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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신문 어디 있어요?"

무슨 일인지 12살 아들이 신문을 찾는다. 신문을 찾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그 궁금증은 저편에 두고 아무 말 없이 아들에게 신문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오후 시간, 난 아들에게 물었다.

"아침에 왜 신문 찾은 거야?"
"응, 오늘부터 신문 읽기로 했어."
"그래서 읽었어?"
"다 읽지는 못하고 조금씩 읽고 있어. 역시 신문에는 어려운 어휘들이 많더라고. 힘들더라도 꾸준히 읽어보려고 해."


아들에게 신문을 읽히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해 왔던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였던 듯싶다. 노트에 신문 기사 몇 개를 스크랩하고 아들 책상 위에 올려두는 것부터 출발했다. 그렇게 엄마는 아들에게 '신문 멘토 만들어주기 프로젝트'를 펼쳐나갔다.

흑백 활자들로 가득한 신문안의 세상.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리 없다.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한 세상 속에서 신문이라는 매체에 관심을 주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나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신문이 전해줄 수 있는 그 가치를 알기에 아들을 위한 엄마의 '신문 멘토 만들기 프로젝트' 작전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문 스크랩하는 모습
▲ 신문 스크랩하기  신문 스크랩하는 모습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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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어린 시절부터 신문읽기를 이어 나갔던 건 아니었다. 신문읽기가 루틴화되기 시작한 건 1999년 방송일을 시작하면서부터인 듯싶다. 물론 신문 기사 전체를 꼼꼼히 다 읽어 내려가는 건 아니다. 필요한 부분, 관심 있는 기사들을 스크랩해 정리했고, 더 궁금한 것들은 전문가를 찾고 물었다. 그렇게 방송일을 하는 20년 동안 신문은 내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커다란 2절지 사이즈의 스케치북에 기사를 하나씩 스크랩했고, 이후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서 인터넷 기사들을 나름의 정리법으로 수집하고 활용해 나갔다. 방송 특성상 대중들의 관심사를 읽어 나가야 했기에 그렇게 난 신문을 읽으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세상을 관찰하고 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읽어 내려갔다.

방송일을 그만둔 지금도 여전히 신문읽기를 해 나가고 있다. 현재 초중등 친구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해 나가고 있는데 신문 스크랩이 바로 글쓰기 교재이다. 신문 속 기사는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에도 크게 도움을 준다. 또, 어렵다는 비문학 공부에도 말할 것 없고, 여러 교과 연계로까지 이어져 배움을 전해준다.

요즘 신문을 대하는 나의 시선이 변화되고 있다. 엄마가 되고 글쓰기 선생님이 되고부터는 아이들의 눈높이로 신문 속 세상을 관찰한다. 신문 안의 흑백 활자 세상. 물론 초등생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때론 모르는 어휘에 답답증이 생겨나기도 하고, 아직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 거부감이 생겨 포기해 버리는 순간을 맞게 되기도 한다.

신문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분명 익숙하지 않은 매체이다. 하지만 애정을 갖고 좀 더 관심 있게 신문을 대하고 이해해보려 노력한다면 어느새 익숙해져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더 크게 트여 훌쩍 자라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힘들었던 시기를 거치고 예전과는 다른 속도와 눈빛으로 신문을 마주하고 대화하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아이들. 신문 세상 속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나간다.

스스로 신문 읽기를 시작한 내 아이 또한 그렇다. 그 이면에는 아이를 위한 엄마의 신문 읽히기 작전이 숨어 있었다. 우선 신문을 읽어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리고 학교로 등교하기 전 현관 앞에 도착한 신문을 엄마에게 건네는 일은 늘 아들의 담당으로 만들었다.

그러면 아들은 엄마에게 신문을 건네주며 늘 오늘의 헤드라인 기사 제목을 읽고 나갔다. 또 아들에게 신문 스크랩하는 엄마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가위로 오리고 붙이고 스크랩하는 엄마의 모습에 아들도 마음에 드는 글자들을 오리고 사진들을 오리고 엄마 옆에서 함께 신문 스크랩을 이어 나갔다.
 
오리고 붙이고 엄마가 하니 아들도 옆에서 함께 신문 스크랩을 해 나가고 있다.
▲ 엄마와 아들의 신문 스크랩 오리고 붙이고 엄마가 하니 아들도 옆에서 함께 신문 스크랩을 해 나가고 있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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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은 어쩐 일로 스스로 신문을 찾으며 신문 읽기에 도전해 나가겠다고 말한다. 이제 5학년을 맞은 아들의 새해 결심인가 보다. 아들은 알고 있을까? 엄마의 숨은 신문 읽히기 작전을.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신문, #신문스크랩, #신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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