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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2023년도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2023년도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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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보건복지부는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주요 내용은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때 본인부담금을 차등화하고 이에 따른 혜택도 달라지는 '사회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3월까지 마련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각종 사회서비스를 이용하는 계층이 취약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넓어져 수요에 걸맞은 고품질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고 어떤 이유에서건 이용할 수도 있으므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기관이 품질에 따라 가격 또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향은 위험하다. 돈을 많이 내는 사람만 더 좋은 질의 서비스를 받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고도화 방안이 통과된다면 복지 영역에도 '경쟁'이 생기고, '가성비' 시설 리스트가 암암리에 퍼질지도 모른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사람은 가성비 시설을 찾아다니며 질 낮은 서비스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좋은 시설, 양질의 돌봄을 제공받기 용이할 것이다. 사회서비스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과제와도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윤석열 정부는 사회서비스와 관련해 '따듯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슬로건으로 '필요한 국민께 더 두텁게 지원하겠습니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구현' 등을 제시하며 돌봄서비스의 고도화를 주장했다. 국가가 책임지고,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돌봄 체계로 혁신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뒤집어버린 것이다.

사회서비스는 큰 틀에서 '개인 또는 사회 전체의 복지 증진 및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정의한다. 여기에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 문화 등이 해당이 된다. 서비스라는 단어 앞에 사회가 붙은 것은 공공의 역할이 중요해서다.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곳은 국가뿐이다. 최근에는 저출생 고령화 현상으로 '돌봄'이 중요해져 사회서비스를 돌봄서비스로 좁게 해석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자면 돌봄을 제공하는 기관, 즉 노인을 돌보는 요양시설이나 아이를 돌보는 어린이집 등 관련 제공 기관에 본인부담금을 많이 내면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국가가 해결해야 할 공간을 민간에게 자리를 내주고, 시장경제체제가 복지 영역에 들어설 위험이 생기는 것이다.

즉 국가의 책임을 강조한 사회서비스가 시장에서 말하는 서비스로 전환될 위험이 있는 셈이다. 물론 현재도 돌봄 영역에서 공공보다는 개인(민간)이 시설을 설립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 2022년 8월 말 기준 전국 장기요양기관 2만 7065곳 가운데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기관은 252곳(0.93%)뿐이다. 그에 따라 개인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천차만별이고, 여러 부작용도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지역별로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했다.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취지는 지역의 돌봄 서비스 기관을 직접 관리 및 운영하면서 투명성 강화, 질 높은 서비스 제공, 돌봄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공공성을 높이는 데 있다.

개인의 돈벌이를 위해 돌봄을 제공하는 것을 막고, 실제 욕구가 있는 사람에게 국가 주도하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원 관련 법이 제정되고 이제 막 안정기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새로운 정부가 이를 또 뒤집었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토대로 보면, 정확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정책 방향을 설정한 것에 대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돌봄은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영역이 될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의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지만,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돌봄이 더욱 필요한 대상이 있다. 사회서비스를 차등화해 제공한다는 방향은 진정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지만 빈곤하다면 또 다시 차별을 겪고 사각지대는 더 커질 것이다.

결국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설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 및 운영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직접적인 제공자인 요양보호사와 같은 돌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돌봄은 전통적인 효, 유교 사상에 기반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마지막으로 케케묵은 방법으로 환기하곤 하는데, 바로 헌법 제34조 2항이다. 국가는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태그:#사회서비스, #사회복지, #공공성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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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축구를 하다 그만두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복지정책을 공부하고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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