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풍경
▲ 공원 풍경
ⓒ 정무훈

관련사진보기

 
설 연휴 집에서 뒹굴면서 TV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축구에 진심이었다.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싸움을 한다. 공을 잡기 위해 잔디를 뒹굴면서 몸을 사리지 않는다. 동료의 골에 팀원들이 다 같이 흥분하고 감격한다. 최선을 다한 경기에서 패배를 하면 눈물을 쏟으며 아쉬워 한다.

실수한 동료들을 다독이고 스스로 좋은 플레이를 하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고 다음 경기의 각오를 다진다. 무엇이 그녀들을 축구에 미치게 만드는 것일까? 운동의 재미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소파에 누워 꼼짝하지 않고 한 손에는 과자봉지에 손에 쥐고 다른 손에는 리모컨을 들고 화면만 멍하니 보고 있다. 역시 나는 운동 체질은 분명히 아니다.

설 연휴 동안 구립 피트니스 체육관이 휴관을 했다. 아싸! 나는 마음속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공식적으로 당당하게 운동을 쉴 핑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입맛 당기는 기름진 명절 음식을 실컷 먹으며 연휴 동안 차곡차곡 탄수화물과 지방을 축적했다. 연휴 내내 소파와 방바닥을 뒹굴며 리모컨을 누르는 것이 유일한 운동이었다.

명절 연휴에는 집에서 빈둥빈둥 휴대폰 보며 뒹구는 것이 최고다. 쉬는 동안 한 번도 근 손실이나 운동 부족을 걱정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 근 손실이 생길 정도로 근육 운동을 한 적도 없다. 당연히 피트니스를 겨우 일주일하고 근 손실을 걱정할 만큼 근육이 생기지도 않았다.

매번 피트니스에 가는 것은 밀린 숙제처럼 귀찮고 미루고 싶은 일이었다. 그런데 고맙게 설 연휴에 체육관이 쉬니 운동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연휴 마지막 날이 되니 몸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운동에 길들여진 것인지,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한 건지 몸이 근질근질했다.

이상한데, 뭐지? 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소화도 안 되고 더부룩했다.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운동복을 챙겨 입고 가까운 보라매 공원으로 향했다. 이럴 수가! 내가 자발적으로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다니. 더구나 기온이 영하 18도, 체감기온 영하 23도의 칼바람이 부는 극한 추위에 말이다. 정말 운동 중독자가 아니라면 하지 않을 일이다. 나도 스스로 깜짝 놀랐다.
  
풍경
▲ 공원 풍경
ⓒ 정무훈

관련사진보기

 
인적이 드문 공원에는 몇몇 강심장의 사람들이 운동장을 뛰거나 걷고 있었다. 자! 그럼 나도 슬슬 달려볼까? 그런데 신기하게 달리기를 시작하자 땀이 나고 추위가 서서히 사라졌다. 마치 겨울에서 봄으로 시간 이동을 하는 듯했다. 한참을 달리고 나니 오히려 몸이 가뿐하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마치 스포츠카에 시동을 걸고 제로백을 향해 질주하는 것처럼 오늘따라 다리가 가볍다.

그동안 매일 피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달린 효과가 나타난 걸까? 사실 피트니스 러닝머신은 지루함을 견디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찬바람을 맞으며 야외 달리기를 하니 기분이 새로웠다. 오늘 같은 컨디션이라면 마라톤 한국 신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겠다.

혼자 신나서 한산한 운동장 트랙을 한참을 달렸다. 몸이 뜨거워질수록 매서운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달리기의 상쾌한 맛이 느껴졌다. 아! 기분 좋은 피로감이 느껴졌다.

맞다! 운동은 원래 신나고 재미있는 것이다. 귀찮고 힘들어도 몸을 일단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활력이 생긴다. 몸을 쓰지 않으면 몸의 기능은 점점 퇴화하고 운동 욕구는 줄어든다.

매일 습관처럼 몸을 움직이면 운동을 시작할 때 느끼는 저항감을 줄일 수 있다. 우리 몸에는 운동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 인류의 조상 대대로 숲속을 달리며 수렵 활동을 하고 들판을 누비며 채집 활동을 하던 유전자가 우리 몸속에 숨어 있다.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운동 능력이 퇴화하고 있다는 몸의 신호이다. 몸은 항상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을 원한다. 한바탕 달리기로 연휴 동안 잠들었던 운동 세포가 깨어났다. 나는 운동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공원 인조 잔디 축구장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격렬하게 달리고 축구를 하고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땀방울과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테니스장에는 상기된 얼굴로 빠르게 움직이며 운동하는 사람들이 테니스 공을 힘차게 받아치고 있다. 공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맹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운동은 다른 활동으로 대체할 수 없는 즐거움이 숨어 있다. 나도 시나브로 운동의 즐거움에 빠져든 것인가? 그런데 달리고 나니 허벅지가 아프고 종아리가 당긴다. 내일은 운동 피로 회복을 위해 피트니스를 하루 쉬는 것이 어떨까? 아차! 피트니스를 쉴 핑계를 찾는 것을 보니 아직 운동 중독까지는 아닌가 보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태그:#중년, #명절, #운동, #피트니스, #정무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