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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청사(자료사진).
 대전시청사(자료사진).
ⓒ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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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청사방호를 위한 규정을 통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피켓이나 현수막을 소지한 사람은 청사 출입을 제한하고, 근무시간 전후에 시청을 산책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대전시당(위원장 이성우)은 9일 성명을 내 "대전시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거꾸로 가고 있다"며 "대전시는 청사방호 규정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대전시는 지난해 12월 '대전광역시 청사 방호 규정'을 훈령 제1801호로 제정했다. 대전광역시 청사와 부속시설 및 소속기관을 방문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도모하며 각종 재난상황 및 집회·시위 등으로부터 청사방호에 필요한 상황을 규정한다는 목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규정의 일부 조항이 대전시청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집회와 시위 등을 못하도록 하는데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

특히, 10조(청사방호대원의 의무)2항의 5에서는 '청사 안에서 집회 및 시위를 위한 피켓, 현수막, 깃발, 확성기, 가면 등을 소지한 사람'을 청사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3항의 2에서는 근무시간 전후 정당한 사유 없이 청사 안을 배회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의당대전시당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상상으로나 가능했던 일"이라며 "한심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정의당대전시당은 "대전시의 이번 청사방호 규정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로 구성되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적 기본권 중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는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세계 시민들이 목숨을 바쳐 만들어 낸 권리이다. 누구도 박탈할 수 없고 양도할 수도 없는 핵심적인 인권"이라며 피켓이나 현수막을 소지하여 집회나 시위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을 골라내어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정의당대전시당은 또 이번 훈령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집회와 시위는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의사를 알릴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라며 "현실적으로는 시민들 대부분이 언론과 출판에 접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회가 생겨도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출근길이나 공무원들 식사 시간에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이 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는 못할지언정, 시민들의 의사 표현마저 막겠다고 나서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난했다.

정의당대전시당은 아울러 "이 훈령은 스스로 귀도 막고 눈도 가리고 싶은 이장우 시장의 꼼수"라고 비난하면서 "헌법 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 법도 아니고, 조례도 아니고, 규칙도 아닌 훈령 따위를 내세워 국민의 기본권을 막겠다는 이 시장의 발상이 놀랍고도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훈령은 시장의 권위와 그럴듯한 형식을 이용해서, 공무원과 청원경찰들에게 부당한 권위를 부여하고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라며 "집회와 시위 중 발생할 수도 있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처하는 것은 현행 법률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대전시당은 끝으로 "문제는 '집회와 시위'가 아니라, 이장우 시장의 잘못된 인식과 태도이다. 권위주의 시대에나 통했던 '법과 질서'를 앞세울 것이 아니라, '소통과 숙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인식의 전환, 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 뒤 "이런 말도 안 되는 훈령이나 발표할 것이 아니라, 시정 책임자로서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보장하겠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대전시는 허태정 대전시장 재임시절인 2019년 8월, 대전시청 북문 앞에 '집시켓 (집회+시위+에티켓)을 아시나요?'라는 표지판과 나무, 벤치 등을 설치했다. 해당 장소에서 시민들의 집회·시위가 계속되자 시민들의 이동과 휴식을 위해 '집시켓'을 지켜달라는 조치다. 하지만 시민들은 대전시가 시민들의 집회와 시위를 막겠다는 취지라며 반발했고, 집시켓 표지판은 철거됐다.

태그:#대전시, #대전시청사방호규정, #정의당대전시당, #표현의자유, #집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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