라이브 무대를 꾸밀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 출연 스케줄도 잡혔다. 이외 라디오 등 여러 매체를 통한 홍보활동도 열심히 하는 중이다."
 
: "전통진흥예술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제비노정기'와 'TUK TAK'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모두 마쳤고, 후반작업 후 정식공개를 앞두고 있다. 많은 분들이 감상하고 반응을 해주시면 좋겠다."
  
 3명의 소리꾼 그룹 똘갱스. 사진 왼쪽부터 멤버 임재현, 권미희, 이아진

3명의 소리꾼 그룹 똘갱스. 사진 왼쪽부터 멤버 임재현, 권미희, 이아진 ⓒ XCCX

 
- 멤버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 "재현 오빠는 가야금 연주도 훌륭하지만 소리할 때 음색이 독보적이라 항상 감탄한다. 노래로 팀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해주고, 미희 언니는 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그룹의 운영에 있어 핵심이다. 그리고 국악계에서는 유튜브 스타로 유명한 터라 내겐 동경의 대상이었다. (웃음)"
 
: "재현이는 다양한 도전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열린 마음으로 음악을 접하는 면이 정말 대단하다. 특히 가야금병창을 들을 때 마다 뭉클한 감정이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진정한 음악인이란 생각을 한다.

아진이는 팀의 막내지만 음악적으로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트렌드도 잘 알고, 그런 것들을 나나 재현에게도 소개하며 같이 도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 고맙다. 소리 잘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웃음)"
 
: "미희가 말한 것처럼 아진이는 아이디어도 다양하고 신박하고 신선하다.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스타일이라 동생이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미희는 워낙 동안이어서 동갑내기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웃음) 10년 넘게 노래를 해서 음악의 다양성도 돋보이고, 나와 달리 넓은 시야도 갖고 있어 부럽다."
 
- 경연 프로그램을 하면서 배우게 된 것들이 있다면?
: "뮤지션으로서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 줬다. 내 자신이 업그레이드 된 것 같고, 훨씬 성장한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두 멤버와 함께 무대에 선 후, 여러 값진 만남들이 이어져 행복하다."
 
: "2010년 크로스오버 계열 국악가요를 부를 때만 하더라도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이 없어 외로웠다. 하지만 경연에 참가했을 때 여러 소리꾼들과 조우해 변화와 발전을 확인할 수 있어 흐뭇했다. 프로그램에서는 내가 미처 하지 않았던 음악들을 소리로 전할 수 있어 좋았다."
 
: "참여 이전에는 오롯이 내 음악은 주위 가족과 친구, 지인들만 안다고 생각을 했다. 막상 경연에 나선 후 생면부지의 분들이 보내주는 격려와 응원 메시지를 접하면서 뭉클한 감정이 자주 들었다. 어제는 우리 팀명을 새긴 명판도장을 팬 한 분이 선물로 보내줘 벅찬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다."
 
: "아내의 경우 크로스오버를 하게 되면 전통판소리를 등한시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진정한 팬들은 본인이 하는 두 부류의 음악 모두를 즐겨 듣고 좋아할 거라는 것을 알게된 후 더욱 열정적으로 음악작업을 하고 있다."
 
- 개인적으로는 각자 어떤 음악 활동을 계획 중인가?
: "작년에 <시들지 않는 소리>란 프로젝트로 세 곡의 국악 크로스오버 음원을 발표했다. <춘향가>의 서사를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이었고, 내년 3곡을 더 녹음을 한다. 현대적인 춘향가와 전통 판소리로 각각 부른 곡들을 모두 담은 정규 앨범을 현욱초 프로듀서와 꼭 완성해 내겠다. (웃음)"
 
: "1월에 아진이가 작사 작곡해 선물한 국악가요가 발매된다. 정말 소중한 음악이라 많은 분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웃음) 안치행 작곡가 선생님의 작품들을 받아 국악 트로트 곡들도 꾸준히 발표할 예정이다."
 
: "아마 이 인터뷰가 기사로 나가기 전이겠지만, 크리스마스 날 KBS-TV <열린음악회>에서 이정현의 '와', 레게 곡 'No Woman, No Cry'와 캐롤 '징글벨'을 국악과 접목한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연주하고 노래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즐겼으면 좋겠고, 내년에도 나만의 스타일을 가득 채운 가야금과 소리, K-Pop이 조화로운 음악으로 찾아뵙고 싶다."
 
- 각자 2022년 한해를 정리해 본다면?
: "뮤지컬 <싯다르타>에서 부처님의 아내 야소다 역할을 맡아 처음에는 중압감도 엄청났지만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똘갱스의 멤버로 합류, 또 다른 음악여정을 시작해 '팔방미희'로서 2022년을 보낼 수 있어서 즐거웠다."
 
: "<풍류대장>의 긍정적 여파로 많은 음악활동을 할 수 있어 행복하고 즐거웠다. 게다가 똘갱스가 첫 걸음을 무사히 잘 내딘 것 같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웃음)"
 
: "선물같은 2022년이었다. 기대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무대에 오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앞으로도 올해만큼 즐거운 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웃음) 마음은 있었지만 과연 실행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던 똘갱스 활동을 제대로 하게돼 여전히 행복하다."
 
: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힘들고 지칠 때,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음악활동을 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오히려 '선순환의 효과'를 가져다 줬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나의 존재를 새삼 깨닫게 된 2022년이다."
 
- 2023년 그룹 똘갱스로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 "홍대 클럽 등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무대부터 국내외에서 열리는 각종 페스티벌까지 우리 똘갱스의 음악을 마음껏 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
 
: "2023년 연말에 열리는 각종 국악분야 음악시상식에서 대상 등 주요 부문 트로피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 "<뮤직뱅크>,<쇼!음악중심>,<인기가요> 등 가요 순위 프로그램 출연을 주기적으로 하고, 멜론뮤직어워드와 MAMA 등 대중음악시상식 무대에도 오르는 그 날을 기약해본다. K-Pop에 전통의 소리가 더해진 똘갱스의 곡들이 대중음악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멤버들과 함께 열심히 달려 보겠다."
똘갱스 국악크로스오버 풍류대장 제비노정기 TUK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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