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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도구로 산다는 건 / 역사의 주인이 민중임을 알고 / 쓰이겠다는 다짐이다 // 역사가 때로는 가혹하게 / 제 능력과 힘에 버거운 짐을 / 지우겠지만 // 역사 앞에 살겠다는 건 / 이런 각오다 ..."
 

임후상 시인이 쓴 추모시 '혁명가 강병기처럼'의 일부 내용이다. 박세희 학생(진보대학생넷)이 28일 오후 광주 망월묘역에서 열린 '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2주기 추모대회'에서 임 시인의 추모시를 낭송했다.
 
28일 오후 1시부터 광주 망월묘역에서 '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2주기 추모대회'가 열렸다.
 28일 오후 1시부터 광주 망월묘역에서 '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2주기 추모대회'가 열렸다.
ⓒ 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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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추모사업회'는 "진보운동이 어려울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강병기 동지의 정신을 따라, 무능과 폭정의 시대를 가로질러 민중 곁에서 버팀목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추모대회를 열었다고 했다.

경남 진주 출신인 강병기(1960~2021) 선생은 부산대를 나와 부마민주항쟁에 참여했고 고향에서 농민·민중운동을 벌였다. 고인은 가톨릭농민회 경남연합회 총무에 이어 진주시농민회 사무국장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사무총장·정책위원장·정치위원장·부의장 등을 지냈다.

진보정치에 나섰던 그는 옛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옛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 민주수호공안탄압대책회의 대표 등을 지냈으며, 2010년에는 진보정당 최초로 광역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인 경상남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책 <따뜻한 진보>를 펴냈던 그는 2020년 5.18민족통일학교 이사장과 오종열의장기념사업회 공동대표 등을 지냈으며, 2021년 1월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은 뒤 같은 달 28일에 별세했다. 고인은 오종열 의장과 같은 광주 망월묘역에 잠들어 있다.
 
추모대회는 고창건 전농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됐고, 전옥희 경남여성연대 대표가 고인을 소개했으며, 노래패 맥박의 추모공연, 헌화 등의 순서로 행사가 이어졌다.

"강병기처럼 이겨내자" 한목소리
 
28일 오후 1시부터 광주 망월묘역에서 '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2주기 추모대회'가 열렸다.
 28일 오후 1시부터 광주 망월묘역에서 '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2주기 추모대회'가 열렸다.
ⓒ 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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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1시부터 광주 망월묘역에서 '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2주기 추모대회'가 열렸다.
 28일 오후 1시부터 광주 망월묘역에서 '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2주기 추모대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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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고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모두가 어려운 때, 2012년 6월 박영재 동지의 장례식장에서 동지를 만났다. 너나 할 것 없이 몸도 마음도 모두 상했던 때였다"며 "정권의 탄압이야 견디겠지만 동지로 믿어 왔던 이들까지 등 돌리던 시절, 서로 눈 맞추고 이야기 나누기도 어려운 때였다"고 했다.

윤 대표는 "당과 동지를 지키고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열사들과 동지들을 생각할 때마다 저의 손을 굳게 잡아 주었던 강병기 동지가 생각난다"며 "강병기 동지는 내란음모와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초유의 탄압으로 당의 위기일 때 동지와 당에 대한 믿음과 신뢰 하나로 통합진보당 대표로 나서주시며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안탄압의 칼날이 노동자 민중을 겨누는 때 다시 강병기 동지를 떠올린다"며 "동지들의 누명과 당의 고초를 자신의 몸으로 받아낸 동지처럼, 이제 진보당이 버팀목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따뜻한 혁명가', 이보다 강병기 동지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세상에 있을까 싶다. 때로는 한없이 차가워지고, 때로는 한없이 뜨거워지는 이 운동판에서, 강병기 동지는 언제나 제 온기를 잃지 않고 따뜻했다. 소탈한 미소와 다정한 음성으로 선·후배 할 것 없이 따뜻하게 대해주던 강병기 동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는 "강병기 동지가 떠난 그 빈자리를 비집고 돌아온 수구적폐세력이 권력을 잡고 준동하고, 낡아빠진 국가보안법을 꺼내 들고 공안탄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며 "이 땅이 미국의 식민지를 면치 못하는 한, 반민주 악법 국가보안법이 우리를 옭아매는 한, 남과 북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한, 언제든 위기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장은 "우리는 자주민주통일의 기치 아래 다시 싸워나가야 한다"며 "함께하던 동지들이 떠나고, 정권의 공안탄압으로 당이 해산돼도 결코 자주민주통일의 깃발을 놓지 않았던 강병기 동지처럼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28일 오후 1시부터 광주 망월묘역에서 '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2주기 추모대회'가 열렸다.
 28일 오후 1시부터 광주 망월묘역에서 '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2주기 추모대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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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1시부터 광주 망월묘역에서 '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2주기 추모대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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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민생은 파탄나고 노동자, 농민의 호소와 저항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면서 민주노총을 때려잡는 것이 민생살리기라고 우기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검찰을 앞세운 야당과 시민단체, 민중에 대한 탄압이 박정희 유신시대와 다름이 없다. 국가보안법은 자주통일 세력을 향해 칼춤을 추고 있다"며 "사랑하는 강병기 동지가 더욱 생각나는 때다. 이제 동지 앞에 다짐한다. 민생파단, 민주실종, 평화파괴 전쟁을 불사하는 윤석열 정권과 사활을 건 투쟁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당신을 슬픔 속에서 떠나보낸 2년이다. 정권이 바뀌는 등 형식적인 변화는 있지만, 민중의 삶과 인권은 오히려 더 무시당하고 민주주의는 더 위협받고 있기에 결의와 결심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생각해 열사들의 영혼이 깃든 이곳을 찾아왔다"며 "특히, 당신이 아끼고 사랑한 동지들과 여러 대중조직들이 국가보안법이라는 덫에 걸려 끝 모를 시련과 고난을 맞는 등 퇴행적인 만행이 벌어지고 있어 더 아프고, 더 그립다"고 했다.

윤석열정권에 대해 그는 "경제파탄, 외교참사, 민생위기, 전쟁고조 등 총체적인 정권의 위기가 검찰권력과 국정원의 충성경쟁으로 이어지면서 또 다시 무고한 양심적 활동가들을 얽어매고 있다.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이 정권의 패악질에 다름 아니다"며 "더 이상 한 사람도 억울함이 없도록 강병기 정신으로 2023년에는 국가보안법이라는 희대의 악법을 반드시 태워 없애겠다는 전의를 다지자"고 강조했다.

강수동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과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대표도 발언을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다음은 임후상 시인의 추모시 일부 내용이다.

"'동지들 가슴속의 꿈과/제 심장을 달구는 꿈이 있는 한/우리는 이 시련의 시기를 뚫고/승리의 깃발로/민중 앞에 희망으로 설 것'이라던/강병기가 말한다//강병기처럼 살자고//우금치의 영혼이/광주에서 살아났으니/그렇게 살자고//강병기가 누운 자리에/오종렬이 누워 있으니/그렇게 죽자고//삶을 저울에 매다는 건/언제라도 할 수 있으니/오늘 우리는 강병기처럼 살자//그래서 마침내/혁명가 강병기가 보았던/열사의 시선 끝을 향해 가자//보아라/민족민주전선의 깃발을//들어라/민중해방 만세의 함성을//외쳐라/민족민주전선 만세/민중해방 만세/조국통일 만세."
 
“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2주기 추모대회”
 “따뜻한 혁명가 강병기 동지 2주기 추모대회”
ⓒ 따뜻한혁명가강병기동지추모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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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병기,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광주 망월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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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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