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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기구
▲ 피트니스 운동기구
ⓒ 정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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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놀이공원에 갔을 때의 설렘이 떠오른다. 입구를 들어서면 눈부신 꽃 장식이 가득한 동화 같은 길에 알록달록한 화려한 건물들이 보인다. 아이들의 상기된 표정과 흥분된 목소리가 공기처럼 퍼져나간다.

놀이 기구를 타는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소리에 흥분이 고조된다. 귀여운 머리띠를 하고 캐릭터 은박 풍선을 들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 놀이에 빠진 모습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피트니스는 놀이공원과 비슷하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고 신기하고 다양한 운동기구가 많다. 사람들도 저마다 운동으로 상기된 표정이다. 하지만 피트니스에 갈 때의 나의 마음은 놀이공원과 다른 차원이다.

4일차 피트니스에 가는 나는 여전히 비장하다. 갑옷처럼 체육복을 갈아입고 투구처럼 헤어밴드를 두르고 잔뜩 긴장하고 피트니스에 들어선다. 놀이공원의 회전목마처럼 가장 익숙한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역시 익숙한 것이 있어 다행이다.

러닝머신 한쪽으로 롤러코스터처럼 두렵고 무시무시한 바벨의 역기들이 보인다. 가급적 피하고 멀리하고 싶다. 피트니스 3일 차부터 근력 운동을 시작했는데 도전해 본 운동기구는 여섯 개뿐이다. 좀처럼 다른 운동기구에 쉽게 몸이 반응하지 않는다. 부상 방지를 핑계로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러닝머신을 숨차게 달리고 정수기 물을 마시고 있는데 익숙한 누님의 얼굴이 보인다. 예전에 배드민턴 클럽에서 같이 운동한 누님이다. 반가운 마음에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 오랜만이네요. 누님을 여기서 만나네요. 동생! 잘 지냈어. 피트니스 시작했구나. 나도 피트니스 시작한 지 석 달 되었어. 운동할 만해? 이제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힘들어요. 그렇구나. 그럼 오늘 나랑 같이 운동하자! 누님이 반갑게 제안했다.

경쾌한 목소리의 누님을 따라 버거웠던 운동기구 투어를 시작했다. 누님은 벌써 다양한 운동기구를 섭렵했다. 피트니스에는 아직도 내가 한 번도 도전하지 않은 운동기구가 많다. 오늘 누님(아래부터는 선배라 칭하겠다)을 따라 새로운 기구를 경험해 봐야겠다. 첫 번째로 도전한 운동기구는 스텝 머신이라는 운동기구였다. 발을 쉬지 않고 교차하며 걷는 운동기구인데 생각보다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선배가 말했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고강도 운동이라 땀이 많이 나고 운동량이 많아. 운동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과 직접 해 보는 것은 천지 차이다. 몸으로 체감해야 운동을 배울 수 있다. 선배를 따라 스텝 머신 20분을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잠깐 쉬죠! 일단 시원한 물 한 잔이 간절하다. 
 
운동기구
▲ 피트니스 운동기구
ⓒ 정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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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 운동기구로 가 보자. 선배가 나를 부른다. 새롭게 도전한 운동기구는 풀업이라는 턱걸이 운동기구다. 무릎을 지지대에 올리고 팔의 힘으로 중량을 감당하고 몸을 끌어올리는 운동기구다.

그냥 턱걸이도 힘든데 무게를 감당하는 턱걸이는 새로운 차원의 운동이었다. 피트니스에 왜 다양한 기구의 운동기구가 있는지 이제 알겠다. 당연하지만 한 가지 운동으로 모든 근육을 단련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운동기구는 새로운 운동 경험을 제공한다.

마치 놀이공원에 다양한 놀이 기구가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과 같다. 팔에 힘을 주고 힘겹게 몇 회를 하고 내려오자 선배가 말했다. 동생, 근육통은 근육이 손상돼서 생기는데 시간이 지나면 더 강한 근육을 만들어주니 걱정 마! 나도 처음에는 근육통이 심했는데 차차 적응이 되더라고.

역시 피트니스 선배는 차원이 다르다. 자, 그럼 저쪽으로 가서 쉬운 운동기구를 해 볼까? 나는 쉬운 운동기구는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말 잘 듣는 유치원생처럼 선배를 따라간다.

선배는 새로운 운동기구를 알려 주었다. 힙 어브덕션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운동기구였다.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이 기구는 허벅지에 힘을 주고 안쪽으로 다리를 모으고, 바깥쪽으로 다리를 벌리는 신기한 운동기구였다. 역시 안 쓰던 근육을 쓰기  허벅지가 당기고 떨렸다. 러닝머신보다 숨이 차고 힘든 운동기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근력운동은 다른 차원의 힘과 집중력이 필요했다.

"덕분에 새로운 운동기구 사용법도 배우고 시도해 보니 좋네요."
"가끔 만나면 같이 운동하자구. 오늘은 먼저 갈게. 운동 즐겁게 해."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워진다. 젊은 친구들의 새로운 문화도 어색하고 낯선 경험을 하는 것도 피하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다.

피트니스 역시 나에게는 커다란 도전 과제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익숙한 것에 안주하면 결국 삶의 반경이 점점 줄어든다. 서서히 정체되어 고인 물이 되어가는 것이다. 생동감 있게 흐르는 물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익숙한 것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처음 피트니스를 시작하고 내가 러닝머신만을 고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호기심이 줄어들고 조심스러움이 많은 나이가 되었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러닝머신에 안주하면 새로운 운동을 경험할 수도 운동의 즐거움을 확장할 수도 없다. 피트니스에서 만난 선배를 따라 운동을 배우며 알게 되었다. 새로운 도전이 두려울 때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피트니스 선배가 나에게 낯선 운동기구를 경험하게 해준 것처럼 내가 피트니스 고수가 되면 피트니스 초보자의 어려움을 돕고 싶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사람들이 피트니스를 왜 시작했는지 묻는다면 나는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내 인생의 난관 앞에서 더 당당해지고 싶다. 그리고 더 강해져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힘이 되는 믿음직하고 든든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부터는 놀이공원에서 처음 롤러코스터를 탔던 어린 시절 흥분과 기대를 품고 운동기구를 과감하게 즐겨볼 생각이다. 자! 이제 피트니스의 출발이다. 저기 보이는 피트니스의 정점을 향해 가자.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태그:#피트니스, #운동, #운동기구, #중년, #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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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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