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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가 신례1리 제주공장에 위스키 증류시설을 신설하는 것과 관련해 마을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신례1리 제주공장에 위스키 증류시설을 신설하는 것과 관련해 마을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 서귀포신문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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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대표 이영구)가 제주도 공장에 위스키 증류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제주 서귀포시가 승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다. 주민들은 '공장설립 제한지역인데도 거주민들과 상의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21년부터 국산 위스키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해 6월 한국식품연구원과 한국형 위스키 개발 연구를 시작했고 스코틀랜드 위스키 제조장인과 고문 계약을 맺으며 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그리고 제주도에 적당한 시설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곳을 대상에 놓고 검토했다.

최초로 검토한 곳은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자배봉 남쪽 잡종지다. 이곳은 롯데칠성음료가 보유한 토지인데, 사실상 오래도록 방치됐다. 당시 회사 관계자가 한남리 마을회를 방문해 사업 의사를 전했고, 마을회도 유치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런데 지하수 관련 조항이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제주도에서는 반경 1km 이내에 지하수 관정이 있으면 공장설립제한지역에 해당해 제조시설을 설립할 수 없다.

롯테칠성음료는 이후 대체 용지를 검토하다가 남원읍 신례2리에 있는 기존 롯데칠성 제주공장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곳은 회사가 지난 1978년 비상품 감귤을 재료로 주스를 생산하기 위해 설립한 공장이다. 공장부지 1만799㎡에 제주시설 3142㎡, 부대시설 1007㎡를 갖췄다. 연간 허용된 폐수배출량은 311톤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5월 23일 서귀포시청에 '기타 증류주 및 합성주 제조업'을 추가한다는 내용으로 공장설립(변경) 신청을 제출했고, 서귀포시는 그해 8월 10일 이를 승인했다.

상하수도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행 규정상 기존 제주공장도 공장설립제한지역에 해당하므로 신규 시설을 설립하는 허가를 받을 수는 없다. 다만 2010년 10월 26일 이전에 설립된 공장인 경우에는 면적 등의 변경 없으면 사업을 변경하는 것을 허가한다. 롯데칠성은 기존 공장의 규모와 오폐수 배출량 등을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으로 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관련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자 주민들은 행정이 주민을 무시하고 승인을 냈다며 크게 반발했다.
  
롯데칠성 제주공장. 비상품 감귤을 이용해 주스를 만드는 시설인데, 지난 1978년 설립됐다. 회사는 이곳에 위스키 증류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롯데칠성 제주공장. 비상품 감귤을 이용해 주스를 만드는 시설인데, 지난 1978년 설립됐다. 회사는 이곳에 위스키 증류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 서귀포신문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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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열린 설명회에서 주민이 관련 공무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26일 열린 설명회에서 주민이 관련 공무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 서귀포신문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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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감지한 롯데칠성음료가 2022년 12월 2일 주민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지만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번엔 마을회의 요청으로 지난 26일 오후 서귀포시와 도상하수도본부, 남원읍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공장의 오폐수 배출 자료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행정기관에 '서류만 보고 허가를 내지 말고 오폐수 배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또한 신례2리 마을회는 '애초 서귀포시에 설명을 요청할 때 부시장에 현장에 참석하고 관련 국장들도 배석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 그런데 이날 현장에는 경제일자리과 과장 이하 실무 공무원만 참석했다. 주민들은 '서귀포시가 대기업 입장에서 일을 처리하면서 주민들을 하찮게 여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밖에 주민들은 '서귀포시청이 남원읍에 보낸 공문이 이행되지 않았고, 주민들이 모르는 사이 사업이 진행된 것에 불쾌함을 느낀다'고 반발했다. 서귀포시청은 지난해 5월 롯데칠성음료의 신청서를 받고 관련 부서에 공문을 보내 사업신청과 관련해 의견을 보내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남원읍에는 관련 내용을 주민에게 안내하라고 요청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남원읍 관계자는 "공문이 전자문서 형식으로 왔는데, 담담자가 이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라며 "주민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태그:#롯데칠성,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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